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위대한 레보스키] 후기입니다!(스포 있음)
미국 LA 도심의 야경을 비추며 나레이터가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세상 특이하게 살아가는 레보스키의 일상을 소개하면서 나뭇가지를 뭉쳐놓은 공이 어딘가로 계속 굴러갑니다. 스스로를 Dude로 불리우길 원하는 레보스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집 근처에 있는 랄프 슈퍼마켓에 가서 우유를 고르고 있는 그의 옷차림은 목욕가운에 슬리퍼. 헝클어진 머리와 오묘하게 잘 어울리는 선글라스 차림. 일정한 직업이 없는 백수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일상이 너무나 평범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2명의 괴한에 의해 습격을 받습니다. 한 여성이 자신들을 통해 빌려간 돈을 레보스키에게 갚으라며 변기에 그의 머리를 집어 넣고 협박합니다. 얼마 뒤 괴한들은 자신이 아끼던 러그(카페트)에 오줌을 갈기고 사라집니다. 영문을 모르던 레보스키는 자신이 이웃집에 사는 백만장자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의 집을 찾아갑니다.
백만장자 레보스키는 무슨 문제만 생기면 자신을 찾아와 돈을 뜯으러 온다며 일하지 않는 건달놈은 당장 나가라며 그를 내쫓습니다. 그러던 중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백만장자의 아내를 보게 되는 레보스키. 페디큐어를 바른 발을 그에게 들이밀며 입김으로 불어서 말려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은 레보스키는 비서에 의해 억지로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백만장자의 집에서 최고급 러그를 받아온 그는 춤을 추며 신나게 그 상황을 즐깁니다. 한편 볼링 연맹전 대회에 나가기 위해 모임을 가지는 레보스키. 월터는 말끝마다 "Shut the fuck up Donnie!" 라며 도니가 하는 말을 무시해 버립니다.
보라색 옷으로 중무장하고 볼링연습을 하던 변태 사나이는 볼링에 침을 묻히고 요상한 포즈로 볼링공을 닦습니다. 얼마 뒤 백만장자 레보스키의 아내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레보스키는 그의 집에 다시 방문하여 백만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납치범들에게 건네주고 오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됩니다.
월터는 그 여성이 꾸민 자작극이라고 확신하며 혼자 오라는 납치범들의 말을 무시하고 레보스키의 운전수 역할로 함께 동행하게 됩니다. 나무다리 왼쪽에 물건을 던지라는 납치범의 말에 월터는 자신의 속옷이 들어있는 가방을 던져 버립니다.
나중에 백만장자로부터 물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게 된 레보스키. 여성의 새끼 발가락이 절단된 채 배달이 된 걸 확인한 레보스키. 백만장자는 다시 한 번 그에게 기회를 줍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백만장자의 딸인 모드로부터 자신의 집을 방문해달라는 연락이 옵니다. 그녀는 독특한 의상을 입고 공중에서 날아오면서 바닥에 있는 도화지에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전위 예술가입니다. 그녀는 납치된 자신의 엄마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합의금으로 가져다 준 백만달러는 자신과 아버지가 운영하는 재단 비자금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게 됩니다.
월터와 레보스키가 차에 보관하고 있던 백만달러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워 놓아서 그런지 잠시 식당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이에 이미 없어진 뒤 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 소년이 그 돈을 훔쳐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소년의 집을 찾아가서 돈의 행방을 묻지만 묵묵부답인 소년의 모습에 분개한 월터는 집 앞에 세워진 차를 둔기로 박살을 내 버립니다.
한편 한 포르노업자의 집에 초대된 레보스키. 알고보니 백만장자 레보스키의 아내는 그 포르노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안 갚고 있다는 사실을 레보스키가 알게 됩니다. 화이트 러시안을 연거푸 두 잔을 들이킨 레보스키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꿈을 꾸게 됩니다.
백만장자 레보스키의 딸인 모드와 뜨거운 하룻 밤을 보낸 뒤 임신이 잘 되는 요가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레보스키. 환상 속에서 많은 여성들에게 호위를 받고 있는 모드에게 볼링을 가르쳐주며 즐거워하는 레보스키.
어느 날 볼링을 마치고 나온 월터, 레보스키, 도니 앞에 예전에 만났던 3인조 강도들이 다시 나타납니다. 레보스키의 차가 불타고 있었고 서로 싸움이 벌어지게 되었는데 무사히 강도들을 물리친 월터와 레보스키. 하지만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진 도니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도니의 장례식 때 제일 저렴한 유골함도 비싸다고 이야기하며 결국 레보스키가 자주 찾던 마트에서 통 하나를 구해서 도니의 유골을 담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바다 위 절벽 위에서 도니를 위해 마지막 추도식을 하던 월터는 자신이 참전한 베트남전쟁을 거론하며 이상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다가 바다쪽으로 날린 도니의 유골이 뒤에 서 있던 레보스키 얼굴에 뿌려지고 맙니다.
여느 때처럼 볼링을 즐기던 월터와 레보스키. 레보스키는 평소에 자주 마시던 화이트 러시안이 아닌 맥주를 마십니다. 마지막에 나레이터를 맡았던 배우가 등장하여 레보스키와 이야기를 나눈 뒤 독백을 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종 잡을 수 없는 이야기여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약간 멍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볼링공을 비롯하여 나뭇가지를 뭉쳐놓은 동그란 물체 등 원형의 형태를 띄고 있는 물건들이 자주 등장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이 없는 상태로 친구들과 볼링을 치는 게 일상인 레보스키는 대마초를 피기도 하고 자신이 즐겨 마시는 화이트 러시안을 입에 달고 살면서 겉으로는 굉장히 실패한 인생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자신과 이름이 같은 백만장자와 얽히게 되어 이야기는 급반전이 되는데 이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늘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월터, 월터가 소리를 지르면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도니, 이상한 옷차림과 제스처를 취하는 변태 아저씨,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전위 예술가 모드 등등.
특히 월터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자주 언급을 하고 이혼한 아내와의 약속으로 유대인으로 개종해서 안식의 날은 꼭 지켜야 한다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백만장자 레보스키와 딸 모드는 재단을 운영하며 부정한 돈을 모으고 있었고 도니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끝내 다하지 못한 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점.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장면들은 항상 볼링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자기 자신이 마치 대단하고 깨끗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들 모두 자기기만과 위선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게 된 이라크 전쟁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진실을 부정하는 당시 정권. 레보스키 장학 재단을 운영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는 백만장자는 사실 재단을 운영하면서 얻게 되는 비자금을 빼돌리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파렴치한 인물.
늘 원리, 원칙을 따지던 월터는 이혼했다는 아내에게 발목이 잡혀 아직도 헤어지지 못하고 같이 지낸다는 점. 전위 예술가로써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하는 모드는 레보스키와의 하룻밤을 통해 강제로 임신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려고 하는 모습.
이러한 정치적인 성향, 재산, 원리 원칙 등에서 탈피하여 레보스키는 오로지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백수신세로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최소한 남을 이용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으로 그려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나온 나뭇가지가 뭉친 동그란 물체는 계속 어딘가로 굴러가고 있을 것입니다. 지구촌의 수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인종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결국은 무에서 왔다가 무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감독님이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또한 영화의 초반에 볼링 경기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스트라이크를 치는 모습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언제나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며 오히려 공이 구멍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스페어를 처리할 수도 있는게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제프 브리지스, 존 굿맨, 스티브 부세미, 줄리앤 무어 배우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 출동한 작품이어서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코엔 형제 감독님의 독특한 연출력과 특유의 코미디적 요소, 그리고 흥겨운 음악까지 모두 즐길 수 있어서 인상깊게 봤습니다.
후기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