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아이' , 늑대에 대해서

이상하게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있죠
이미 본지 오래됐는데도 머리속에서 사라지지않고 틈날때마다 반복 상영되는
제게는 호소다 마모루감독의 '늑대아이'가 그런 영화인데요.
그렇게 계속 '늑대아이'를 떠올리는 동안 저는 이영화에서 '늑대'가 가지는 함의는 무엇일까 곰곰히 고민해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속 '늑대'라는 요소가 기본적으로 사회,문화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주변인,
일본사회에서 생각했을때는 외(外)인들중 가장 많은 인구라 할 수 있는
'재일교포'에 대한 은유로 꽤나 그럴싸한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하나'의 남편, 영화에서 묘사되길 겉모습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그가 '늑대'라는걸 인식하지 못합니다.
'하나'조차 그가 커밍아웃한 이후에야 그가 '늑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또 그의 직업은 블루칼라 입니다.)
두사람의 사랑의 결과물인 아메와 유키는 '늑대'의 특성과 '인간'의 특성을 둘다 갖고 태어납니다.
'하나'는 '아메와 유키'가 사람과 늑대의 경계에 걸처진 주변인이란 사실을 다른사람들이 알게될까 걱정합니다.
늑대의 모습으로 잠자고있는 아이들을 하나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인적드문 공원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철없이 뛰어노는 '아메'와 '유키'의 모습을 멀찍이 바라보며
하나는 말합니다
' 저기 앞으로 어떡할래 ?
인간?
늑대?
이사하려고해
어느쪽이든 선택 할 수있게 '
늑대아이들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하나'의 노력과 사랑 덕분에
두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잃지않고 살아갈수 있게됩니다.
아메는 '늑대'의 길을 선택해 자연으로 떠나갑니다. ( 거칠게 표현하자면 한국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갔다 하겠습니다.)
좀더 인상적이며 울림이 강한것은 유키쪽인데
폭풍우가 몰아쳐 학생들이 학교에 갇히게된 어느날 ,
'유키'는 울음을 머금고 자신의 같은반 남자아이인 '쇼헤이'에게 자신의 늑대성을 고백하게 됩니다. 늑대였던 그녀의 아버지가 '하나'에게 그랬더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하는 유키의 모습이 비바람에 흩날리는 커텐에 가려 실루엣만 보이게 됩니다.
실루엣은 곧 늑대의 모습이 됩니다. 이내 커튼은 걷히고 늑대로 변한 유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소헤이'군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듬직하게 말합니다.
'알고 있엇어 , 줄곧
너의 그 비밀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어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이제
울지마'
'유키'는 다소 당황한기색을 보이지만
이내 미소지으면 답합니다
'안 울어... 빗 방울이야
........
고마워'
(사람 모습의 유키가 다시한번 비바람에 흩날리는 커튼에 가려 실루엣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곧 커튼은 걷히지만 이번엔 사람 모습인 유키가 그대로 미소지으며 나타나죠.)
'쇼헤이'는 있는 그대로의 '유키'를 감싸안았습니다. '하나'가 늑대였던 '그'에게 그랫던것처럼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유키'는 이를 계기로 '사람'들의 삶으로 편입하게 되며 영화를 막을 내립니다.
어떠신가요 ? '늑대'를 '재일교포'로 치환해서 읽어도 흥미로운 텍스트 아닌가요 ?
여러분들은 늑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참고로 영화의 메인테마곡이였던 '어머니의 노래'를 부른 가수 '앤 샐리'는 재일교포3세라고 합니다)
경계인 혹은 주변인 나아가서는 다른 인종, 문화, 국민들에 대한 차별과 불신을
사랑으로 포용하고 극복해내자는 호소다 마모루의 차분하지만 큰 울림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오래오래 머물기를 바래 봅니다
콩가라
추천인 1
댓글 6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공감가는 흥미로운 분석입니다
왜 하필 늑대였을까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도 볼 수 있었네요
그나저나 OST만 들어도 눈시울이 ㅠㅠ


2년전에 본거 같네요. 그해 본 애니메이션중 최고였던것 같아요.

훌륭한 영화에 대한 훌륭한 분석이군요. 저도 늑대아이에 대한 애착이 있어서 이 좋은 글이 반갑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