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노바디] - 인생의 기로에 선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토토의 천국]과 [제8요일]의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세번째 장편 영화라고 하죠?
간단하게 정의될 수 없는 영화지만 가장 간단하게 정의내리자면 [나비효과]의 철학적 성찰이 가득한 버전이라고나 할까요?
뭔가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사실 좀 만만찮은 영화임에는 분명한거 같습니다.
영화는 복잡하고 난해한 분위기로 일관합니다. 편집 때문에 더 그래보여요.
초반은 꼭 로맨스가 가미된 소프트 버전의 데이빗 린치 영화를 보는 듯 하더군요.
오프닝을 비둘기 심리효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시작부터가 관객에게 뭔가 범상치 않은 작품임을 알리고
이후에도 실존주의부터 나비효과 이론까지 철학적인 물음을 던져줍니다.
이것저것 철학적인 물음들과 실존주의, 비둘기 심리효과, 빅뱅이론, 끈이론, 나비효과 이론 등등을 거둬내면
사실 내용은 꽤나 단순한 편입니다. 몇가지 인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주인공이 선택한 결정에 따라 인생의 여러
결과들을 보여주는 더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꽤 오래전에 유행했던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 고민이라는게 대개 로맨스와 관계된 부분이란 점은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주인공 니모 노바디가 마치 다큐멘터리의 진행자처럼 빅뱅이론과 끈이론 등 과학적인 이론들을 설명하는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등장해서 (이 장면들도 결국에 가서는 촬영장을 비춰주면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희석시키긴 하지만)
뭔가 그럴싸하게 꾸며대지만 결국에 가서 큰 주제는 사랑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누구다 한번 정도 생각해보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고민을 다루긴 하는데 차라리 이 물음을 좀 더 팠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누구길래 3인칭 시점으로 내 삶을 관찰할 수 없는가? 뭐 이런 내용이었다면 좀 더 생각할꺼리가 있지
않았을까 하네요.
사용된 음악들도 너무 좋습니다. 가브리엘 포레의 파반느 부터 [할로윈]에 쓰여 유명한 'Mister Sandman'이 여러 버전으로
등장하고, (개중엔 락버전도 있더군요.) Pixies의 'Where Is My Mind' Buddy Holly의 'Everyday' Wallace Collection의
'Daydream' Nena의 '99 Lufballoons' Ella Fitzgerald의 'Into Each Life Some Rain Must Fall' Eurythmics의 'Sweet Dreams'
장르를 넘나들며 주옥같은 음악들이 수려한 영상들과 조화를 이루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한가지 단점을 들자면 이 모든 음악들과 이야기가 동어반복적으로 그려지다보니 나중엔 약간 지치기도 합니다.
게다가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이 영화 도대체 언제끝나.. 분명 재미없고 지루해서는 절대 아닌데 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해대니 (더더군다나 시간과 공간의 배열이 꼬이다보니) 혼란이 가중되면서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더군요.
이 영화는 절대 끝이 없을꺼야.. 끝나지 않을꺼야.. 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의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간만에 내놓은 작품에 너무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쿨하게 끝내지 못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배우로 넘어가보자면 우선 요즘 얼굴 보기 힘든 자레드 레토는 보는 것만으로도 반갑더군요.
자레드 레토는 니모 노바디의 장년의 나이때와 118세의 자연사를 목전에 앞둔 노년의 노바디를 연기하는데
원래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임은 알고 있었지만 새삼스레 연기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남자가 봐도 눈이 정말 예쁜 배우같습니다.
주노 템플이나 주노 템플의 성년을 연기하는 다이앤 크루거는 평소 예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두 여배우 모두 붉은 머리로 염색하니 인상이 훨씬 부드럽게 보이고 평소보다 더 이쁘게 보이더군요.
특히 주노 템플쪽이 더 예쁘게 나온거 같습니다.
사라 폴리는 맡은 역할이 비호감이라 징징대는 연기가 짜증나더군요.
물론 그녀의 연기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그랬을테지만..
반가운 배우 세명이 등장합니다.
거의 모든 영화에서 유쾌한 괴짜 모습을 보여줬던 리스 아이판스는 무기력한 아버지로 등장하고,
[인도차이나]의 린 단 팜과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전작 [제8요일]의 파스칼 뒤컨도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제8요일]이 96년 작품이라는걸 감안했을때 파스칼 뒤컨은 세월의 흔적이 별로 없더군요.
린 담 팜은 비중면에서 좀 아쉬웠습니다.
린 단 팜같은 경우는 필모를 찾아보니 같은 시기에 나온 [닌자 어쌔신]에도 출연진 목록에 올라있는데
단역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요.
게다가 눈여겨 볼 배우들도 몇명 있습니다.
우선 가장 눈이 가던 배우는 15살의 니모 노바디를 연기한 토미 렉보라는 배우입니다.
나이때에 맞지 않게 절절한 연기도 곧잘해내고 무엇보다 반항적인 눈빛이 인상적이더군요.
보면서 어느 배우를 닮은거 같은데 떠오르지가 않네요.
관리만 잘한다면 외모와 연기력이 출중한 아역 배우로 거듭나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더군요.
비둘기 심리효과니, 실존주의적 물음이니, 빅뱅이론이 어쩌구, 엔트로피가 어쩌구 거기다 나비효과까지 떡하니
던져주고, 수많은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되면서 여러가지 인생의 결과를 보여주지만 결론에 가서는 멜로가 가장 큰 주제였다는게
뒷통수 맞은 기분이지만 하지만 분명 매력적인 부분들이 더 많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이게 장점인지 부작용인지는 모르겠으나 감독의 전작을 다시보고 싶게끔 만드는 기묘한 매력을 지닌 영화이기도 한거 같습니다.
토미 렉보,코디 스밋 맥피 닮았다고 했다가 타박만 먹었네요.^^
주노 템플은 정말 예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