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벨벳 (Blue Velvet), 데이빗 린치, 1986, 미국] 참 이상한 세상이야 그렇지?(스포 있음)
영화는 블루벨벳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흰 팬스에 빨간 장미, 노란 수선화가 보여지며 소방차를 타고 가는 소방관 아저씨의 웃음, 그리고 집 앞 정원에서 호스로 물을 주고있는 아버지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수도꼭지가 막히고 높은 수압에 의해 호스에서 나오는 물을 얼굴에 맞은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집니다. 이어서 카메라는 수풀속으로 들어가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모습을 비춥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으로 향하는 제프리. 병원에서 나온 그는 수풀속에 떨어져있는 사람의 귀를 주워서 이웃집에 사는 윌리엄 형사에게 가져다 줍니다. 그러나 형사는 사건을 접수받고도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한편 윌리엄의 딸인 샌디가 제프리에게 잘린 귀 사건과 연관이있어 보이는 여가수 도로시의 아파트 위치를 알려줍니다. DEEP RIVER 아파트 710호에 몰래 침입한 제프리는 이내 도로시에게 발각이 되어 위험에 처하지만 어째서인지 도로시는 제프리와 함께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두번째 방문 때 제프리, 도로시, 프랭크가 마주하게 되는데 프랭크는 도로시의 남편과 아들을 납치한 상태이며 이따금씩 산소호흡기로 호흡을 하며 도로시에게 자신을 아버지이자 아기로 취급해달라고 강압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제프리는 도로시와 사랑에 빠졌다가 다시 샌디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비춰집니다.
이후에 프랭크는 제프리의 손에 죽게 되고 제프리는 샌디와 함께 지내게 되며 한마리의 새가 벌레를 부리에 물고 온 모습이 보여지며 영화의 첫 부분에 등장한 흰 팬스와 장미, 노란수선화, 소방관 아저씨의 모습이 다시 비춰진 뒤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마치 꿈과 현실에 대한 묘사를 하는듯한 서사구조여서 인상깊게 봤습니다. 우선 제프리-도로시-프랭크의 삼각관계를 통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프랭크는 도로시를 엄마로 생각했고 도로시는 제프리를 아들이자 남편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이를 증명합니다.
잘린 귀를 통해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며 시작되는 영화의 이야기는 꿈처럼 보였습니다. 빨간색, 푸른색의 색감이 대비를 이루면서 무언가 암시하는것 같았습니다.
개똥지빠귀가 등장하면 어둠의 세상에 한줄기 빛이 찾아온다는 의미의 대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중간에 "쳐다보지마" 라는 대사가 여러번 등장하는데 이것은 의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잠깐의 무의식을 경험하고자 사용한 말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흰 팬스와 장미, 노란 수선화가 영화의 앞과 뒤를 장식하는게 꿈으로 들어갔다가 마지막에는 현실로 빠져나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블루벨벳을 부르는 도로시. 그리고 프랭크의 친구인 벤이 부른 'In dreams'가 계속 머리 속에 멤돌 정도로 몽환적인 느낌이 충만한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벤은 노래를 직접 부르지 않고 립싱크하고 있는 부분, 도로시와 프랭크가 "쳐다보지마"라고 윽박지르는 대사들을 통해 어른세계로 진입하려고 하는 제프리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려 하고 스스로 지금의 상황을 견디고 이겨내라는 의미처럼 보였습니다.
아파트 이름을 DEEP RIVER로 지은건 깊은 강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써 무의식을 헤엄치는 느낌이 강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잘린 귀' 라는 모티브를 통해 영화는 시각이 아닌 청각적인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암시를 주는것 같습니다. 제프리 아버지가 운영하는 철물점에서 일하는 맹인 직원이 제프리가 보여준 손가락의 숫자를 단번에 맞출 수 있었던건 옆에서 다른 직원이 등 뒤에서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답을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이는 많은 부분들이 실제로는 부정확한 정보일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의미를 찾아낼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 등장한 한 장의 사진에 나온 인물을 범인으로 추정하는데 사실 그 사람은 프랭크가 변장을 한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눈으로 본 정보가 반드시 정확하지는 않을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또한 발사된 총과 그렇지 않은 총. 그리고 막힌 호스와 시원하게 뚫린 호스. 이러한 요소들은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사고로 병원에 있는 아버지와 집에 계신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원만한 부부생활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뒤 유사 아버지, 유사 어머니로써 프랭크, 도로시가 제프리 앞에 등장하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친상간의 요소도 내포되어 있으며 현실의 견고함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욕망이라는 세계를 대비해서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인 본능에 대한 모습들도 확인할수 있어서 굉장히 인상깊게 본 작품이였습니다.
---김중혁 작가님, 이동진 평론가님의 영화당 77회 '이상한 나라의 데이빗 린치편' 해설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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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른 시사회와 GV가 많았는데 눈물을 머금고 블루벨벳을 보고 왔는데 굉장히 인상깊었던 작품이였습니다~

저는 그때 보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렇게 특별전을 통해 관람을 하니 굉장히 인상깊은 작품이였습니다! 상징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해서 영화당에서 데이빗 린치 감독님에 관한 회차를 봤는데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것 같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