[토이스토리4후기]사랑해, 친구들(결말강스포)

※글 말미에 엔드게임 스포 또한 포함되어있습니다※
토이스토리3는 그 자체로도 명작이지만, 1,2를 이어온 토이스토리시리즈 세계관과 그 시리즈와 함께 해온 각자의 사연들을 눈물 날만큼 소중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특히 더 빛을 발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사랑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뒷이야기를 상상하며 행복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그 완벽한 마무리란. 그래서 토이스토리4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많은 분들이 그랬듯 저 또한 마음 가운데 반가움이 절반, 우려스러움이 절반씩 떠오르더군요. 개봉 날짜가 임박해올 때도 여러모로 두근거리며 기다렸고요.
그리고 개봉주였던 지난 주말, 공들여 요리한 음식이 담긴 접시 뚜껑을 여는 사람의 마음으로 토이스토리4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픽사 답게 놀랍고 신선하며 사랑스럽고 배꼽 빠지게 재미있었지만.... 그렇지만... 이라 하고 싶어요.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지만- 슬퍼도 웃으며 안녕을 고했던 3의 그것과 달리 너무 빨리 찾아온, 인정하고 싶지 않은 충격적인 엔딩 때문에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그 재미있었던 영화 속 이야기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고 잠들기 까지 생각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내야만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3편을 뛰어넘는 결말이다. 우려를 뛰어넘어 더 아름다워 졌다는 평을 하는 걸 봤지만- 저는 토이스토리4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번 영화가 3편과 다른 평행세계의 이야기라고 여기고 싶었습니다. (제 기준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인) 랜디 뉴먼의 익숙한 ‘You've Got a Friend in Me' 가 흘러나오며 우디, 버즈가 앤디와 함께 한 토이스토리의 1~3편의 주요 장면이 이어지는 오프닝 시퀀스. 딱 여기까지가 제가 기억하고 싶고, 이번 영화에 유일하게 ’클래식한 토이스토리‘ 의 시리즈로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어쩌면 ‘장난감은 놀아주는 주인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다’라는, 장난감의 수준을 넘어 다른 이의 행복의 기준까지 재단하고 싶은 이기적인 저의 생각에서 비롯된 고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흐름을 생각해봤을 때 아무리 재고 또 재 봐도 이것이 최선의 결말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더 힘든 것 같아요. 정말 이렇게 철저한 픽사라니.. 이번만큼은 그런 점이 참 원망스러워요.
영화 자체만 보자면, 앞에서 말했듯 너무너무 재미있습니다, 새로이 등장한 장난감들 각각의 매력이 부족함도 더함도 없이 여기저기서 빵빵 터진 이번 편이에요. 어벤저스가 아니라 토이벤저스.. ㅎㅎ 어쩜 이리도 각자의 개성을 선보이며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드는지. 제작시작 시점부터 개봉하기까지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충분히 이해가 갈 만큼 장난감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만들어 점. 이 시리즈에 대한 픽사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전 작에서 어마어마한 파트너쉽을 보여주었던 장난감들 (포테이토 헤드 부부, 슬링키, 햄, 렉스, 제시, 불스아이, 저의 최애 알린 등등...) 이 대사 몇 줄 이외에는 감초, 혹은 병풍 역할 정도밖에는 맡을 수 없었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아쉽고요.
영화의 결말에 대해 느꼈던,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여태껏 토이스토리를 보면 잃어버렸던, 잊어버렸던, 또 버렸던 장난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심지어 숭고한 속죄(?)의 감정까지 들었었는데 이번 편을 통해서는 ‘괜찮아요. 당신이 떠나보냈던 장난감은 이렇게 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겠네요. 영화가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제가 다 알 수 없지만 시작부터 ‘장난감’ 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주인이 부여하는 의미와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다가 거기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그런 존재들을 이렇게 그려준 것에 대해 한 편으로는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놓친 그들도 그렇게 오래오래 숨을 쉬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린
나의 우디와 나의 버즈.
오랜 세월, 많은 모험을 거쳐 마침내 찾아낸 우디의 새로운 행복, 그리고 우디 없이 쌓을 버즈의 성장과 다른 이들과의 우정을 인정할 수 없는 내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듭니다..
나의 이런 마음과는 별개로.. 이 친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
마블 어벤저스의 시작과 끝이 “I'm IronMan” 이었다면-
토이스토리의 시작과 끝은 “To Infinity and Beyond!” 이네요.
수고했어. 진심으로 고마워 친구들.
만감이 교차하게끔 만든 작품이더라고요.
보신분 소감이 글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