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러브] 후기(스포)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 상당히 놀랬습니다. 제가 알던 틸다 스윈튼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고 이분이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셨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배우 틸다 스윈튼이 아름답지만 저에게는 워낙 똘끼있는 역할만 맡아온 이미지가 있다보니 귀부인 이미지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습니다.(<킹스 스피치>에 나왔던 헬레나 본햄 카터의 충격과도 비슷했죠.) 그리고 어울린다는 것에서도 감탄을 하구요.
이 영화는 생각보다 건조합니다. 정확히는 배경음악 없는 고요함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단 예외가 있다면 주인공 엠마가 격한 감정을 느낄 때만큼은 음악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뀝니다. 마치 롤로코스터를 타듯이 나오기때문에 관객들은 싫어도 주인공의 심정을 알 수 있게됩니다.
사람들이 비난하는 요소중에서 불륜 미화물이라는 말이 있는데 예....이것 불륜 맞습니다. 불륜에 강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은 엠마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가 갈 거라고 봅니다. 엠마는 이탈리아인 남편을 따라서 고국 러시아를 떠나 낯선 땅인 이탈리아에서 정착을 합니다. 그녀는 이때부터 자신의 본명을 잊고 레키 부인이라고 불리게됩니다. 부잣집에 화목한 가정, 게다가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상적으로 보이는 가정이지만 가족들간의 관계는 상당히 형식적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엠마는 이상적인 어머니이자 아내를 보여주기 위해서 분주하지만 그 모습은 공허해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마음을 둘 곳 자체가 없고 그녀의 낙이라고는 홀로 잡지보기일뿐이죠. 그런 그녀에게 아들 에도의 친구 안토니오의 존재가 크게 다가옵니다.
공허한 그녀가 안토니오에게 빠져드는 순간만큼 영화의 장르가 자연 다큐멘터리(?)로 바뀝니다. 그전까지는 차가워보였던 영화에 생기가 돋아납니다. 그녀는 여기서 자신의 잊었던 이름을 떠올리듯이 살아납니다. 하지만 불륜인 이상 마냥 행복하게 가지만은 않죠. 파국적인 결말뒤에 그녀는 이 사실을 남편에게 고백하지만 남편으로부터는 외면을 받게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기존에 입고 있던 옷들을 벗고 맨발로 집을 떠납니다. 초반의 딱딱한 인상의 귀부인에서 결말부의 자아를 깨닫고 생기가 돋는 모습은 상당히 다릅니다. 틸다 스윈튼의 연기 및 변신에 감탄할 따름이죠.
결말을 봤을 때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엄연히 다른 이유로 떠나지만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현재의 삶을 포기하고 떠난다는 점에서는 유사해보였습니다. 이 작품의 엠마는 욕망을 간직한 채로 떠나는게 약간의 차이로 보이지만요. 하지만 <인형의 집>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선택으로 떠났지만 앞날이 마냥 행복해보이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불륜에 대해서 거부감이 강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틸다 스윈튼의 팬이시거나 콜바넴에 빠진 분들이라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P.S - 틸다 스윈튼은 영국 배우입니다. 그런데 극중에서는 러시아 출신 이탈리아인으로 설정되서 영어를 모르는 역할로 나옵니다. 모국어가 영어인 배우가 영어를 못 알아듣고 못 쓰는 역할의 아이러니함에 개인적으로 웃었습니다.
좋은 후기내요. 저도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