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와 파프리카가 뽑은 호러 영화 탑 5 + 듀나님 어둠의 딸들 리뷰
듀나와 파프리카가 뽑은 호러 영화 탑 5입니다. 가나다 순이며 '가장 무서운' 영화나 '가장 끔찍한' 영화를 뽑은 건 아니라는 점을 밝혀드리고 싶군요. 그저 처음 보았을 때 인상이 좋았던 영화들 중 가장 먼저 생각난 5편입니다. 아래에 언급한 다섯 영화들 보다 더 좋았지만 빼먹은 작품들도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에요.
*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I Walked with A Zombie)
발 류튼 호러 영화들에는 요새 이 장르 영화들이 상실한 로맨티시즘이 철철 넘쳐흐릅니다. 그네들이 만들어낸 흑백 화면 속에서 번뜩이는 요란한 천둥번개와 고성들과 유령들과 로맨틱하게과장된 배경음악들을 이 장르의 현대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서글프기까지 하죠.
이 반쯤은 로맨틱하고 반쯤은 허풍스러운 제목을 가진 영화는 멋진 장르 감독이었던 자끄 뚜르네의 작품입니다. 그의 또 다른 고전 호러로는 오리지널 [캣 피플]도 있는데, 저희한테는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쪽이 더 좋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캣 피플]의 충격 요법이 현대 멀티미디어가 가하는 무차별적인 폭력에 무뎌질 대로 무뎌진 요새 관객들에게 그리 잘 먹히지 않는 것에 비해(그래도 저희는 그 영화의 몇몇 장면들이 참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는 로맨틱한 스토리에 대부분의 효과를 의존하고 있는데, 아마 그게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사실 이 영화는 [제인 에어]의 배경을 서인도로 옮기고 거기다가 좀비 몇 명을 푼 것에 불과합니다. 이 영화의 제인 에어는 캐나다에서 온 간호사고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는 좀비죠. 프랜시스디가 연기하는 여주인공은 당연히 환자의 남편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의 윤리와 의무감이 그 사랑을 가로막습니다. 물론 영화 끝에 이 둘은 맺어지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로맨틱한 구식 영화들의 모든 수법들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언젠가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인데 유감스럽게도 구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인터넷으로 주문하려던 저희의 최초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다시 한 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는 점점 기억이 흐릿해져가는 이 허풍스럽게 로맨틱한 영화를 다시 보아도 예전처럼 즐길 수 있을런지 궁금하거든요.
* 데드 얼라이브 (Dead Alive, Braindead)
구역질 나는 건 사실 [베드 테이스트(고무인간의 최후)]가 훨씬 지독합니다. [베드 테이스트] 특유의 저예산 냄새가 풀풀나는 폭력과 그 구토물(웩!) 장면 같은 건 정말 지금 생각해도 역겨워요. 그에 비하면 [데드 얼라이브]는 날씬하게 짜여진 스토리와 세련된 특수 효과(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부분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그리고 '직업 배우들'의 연기 때문에 훨씬 주류 영화로 보입니다. 주류 영화치고는 사지 절단이 지나치게 많이 난무하지만 그거야 뭐 어떻습니까? 다들 좀비들인데.
저희가 [데드 얼라이브]를 즐겁게 보는 이유는 사실 죽어나가고 사지절단 되는쪽이 좀비지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이러니 저희는 죽었다 깨어나도 골수 호러 팬이 못 될 겁니다.) 별다른 양심의 가책이나 구토 증세없이 피가 튀고 사방에 신체 장기가 튀는 장면들을 낄낄거리며 구경하는 것도 나름대로 꽤 즐거운 경험이에요. 롤러코스터 시뮬레이터에 탄 기분이라고 할까요?
* 사이코 (Psycho)
처음 보았을 때는 엄청났던 이 영화의 충격 효과들은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이유로 바래진 구석이 있습니다. 이러한 감퇴는 호러 영화 장르가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하는 필연적 운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이코]는 여전히 근사한 작품입니다. 작은 영화지만 (구하기 쉬운 배우들을 끌어들여 텔레비전 드라마 찍듯 후닥닥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너무나도 순수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살인 장면들의 자극성은 조금 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디테일은, 거만하게 관객들을 흔들어대는 그 수법들은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 충격효과 때문에 그런 것들이 더 잘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조지 로메로의 좀비 3부작 중 국내 호러 팬들에게 가장 있기가 있는 것은 아무래도 제2부인 [Dawn of the Dead]일 겁니다. 국내 장르 팬들을 만족시킬만큼 잔인무도하기 이를 데 없을 뿐만 아니라 완성도도 상당히 높으니까요. 3부인 [Day of the Dead]도 잔인무도하긴 마찬가지만 좀 싱거운 데가 있고 1부인 [Night of the Living Dead]는 세월의 때가 묻어, 피가 튕기는 잔인무도함을 즐기는 현대 관객들을 그렇게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알 게 뭐에요? 저희는 1부가 훨씬 좋습니다. 이불 속에서 덜덜 떨면서 AFKN의 금요일밤 심야 호러 영화(요새는 왜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로 처음 보았을 때 받았던 기억이 워낙 강해서이기도 하겠지만, 흑백 화면과 싸구려 세트가 주는 그 황량한 분위기가 참 좋았기 때문이랍니다. 2,3 부에서는 칼라와 찬란한 고어 때문에 그 황량함이 사라져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이런 영화가 당시에는 ne plus ultra였다니, 세상 참 많이 변했어요. 언제까지 나가야 한계가 올까요? 어딘가 끝이 있기는 있을텐데...
* 어둠의 딸들 (Daughters of Darkness)
해리 쿠멜 감독의 이 벨기에 영화가 국내에 다른 제목으로 출시된 적이 있다고 들은 적 있는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확인한 적은 없습니다. 한 번 청계천을 뒤져봐야 할까요? 흠... 그렇게까지 부지런하게 발품 팔 생각까지는 없습니다.
걸작은 아닙니다. 약간 노출이 심한 구닥다리 흡혈귀 영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한 신혼부부가 호텔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엘리자베트 바토리 백작부인(네! 바로 그 전설적인 바토리 백작부인입니다!)와 그녀의 비서를 만납니다. 백작부인은 당연히 신부를 유혹하고 그 결과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는 전형적인 피의 잔치가 벌어지죠. 스토리 자체는 괜찮기는 한데, 시간 배분이 엉망이어서 결코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늘어지는게 좀 짜증이 나긴 해요.
그런데도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이 그렇게 강한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엘리자베트 바토리를 연기한 델핀 세이릭입니다. 의식적으로 마를레네 디트리히를 흉내내는 구석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흉내가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세이릭이 뿜어내는 그 배우 특유의 어떤 분위기(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으으)가 너무 좋았어요. 세이릭은 별다른 허풍을 떨지도 않고 폼도 잡지 않으면서 (바토리 백작부인은 단 한 번도 자기를 흡혈귀라고 밝히지는 않고 뾰족한 송곳니 같은 건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데카당스하고 우아한 흡혈귀를 창조해내는 데에 멋지게 성공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과 동성애에 대한 재치있는 언급도 지금와서 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어딜가도 화질 좋은 비디오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요. 게다가 그 비디오들의 러닝타임들이 모두 제각각이라나요!(9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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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딸들 Daughters of Darkness (1971) * * *
1.
저번 호러 영화 탑 5를 뽑는 행사에 참여했을 때, 이 영화에 대해 한 번 이야기 한 적이 있지요? 그 때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다 제각각이라고 저희가 불평한 걸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 정보를 수정해야겠습니다. 얼마 전에 Anchor Bay라는 회사에서 이 영화의 감독판을 출시했답니다. 감독판이라지만 새로 편집했거나 추가했다는 뜻은 아니고 유럽 개봉 당시의 판본이라는 뜻인 모양입니다. 상영시간은 100분이고 레터 박스군요.
본 지 7년이 넘게 지났고 델핀느 세이릭의 영화를 하나 가지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아서 그 영화를 구해서 다시 보았답니다. 그리고 나서 이 글을 쓰는 건데요... (참, 스포일러가 조금 있어요. 내용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마세요.)
2.
일단 엘리자베트 바토리 백작부인이라는 인물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고 넘어가죠. 엉뚱하게 유명해진 드라큘라와는 달리, 16세기에 살았던 이 헝가리 여성은 진짜 흡혈귀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처녀들을 납치 살해한 뒤에 그 피를 마시고 목욕을 했대요. 그 사이비 회춘 요법 때문에 살해된 여자들이 수 백명에 달한다니 정말 호러 영화가 따로 없죠.
하여간 이 사람은 그 뒤로 당연히 호러 영화나 소설의 단골 손님이 되었습니다. [어둠의 딸들]은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죠. 그 외에 잉그리드 피트 주연으로 [드라큘라 백작부인]이라는 제목의(그러나 드라큘라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해머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이에는 미치지 못하나 봅니다.
3.
영화의 내용은 전에 top 5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습니다. 신혼부부인 발레리와 스테판이 텅 빈 호텔에서 자신을 바토리 백작부인이라고 자칭하는 한 여성과 그녀의 비서 일로나를 만나는데, 일이 꼬이고 꼬이다가 결국 피터지는 일이 일어난다는 거죠.
문제는 저희가 7년 전에 본 삭제판과 100분 짜리 감독판과의 차이일텐데... 솔직히 저희는 뭐가 잘렸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유명한 샤워실 장면의 노출이 좀 잘렸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에도 '볼 것은 다 봤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상영시 삭제판은 아마 지루한 부분을 자른 것이 아니었을까요? 전에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좀 느린 편이니까요.
4.
[어둠의 딸들]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요소는 그 치고 빠지는 수법이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주인공 바토리 백작부인을 처리하는 방법을 보세요. 감독 해리 쿠멜은 이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에 모든 전형적 흡혈귀 영화의 수법을 다 쓰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지 않고 햇빛과 흐르는 물을 두려워 하고... 게다가 박쥐 망토까지.
하지만 바토리 백작 부인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으며 그녀가 벌이는 모든 일들엔 나름대로 꽤 그럴싸한 핑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바토리 백작 부인의 송곳니를 단 한 번도 볼 수 없고, 발레리가 과연 백작부인에게 물렸는지도 백작부인에게 받은 쵸커 목걸이 때문에 확인할 수 없죠.
이 때문에 이 영화의 스토리는 이중적이 됩니다. 백작부인이 "내가 무슨 구울족이나 흡혈귀인 줄 알아요?"라고 스테판을 을러댈 때, 그녀는 마치 패를 드러내고 하는 포커 게임을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몇몇 부분은 그런 종류의 노골적인 면들 때문에 아주 재미있어요. 스테판이 모래밭에 일로나의 시체를 묻는 동안 백작부인이 박쥐 망토로 발레리를 감싸안는 장면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 게임은 델핀느 세이릭의 연기 스타일 때문에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크리스토퍼 리나 벨라 르고시와는 달리, 세이릭은 이 역을 그렇게 진지하게 연기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마를레네 디트리히와 같은 30년대 클래식 헐리웃의 이미지와 호러 영화의 매너리즘을 적당히 뒤섞어서 자기만의 유쾌한 흡혈귀 이미지를 창조하는데, 배우 자신이 이 역을 흥겹게 즐기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자칫하면 경박해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세이릭은 사태를 그렇게까지 방치해둘 만큼 안이한 배우는 아닙니다. 흥겹게 놀면서도 그녀는 캐릭터를 흐뜨러뜨리거나 힘을 빼는 실수 따위는 저지르지 않습니다.
5.
스테판도 영화에 상당한 비틀림을 제공해주는 인물입니다. 우선 우리는 이 친구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인간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린 꽤 많은 정보들을 얻지만 그 모든 것들은 쉽게 연결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가 살해당한 여자의 시체에 매혹되는 걸 봅니다. 우리는 그의 '어머니'가 사실은 늙은 트렌스베스타이트 남성이라는 걸 압니다. 우리는 그에게 상당히 새디스틱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종합해봐도 그는 여전히 하나의 캐릭터가 되지 않습니다.
대충 연결하면 뭔가 나오겠죠. 하지만 이런 어긋난 벽돌들이란 원래 영화를 뭔가 그럴싸하게 보이게 만드는 가장 상식적인 도구입니다. 그러니 그 개별 벽돌들을 즐기는 편이 가장 솔직하고 생산적인 일이겠죠. 그러나 스테판을 단순히 폭력적인 메일 쇼비니스트로 치고 넘어가는 것은 설정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런지요.
6.
[어둠의 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SM 클럽에 들어온 기분이 듭니다. 가죽 부츠와 망토 같은 페티시의 대상들이 잔뜩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간관계들이 사도 매저키즘과 지배/굴종의 패턴에서 벗어나지를 않기 때문이지요.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는 발레리와 스테판의 관계는 너무 쉽게 보입니다. 백작부인과 일로나의 관계는 그들보다 더 SM 풍이고요. 말이 비서지, 일로나는 백작부인의 노예나 다름없잖아요? 게다가 스테판과 그의 '엄마' 사이의 관계도 있지요. :-)
백작부인 - 발레리 - 스테판의 삼각관계에도 '사랑' 따위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이 삼각관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후반부에서도 발레리는 결코 의지가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발레리가 스테판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은 자유를 얻는 과정이 아니라 단순히 소유권 변경의 과정일 뿐입니다. 심지어 자동차 사고 이후 백작부인의 역할을 넘겨 받은 뒤에도, 그녀는 백작 부인의 목소리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7.
이 영화에는 꽤 많은 성적 뒤틀림이 들어있습니다. [팝콘 Q]의 평론가는 '페미니스트 테마를 표출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반남성적이다'라고 간단하게 결론짓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겠지요. 그러나 스테판과 발레리의 스트레이트한 관계가 비정상적이고 파괴적으로 묘사되는 반면, 백작부인과 발레리의 동성애 관계가 나름대로 위엄을 잃지 않는 수준에서 그려지는 걸 보면(하긴 필수적인 애매함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듯 합니다. 스테판에게 점차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생매장, 살인)이 별다른 불쾌감없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그가 워낙에 성질 더럽게 그려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당초부터 이 영화의 분위기가 그런 감정으로 관객을 끌고가기 때문입니다(특히 스테판이 일로나의 시체와 함께 모래 속에 묻히는 장면을 보면 쌤통이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물론 이 영화가 또다른 '사악한 레즈비언 Lesbian Evil' 이야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애당초부터 레즈비언 흡혈귀라는 스테레오 타입이 반여성적, 반동성애적 판타지의 일부였으니까요. 하지만 세상 어떤 것도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 대한 게이 관객들의 반응은 늘 좋은 편이었습니다. 보니 짐머만은 [점프 컷]에 실린 이 영화의 평에서 "[이 영화에 나오는] 흡혈귀 스테레오 타입의 부정적인 요소들은 관객이 레즈비언이며 페미니스트일 경우 감소한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요.
특정 대상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그 대상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특정 영화에서 마음드는 요소들을 뽑아내는 것은 관객의 역할이며 권리지요.
8.
이 영화의 결말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일단 너무 성급하게 결말을 지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백작부인의 죽음이라는 결말 자체가 캐릭터나 영화의 스토리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에필로그가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수준의 순환을 기대하게 만드므로 (특히 호텔 지배인의 목격담을 생각해보세요) 백작부인은 끝까지 등장시키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게다가 발레리를 연기한 다니엘 위메(왕년에 미스 캐나다였다고 하네요)에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이 캐릭터가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역할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강한 성격을 주는 편이 결말을 위해서도 그녀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보다 절실하게 느껴지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위메는 그냥 힘없이 스크린 이곳저곳을 방황하기만 합니다.
9.
이 영화를 본 뒤, 토니 스코트의 [헝거]를 보면서 스코트가 이 영화에서 무얼 베꼈나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사실 저희도 다음 글에서 그 짓을 하려고 합니다.
델핀느 세이릭의 나른한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갑자기 옛날 프랑스 문화원이 그리워지더군요. [뮤리엘]이나 [지난날 마리앵바드에서]와 같은 영화들을 다 거기서 봤는데 말이에요. 요새는 자막도 없는 비디오만 죽어라고 틀어대니 거기에 갈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아요. :-( (9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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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님의 예전 글인데, 두 글이 서로 연관되어 있어서 묶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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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처구니없게 잔인하면서도
웃기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