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일본 극장애니 '아수라' -반드시 봐야할 걸작-
- 이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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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장애니 '아수라' -반드시 봐야할 걸작-
0.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 기대작
일본 극장애니 ‘아수라’
감독: 사토 케이이치
일시: 2013년 9월 21일 토요일 오후 7시
장소: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2012년작으로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을 알게 된건, 2013년, 즉 올해 5월 경 이었다.
일본 극장 애니 개봉작은 웬만하면 챙겨보려 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더욱 인상 깊었다.
‘아수라’라는 제목부터 먼가 강렬한 느낌이었다.
웬지 피냄새가 진동하는 듯한 어둡고 칙칙하고 무거운 이름 아닌가.
포스터도 먼가 어둡고 칙칙하고 우울하고 무거웠다.
척봐도 음침하게 생긴 놈이 도끼를 들고 앉아있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제목밑에 조그맣게 쓰여진 문구도 인상적이었다.
‘짐승으로 태어나 인간이 되기 위해’
이렇게 좋은 문구를 왜 그렇게 쥐꼬리 만하게 써놨는지 모르겠다.
포스터 상단에 좀더 큼직하게 써놨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보통 국내에 개봉하는 일본 애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시놉시스도 먼가 심상치 않았다.
난세에 버려진 ‘아수라’라는 어린아이가 인간을 사냥해서 인육을 먹으며 살다가,
스님과 소녀를 만나 인간의 삶을 배워간다는 내용에 흥미가 갔다.
한편의 지옥도 같은 작품 같았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인간이 되는지 궁금했다.
아무리 봐도 해피엔딩이 되기는 힘들어 보였다.
제목도 포스터문구도 시놉시스도 고통과 번뇌와 방황으로 가득한 듯 했고
먼가 불교적인 분위기라서 신기했다. 불교에 대해 쥐뿔도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들도 호기심을 키우기 딱 좋았다.
1970년대에 연재한 원작만화가 판매금지를 먹으며 논란이 된 작품이라고 하니,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그랬을까 궁금했다.
실사로는 만들수조차 없다고 하니 더욱 궁금했다.
그렇다면 반드시 봐야할 작품이란 말 아닌가.
기대와 함께 개봉일만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데 극장에서 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홍보도 잘 안 하고 개봉관도 안 뜨다가,
언제 개봉했다가 내린건지도 모르게 그냥 사라져버렸다. 개봉을 하긴 했던 것인지...
이렇게 극장에서 볼 기회를 놓치나 싶었다.
그런데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이번에 영상자료원에서 블루레이 출시기념 특별상영전을 하는데,
이 작품이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지금 아니면 앞으로 두 번 다시 극장에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를 쓰고 시간내어 찾아가서 결국 보고 말았다.
1.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걸작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걸작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만큼 채워주는 작품이었다.
절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말 보기 드문 걸작이었다.
이 작품을 극장에서 놓쳤다면 정말 아까운 일이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오싹할 정도다.
반드시 봐야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아수라를 비롯하여 캐릭터들 하나하나 생생하고 깊이있게 잘 그려냈고
배경도 작품에 잘 어울리도록 표현했고, 스토리도 정말 잘 만든 작품이었다.
스타일이나 연출도 아주 잘 해낸 훌륭한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혼’이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인간의 고통과 번뇌와 방황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고민없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또한 그것을 잘 담아내고, 잘 표현해서 전달하는 작품이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울컥하는 작품이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음이 차오르게 하는 작품,
서러운 눈물이 흘러넘치게 하는, 가슴을 움직이는 작품이었다.
심장이 썩지 않는한 피눈물이 나올 듯한 작품이었다.
내 생애 이런 작품을 볼 수 있다는건 큰 행복이라 할 수 있었다.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반드시 봐야하는 작품이었다.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고 무겁고 감동적이다.
2. 절대로 지루하지 않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다.
일부 사람들은 이 작품을 웬지 지루할거 같다고 했다.
이 작품을 극장에 걸지 않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어떤 이유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건진 잘 모르겠다.
어째서 그렇게 느끼는지 한번 고민해볼 문제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건, 이 작품이 절대로 지루하지 않다는 거다.
절대로 지루할 틈이 없고,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는 거다.
웬지 불교적인 느낌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낀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크게 잘못 생각했다고 말 할 수 있다.
어째서 그런 선입견이 있는지 알 듯 말 듯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절대로 지루하지 않다.
불교 측에서는 이 작품에 상을 줘야 한다.
불교적 고민을 이렇게 재밌게 잘 만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내가 불교를 잘 모르니 맞는 말인진 모르겠다....
3. 잔인한 장면 없다. 잔인한 거 못 보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잔인한 장면은 직접 나오진 않는다. 전부 생략되어 암시만 해준다.
그러니 잔인한 장면 못 보는 사람도 아무런 걱정없이 볼 수 있다.
혹시라도 이게 국내로 들어올때 삭제된건진 모르겠지만 웬지 그런 것 같진 않다.
판매금지가 어쩌고 하길래 어떤가 싶었더니 고어 장면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상영금지에 대한 말도 들었다. 잔인해서 극장 개봉을 못 했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인지 어떤지는 확인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전혀 상영금지 될만한 작품은 아닌 듯하다.
원작만화도 어떤진 모르겠지만 이정도라면 판매금지는 좀 오버인 듯하다.
다만 장면 자체는 잔인하지 않은데 내용과 분위기가 참혹하고 비참하다.
그래서 직접 보여주는 장면 없이도 끔찍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래서 직접 보여주지 않는게 더 끔찍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작품은 잔인하다기 보다는 비극적인 작품이다.
아무튼 잔인한거 못 본다고 이 작품 안 봤던 사람들은 마음놓고 봐도 된다.
4. 취향 차이 불문하고 반드시 봐야할 걸작
보통 어떤 작품을 추천할때는 상대의 취향을 고려해서 추천한다.
내가 좋게 본 작품이라고 상대가 좋게 본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안 좋게 본 작품이라도 상대는 좋게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재밌게 본 작품을 말하는 것과, 남에게 추천작을 말하는 건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별로였던 작품을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씩 그런 취향의 차이를 떠나서 무조건 추천하는 작품들이 있다.
취향 차이 불문하고 꼭 한번쯤은 반드시 봐야할 작품들이 있다.
상대의 취향이 어떻든 무조건 추천하는 작품들이 있다.
보고 나서 후회하더라도 일단 최소한 한번은 봐야 하는 작품들이 있다.
한번쯤은 보고 나서 판단해야 하는 작품들이 있다.
세상엔 취향을 떠나서 반드시 봐야할 작품들이 있다.
내겐 이 작품이 딱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이 글을 보는 사람중,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디 한번쯤 꼭 보길 바란다. 어떻게든 보길 바란다.
이 작품은 정말 보기 드문 걸작이다. 취향을 떠나 잘 만든 작품이다.
인간으로서 한번은 봐야할 작품이고, 한번은 보고 생각해봐야할 작품이다.
5. 꿈도 희망도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품 속 세계
작품의 배경은 구체적으로 어느 특정 시대가 언급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세’라고 하니 대충 전국시대인가 보다 할 뿐이다.
어느 시대인진 중요하지 않다, 어떤 시대인지가 중요하다.
전쟁과 기근으로 황폐화된 세상을 보다보면 정말 세상이 곧 지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마 전국시대를 비롯한 모든 난세를 가장 정확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인 듯 하다.
낭만적인 영웅담 따위가 아니라, 비참하기만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사방이 불에 타서 황폐화되고, 사람들은 서로 물어뜯고 잡아먹으려 들고
굶주림에 지친 어미가 자신의 아기를 불에 구워 잡아먹으려 하는
그런 참혹하고 끔찍한 세상이다. 현실이 지옥이고 악몽인 세상이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신분이 높다며 배터지게 처먹고
누군가를 차별하고 멸시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주인공인 ‘아수라’라는 어린아이가 식인귀로 자라는건 이상하지 않다.
어미에게 잡아먹힐 뻔하다가 버려진 아기가 살아남기 위해 인간을 사냥하는 것도
인간을 사냥해서 인육을 먹고 사는 것도, 인간을 고기로만 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인간의 삶을 배울 수 없었던 아이가 그렇게 자라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애초에 인간의 삶을 배울 수 없는 세상이었다.
꿈도 희망도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세상이었다.
아수라는 이 세상에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존재였으며
이 세상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비참하고 끔찍하며 가슴 먹먹하고 비극적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아수라가 인간의 삶을 배워간다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참고로
9살정도 되는 아이가 어른 사냥 하는게 신기할수도 있지만
원래 인간은 도구와 머리를 사용해서 자신보다 큰 짐승을 사냥하지 않나.
6.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일본어 발음으로는 나무아미타부츠.
스님이 아수라에게 처음으로 가르쳐 준 한 마디다.
이 한 마디가 그렇게 가슴 먹먹할 줄 몰랐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어떤 의미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난 불교학자가 아니라 자세한 건 모른다.
대충 인터넷 검색해서 알 수 있는 정도밖엔 모른다.
아마 아수라보다 잘 알지 못 할거다.
그러니 이게 무슨 말인지는 각자 알아봐야 할 것이다.
다만, 알지는 못해도 느낄 수는 있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으나 가슴에 먹먹하게 스며든다.
7. 스님
짐승처럼 인간을 잡아먹으며 살던 아수라는 스님을 만나게 된다.
당연히 아수라에겐 스님도 다른 인간들처럼 먹이로밖에 보이지 않고,
잡아먹으려 달려들지만 이 스님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실패한다.
다른 사람 같으면 당연히 죽였을텐데 스님은 다른 선택을 한다.
죽이지 않고 오히려 목숨을 구해주고, 기절한 아수라를 간호해주고
따뜻한 음식을 요리해서 아수라에게 준다.
인간의 삶을 배우지 못하고 짐승처럼 살아가는 아수라를 보며
다른 인간을 잡아먹으며 살고, 다른 인간이 자신을 잡아먹을 것처럼 구는 아수라를 보며
아수라를 혐오하는 대신에 가슴아파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적으로 보는 아수라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인간의 말을 배우지 못한 아수라에게 이 한 마디를 가르쳐준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부츠)
스님이 아수라에게 따뜻한 국과 함께 가르쳐주는 이 한 마디.
이 한 마디를 처음으로 입에 담는 아수라를 보면 가슴이 울컥한다.
처음으로 배운 인간의 말, 나무아미타불을 말하는 아수라를 보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눈물이 차오를 수밖에 없다.
스님은 아수라에게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도 자꾸 되새김질 하도록 한다.
지금은 무슨 뜻인지 몰라도 언젠간 깨달을 수 있을거라 믿는다.
‘아수라’라는 이름도 지어준다.
이름조차 없이 살던 아이에게, 번뇌를 담은 이름 ‘아수라’를 지어준다.
인간이 서로 도우며 살아갈수도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아수라와의 스치는 인연을 소중히 하며
아수라가 점점 인간이 되어가는 것을 보며
아수라가 고통과 절망으로 울부짖을 때 다가와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준다.
그러한 괴로움이 인간임을 증명한다고 가르쳐준다.
짐승으로 살았던 아수라에게 인간의 삶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수라가 인간임을 가르쳐준다.
절대로 아수라가 갈 길을 대신 가주지 않는다.
다만 아수라가 스스로 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물론 다소 무리한다 싶은 장면도 있다.
아수라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동 중엔
자칫 잘못하다간 과다출혈과 파상풍 등 세균감염으로 죽기 딱 좋은 것도 있다...
이 작품은 스님의 나레이션으로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상당히 분위기 좋다. 또한 그만큼 이 작품에 스님의 비중은 크다.
출연 분량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장면 하나하나 결정적이다.
무엇보다 짐승으로 살던 아수라에게 인간의 길을 열어주는 결정적인 인물이다.
8. 와카사
가난한 소작농 집안의 딸 와카사
와카사는 아수라에게 스님과는 비슷한 듯 또다른 인간의 삶을 가르쳐준다.
다친 아수라를 치료해주고 따뜻한 밥을 주고 함께 어울려주고 숨겨주며
인간의 따뜻한 마음과 동시에 애절한 마음을 가르쳐준다.
와카사를 알게 된 후, 아수라는 인간의 정을 알게 된다.
처음으로 한 인간을 원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아낄 수 있게 된다.
아수라는 와카사가 가져다준 먹을 것보다도 와카사를 더욱 반가워한다.
먹고 마시고 생존하는게 삶의 전부였던 아수라에게 그 이상을 가르쳐준다.
이것은 아수라에게 기쁨과 동시에 슬픔도 가르쳐준다.
와카사를 통해서 아수라는 고통과 절망 등 인간의 괴로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인간의 욕망과 질투와 절망에 대해서도 가슴이 사무치도록 알게 한다.
그것은 아수라에게 인간으로서 또 다른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와카사를 통해 아수라는 처음으로 다른 인간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게 된다.
와카사 때문에 슬퍼하고 화를 내는 아수라의 모습
와카사가 자신에게 화를 내자 절망하는 아수라의 모습
와카사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울부짖는 아수라의 모습
와카사로 인한 아수라의 다양한 모습들은 가슴을 울린다.
참으로 신기하다.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소작농의 딸이면 하루종일 햇빛 아래서 밭일을 하니까
당연히 피부가 새까맣게 탔을 텐데, 작품속의 와카사는 새하얀 피부다.
평소 같으면 그게 참 말도 안 된다고 따질텐데
이상하게 이번엔 그게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다.
물론 피부가 까맸어도 좋았겠지만
어쩐지 내 눈엔 아수라와 마찬가지로 와카사가 눈부시게 빛나 보였다.
그래서 와카사가 아수라 마음을 몰라주고, 아수라 말을 믿지 않는 장면에선
답답하고 화가 났다. 울분이 터질 것만 같았다.
물론 말이 되는건지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다.
9살 때까지 말을 못 배운 아이가 쉽게 말을 배우기는 어려운 걸로 아는데,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조금 의문이다.
9. 아수라보다 역겨운 마을 사람들
아수라보다 마을 사람들이 훨씬 역겨웠다.
자신들이 아수라같은 인간보다 훨씬 나은 줄 착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들은 아수라보다 역겹고 추하고 혐오스럽고 찌질하다.
소작농들이나 지주인지 관리인인지 하는 높은 놈들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는 뼈빠지게 일해도 굶주림에 허덕이고
누구는 높은 사람이란 이유로 쌀을 쌓아놓고 배터지게 살고
그래놓고 자기가 높은 사람이라고 낮은 사람 멸시하는 꼴도 가소롭고
그런 놈들에게 설설 기면서 여차하면 서로 물어뜯고
지들보다 약한 자를 먹이로 삼으려는 꼬라지도 찌질하고 역겹기 짝이 없다.
배고파서 뒈질 것 같으면 폭동이라도 일으켜야 하는 거다.
마을 사람들 모습은 인간은 커녕 짐승만도 못했다.
특히 와카사의 애비가 정말 추하다.
처음엔 딸을 팔라는 소리에 화를 내더니 나중엔 생각이 바뀌고
딸이 죽어가는데 자기 배는 채우려 들고, 먹을 거 같다준 아수라를 배신하고
평소에 자기 딸에게 근엄한 척했나 본데 같잖고 찌질해서 불쌍할 정도다.
아수라가 울부짖은 대로 인간은 서로 잡아먹으며 산다는걸 보여주는 듯 했다.
10. 짐승으로 태어나 인간이 되기 위해
‘짐승으로 태어나 인간이 되기 위해’
포스터에 적힌 이 문구가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참혹한 지옥도를 통해 인간답게 산다는게 어떤건지 고민을 가득 담은 작품이다.
지옥같은 세상에서 인간의 삶을 배워가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도대체 인간의 삶이란게 먼지, 어떤게 인간다운 건지, 어떻게 인간답게 살지
그런 건 모두 대답하기 참 어려운 문제들이다.
당연히 이 작품에서도 그런 의문만을 던지고 생각해보게 할 뿐
어떤 속시원한 대답이나 결론을 내려주진 않는다.
그렇게 어려운 것에 대한 대답을 바라는거 자체가 무리한 거다.
그런건 각자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고민할 문제다.
평생 가도 답이 안 나올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면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11. 불교적 세계관
이 작품은 불교적 세계관을 담은 작품 같다.
위에서 말했듯 불교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내가 자꾸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진 몰겠다.
내가 무슨 불교학자도 아닌데 이런 소리를 해대니,
진짜 전문가들이 보면 황당할 수도 있다.
다만 나같은 일반인이 보고 느끼기엔 이 작품은 불교적 가르침을
재미있게(?) 쉽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는 작품 아닌가 싶다.
정답은 주지 못해도 그러한 고민을 한번이라도 하게 한다면 좋은거 아닐까.
나는 깨달음도 모르고 해탈도 모른다.
당연하다. 내가 그걸 알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나.
다만 아수라는 충분히 깨달음을 얻고 해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육을 먹어야 할 만큼 극한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야말로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난세가 끝나고 이제 수백년이 세월이 흘렀다.
지금쯤은 아수라가 극락왕생하고 있기를 바란다.
정확히 말하면 불교적이기만 한건 아니고
보편적인 인간의 고민을 담은 작품일수도 있다.
불교란게 아예 딴 세상에서 온 건 아닐테니 그게 더 타당할수도 있겠다.
쥐뿔도 모르는 불교 어쩌고 얘기하려니 참 힘들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잘난척하면 안 된다.
그래도 빼먹을 수 없는 부분이라 무리해서 언급하는 거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고 반대하며 그것은 불교도 마찬가지다.
종교로서의 불교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그러니 이 작품이 불교적이라는게 종교적이라는 것은 아니며
그렇기에 특정 종교 같은걸 떠나 누구나 한번쯤 봐야할 작품이다.
그러니 종교같은거 상관없이 꼭 한번 이 작품을 감상하길 바란다.
12. 원작 만화 보고 싶다
원작만화가 1970년대 만화라는거 같은데
상영중에 보인 제목엔 왜 since 1956(?)이란 표기가 되있는지 모르겠다.
원작만화도 나가이 고 만화를 볼때 그렇게 심의가 빡빡하진 않았던 걸로 아는데
왜 판매금지를 먹었다는 건지 모르겠다.
애니로 만들때 순화한 건진 모르겠지만 대략 이정도 수준이면
딱히 그럴만한 작품도 아닌데 말이다. 좀 오바한거 아닌가 싶다.
내가 등급제나 심의제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라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정식발매 될지는 모르겠지만 원작만화가 궁금하고 보고 싶다.
13. 인생의 쓴 맛을 느낀 사람과 청소년 필수 관람 작품
인생이 고달프다고 느꼈던 사람이나
세상이 역겹고 더럽다고 느꼈던 사람이나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해본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
인생의 쓴 맛을 한번이라도 느꼈던 사람들에겐 특히 이 작품을 추천한다.
남들 보기에도 그런지, 객관적인지, 그냥 혼자만의 엄살인지 그딴건 중요치 않다.
한 인간의 고통은 그 자신만이 판단할 수 있을 뿐이고
다른 인간들이 오지랖 떠는건 찌질대는 것에 불과하니 무시해도 된다.
특히 청소년, 중고등학생들은 필수로 관람해야 할 작품이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일텐데, 미성년자야 말로 반드시 관람해야 할 작품이다.
‘어린 넘들이 감히’ ‘어린 것들이 무슨 인생의 쓴 맛이야’라는 찌질이들은 무시해야 한다.
10대 사춘기야말로 이 작품을 필수로 관람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4. 결말도 가슴 먹먹한 여운이 남는다.
결말은 사람에 따라 너무 질질 끈거 아니냐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나름 괜찮은 듯한 결말이었고 가슴이 먹먹한 여운이 남는다.
꽤 괜찮은 결말 아니었나 싶고, 이 작품에 어울리는 결말이었던 것 같다.
15. 엔딩크레딧은 좋은데 엔딩 음악은 좀 안 어울린다.
엔딩크레딧에서 작품속 장면들을 보여주는건 좋았다.
쿠키영상도 있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선 아무말 안 하겠다....그냥 뭐....
다만 엔딩음악은 좀 안 어울리는거 아닌가 싶다.
가사없는 연주곡이 낳지 않았을까 싶다. 혹시 ‘어른의 사정’으로 삽입된 곡인가.
가사번역 자막이 나오는건 좋다.
요즘 일본 극장애니 개봉할 때 엔딩곡 가사번역 자막을 넣어주는 경향이 보인다.
늑대아이도 그랬고, 코쿠리고 언덕에서도, 후세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이유가 멀까 알듯 말듯 해서 궁금하다.
16. 여진구가 실사판에 출연한다면 어떨까
만약에 이 작품이 실사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주인공인 ‘아수라’역에는 누가 어울릴까 생각해봤는데
내가 아역배우들, 특히 남자 아역배우들, 특히 일본 남자 아역배우들을 잘 몰라서일까
‘여진구’가 뜬금없이 떠올랐다.
만약 ‘여진구’가 실사영화에서 주인공 ‘아수라’를 맡으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특히 좀더 어릴적의 여진구라면 더욱 딱인 거 같다.
물론 캐릭터 나이 설정을 조금만 바꿔도 괜찮을거 같기도 하다.
눈매도 얼굴도 포스도 그렇고, 연기력도 여진구라면 딱일 거 같다.
다만 현지화 하지않고, 일본어로 연기한다면 어떨지 모르겠다.
언어의 장벽이란 생각보다 넘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근데 웬지 여진구라면 그런 장벽을 넘을 수도 있을 거 같다.
여진구는 먼가 일그러진 역할에 잘 어울리는 마스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여진구라면 이런 캐릭터도 잘 소화해낼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론
기대했던 만큼 훌륭한 걸작
취향 불문하고 꼭 한번 봐야할 걸작
청소년 필수 관람해야 할 걸작
정말 보기드문 걸작
댓글 15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극찬을 하시는 걸 보니 정말 걸작인가 봅니다.
영상자료원에서 아수라를 하는 걸 알기는 했는데 몇 달 전에 본, 같은 불교 영화인 '붓다, 싯다르타의 모험'이 떠올라 관심을 꺼버렸었네요. ㅠㅠ 아까워라... 걸작인 줄 알았으면 저도 갔을 텐데 ^^; 붓다가 워낙 망작이라서...
여진구와 어울리는 주인공이라니...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이것도 저의 생각이니 다른 사람 평은 알 수 없죠
하지만 후회하더라도 꼭 한번 보기를 권할 만한 작품입니다.
‘붓다, 싯다르타의 모험’이 어떤진 안 봐서 모르지만
만약 제 선입견대로의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적이란 말은 넣을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사실 불교적이라해도 종교적인 작품은 아니니깐요.
종교를 초월한 작품이기에 신중해야 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잘 전달된건진 모르겠습니다.
스님들이나 불교학자분과 보고서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고픈 작품입니다.
그 외 여러 사람들과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눠보고픈 작품이고요.
솔직히 제 생각엔 가족들과도 같이 보고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작품입니다.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들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체만 봐선 여진구씨가 떠오르기 힘들 수도 있겠네요.
여진구씨는 포스가 있는 배우 같습니다.
흔한 꽃미남 배우가 아닙니다. 눈빛이 번들거리는 배우죠.
그래서 화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꼭 봐야겠어요!! 저도 애니메이션 정말 좋아해서 찾아서 보는데 또 보고싶은 애니가 생겨 기쁩니다~
라래리님의 감상도 매우 궁금합니다~
꼭 한번 보시고 감상 올려주시길 부탁합니다
애니를 좋아하신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어두운 영화나 애니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선뜻 볼 생각이 안 들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봐야겠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ㅎㅎ
제가 재밌게 봤던 것도 많고 기대가 가는 것도 많았습니다
이제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들 많이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으헉!! 저도 잊고 있었던 고대문서들!!!^^;;;
제가 그래도 한 10년 익무 회원이었지 말입니다.ㅋ
전엔 못 쓰는 글이라도 영화 리뷰도 많이 남겼던것 같은데
요즘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맨날 먹사만 남기고 있네요.ㅠ
제가 자주는 못 들어오더라도 들어올때마다 영화 얘기도 좀 해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관심 감사해요 우진님!^^

극찬을 하시니 기회가 되면 꼭 봐야겠네요. 좋은 작품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꼭 한번 보시고 감상평 기대합니다~
1956 은 아수라를 제작한 '도에이 애니'의 창립년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