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3
  • 쓰기
  • 검색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초간단 리뷰

수위아저씨
4111 4 3

animepaper_netpicture-standard-anime-ASDFSFDmelancholy-of-h.jpg

 

0.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리뷰를 쓰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럽다. 시리즈를 통째로 학습하지 않은 '머글'의 입장에서 글을 함부로 놀렸다가는 "쥐뿔도 모르는게 나댄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는대로 리뷰를 쓰자"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전 '마크로스 플러스'나 '파이널 판타지:어드벤트 칠드런', '파이널 판타지:킹스글레이브'를 쓸 때도 나는 시리즈에 대한 이해가 없이, 보이는대로 리뷰를 끄적인 바 있다. 

 

1. 스즈미야 하루히. 얘기는 많이 들어본 분이다. 한때 꽤 우울했다고 말만 들었지 실제로 활약상을 본 적은 없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을 보게 된 계기를 밝힐 순 없지만 정말 우연히 보게 됐다. 일단 시작부터 다짜고짜 추워하는 주인공 쿈(스기타 토모카즈)의 한탄으로 시작한다. '너의 이름은'을 떠올리게도 하는 첫 장면이지만 꽤 아저씨같은 쿈의 목소리 때문에 빠르게 '너의 이름은'은 지울 수 있었다. 이 첫 장면부터 나를 끌어 당긴 것은 다름 아닌 나레이션이었다. 번역을 잘한건지 원래 대사를 잘 쓴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나레이션과 대사들이 처음부터 맛깔나게 이어진다. 내 시선을 끌어 당긴 것은 그림도 목소리도 아닌 대사의 '문장력'이었다. 

 

2. 영화를 보기 전, 나는 "하이틴 로맨스물치고는 색감이 건조하군"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원색적인, 튀는 컬러감은 아니었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색감은 더욱 건조한 무채색으로 변했다. 그제서야 깨닫게 된 사실은 "이거...평범한 하이틴 로맨스가 아니잖아"라는 것이다. 평행우주인지 타임패러독스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더니 이야기는 갑자기 미스테리 스릴러로 흘러가버린다. 그리고 '스즈미야 하루히(히라노 아야)가 사라진 세계'에 떨어진 쿈은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딱히 마땅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모험'이라기엔 그리 신나지도 않는다). 

 

3. 이 이야기의 플롯이 평행우주와 타임 패러독스라면 이것은 굉장히 끝내주는 이야기를 가진 작품이다. 이전에 등장한 유사한 이야기들을 통틀어 꽤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여기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전작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과 연관성이다. 물론 나는 전작을 보지 못했지만 이 이야기를 보면서 전작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부분이 여럿 관찰됐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전작과 합쳐졌을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이야기라는 것이다. 마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속 이야기의 틈새를 파고들어 메꿔낸, 훌륭한 '보충설명서'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엉뚱하게도 이 이야기를 본 후, 나는 전작이 무척 궁금해졌다. 

 

4. 아재인 나에게 솔직히 지금 저패니메이션은 다소 부담스럽다. '아키라'나 '공각기동대', '왕립우주군', '3X3아이즈', '시티헌터', '드래곤볼', '북두신권' 등을 보고 자란 나에게 큰 눈을 가진 귀여운 소녀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대단히 어색하다. 마치 강경옥이나 박희정 작가의 만화책을 보는 것처럼 "이래도 되나" 싶은 기분이 강하게 든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편견'은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 등 저패니메이션의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은 "저것은 내가 볼 작품이 아니다"라는 점이었다. 큰 눈에 귀여운 소녀들을 보면 '팔기 좋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러브라이브'라는 작품의 이미지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과 같다). 우선 나는 이런 편견에 사과해야 할 것 같다. 

 

5. '스즈미야 하루히'의 이야기가 가진 파괴력을 접하고 나니 저 옛날 사토시 곤의 작품들이 떠오를 지경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사토시 곤을 찬양하는 '덕후'이며 '스즈미야 하루히'는 사토시 곤의 작품들보다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야기를 비틀면서 지능적으로 풀어가는 능력은 사토시 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작화의 감각적인 표현력은 일부 지점에서 사토시 곤의 작품들보다 앞서기까지 한다. 이쯤되면 대체 내가 어쩌다가 이제서야 이걸 보게 됐는지 안타까울 지경이다. 

 

6.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드는 이유는, '소실'에서는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해 알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스즈미야 하루히가 사라져버린 이야기다. 이야기의 상당 부분에서 스즈미야 하루히는 사라져 있거나 실제와 다른 아이로 등장한다. 여러 덕후들을 매료시킨 스즈미야 하루히와 나가토 유키(치하라 미노리), 아사히나 미쿠루(고토 유코)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 대단히 궁금하다. 

 

7. 결론: 전작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TV판이라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봐야 할 것 같다. 저패니메이션의 상상력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물론 버블경제 시절의 작품들에 비하면 작화가 많이 죽긴 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그림이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solfa
    solfa
  • Randy
    Randy

댓글 3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그 전설의 엔들리스 에이트의 악몽을 꼭 느껴보신후 극장판을 다시 한번 보세요.
연출진이 괜히 욕먹어가면서 그런 실험적인 시도를 한게 아니더라고요.
10:38
17.09.04.
2등
평범한 인간에게는 흥미가 없습니다. 이 중에 외계인, 이계인, 초능력자가 있다면 저에게 찾아와주세요. 이상!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엔드리스 에이트' 편은 소설로 보면서 이걸 TV로 어떻게 옮기나 했는데..

소설판을 안보고 TV판을 먼저 보면 굉장히 난해할겁니다. 사실 소설을 보고 애니를 봐도 난해합니다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함이랄까.
10:42
17.09.04.
3등
오 반가운 초감독 하루히 ㅎㅎ 이거 만화 또 안 나오려나

저도 이거 개봉하자마자 본 기억이 ㅎ
11:06
17.09.04.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늘 진행) [로데오]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5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4:06 1827
공지 [아마데우스][브릭레이어][분리수거] 시사회 신청하세요 2 익무노예 익무노예 5일 전10:38 5502
HOT 톰 크루즈, 크리스토퍼 맥쿼리와 3-4편 작업중 4 시작 시작 1시간 전13:33 829
HOT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로버트 벤튼 감독 별세 2 시작 시작 4시간 전10:29 766
HOT 스티븐 스필버그 차기 SF작품, '클로즈 인카운터'... 1 NeoSun NeoSun 1시간 전12:59 756
HOT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로튼 리뷰 (신... 8 golgo golgo 4시간 전10:03 1215
HOT '미션임파서블 파이널레코닝' 언론시사 첫반응 호... 6 NeoSun NeoSun 1시간 전12:44 1242
HOT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속편 제목 발표 2 시작 시작 2시간 전12:38 941
HOT 2025 제78회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기자회견 개막식 3 Pissx 2시간 전12:10 655
HOT '미션임파서블 파이널레코닝' 비하인드샷들 1 NeoSun NeoSun 3시간 전11:16 659
HOT 대니얼 데이 루이스 복귀작 '아네몬' 10월 개봉 예정 2 NeoSun NeoSun 3시간 전10:45 1055
HOT 넷플릭스 '이런 엿 같은 사랑' 스틸들 - 정해인, ... 2 NeoSun NeoSun 4시간 전10:16 1532
HOT 아만다 세이프리드-스쿳 맥네어리,스릴러 <더 라이프 앤 ... 1 Tulee Tulee 4시간 전10:11 469
HOT 피어 스트리트 :프롬 퀸 (캐리) 오마쥬 포스터 3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09:43 525
HOT ‘노바디 2‘ 첫 트레일러, 뉴 포스터 9 NeoSun NeoSun 14시간 전00:09 2220
HOT 펀코팝 캐릭터 피규어 (직쏘 고질라 ) 외 3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09:39 505
HOT 로버트 드 니로에게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 시상하는 레... 1 NeoSun NeoSun 5시간 전08:56 1333
HOT <하이파이브> 오정세 스틸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08:26 1003
HOT <슈퍼맨> 2차 예고편 공개 예고 영상 6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07:50 2009
HOT 모니카 벨루치 Vogue Portugal 1 e260 e260 7시간 전07:31 983
HOT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즈‘ 첫 로튼 93% 2 NeoSun NeoSun 7시간 전06:48 1019
HOT ‘수퍼맨’ 공식 포스터 6 NeoSun NeoSun 14시간 전00:07 2965
1175714
image
NeoSun NeoSun 41분 전13:58 559
1175713
image
NeoSun NeoSun 41분 전13:58 193
1175712
image
NeoSun NeoSun 43분 전13:56 249
1175711
image
golgo golgo 49분 전13:50 461
1175710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13:33 829
117570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2:59 477
117570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2:59 756
1175707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2:44 1242
1175706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2:38 941
1175705
normal
Pissx 2시간 전12:10 655
1175704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1:16 659
117570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0:55 626
1175702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0:51 869
1175701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0:45 1055
1175700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0:38 341
1175699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10:29 766
1175698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0:16 1532
1175697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10:11 284
1175696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10:11 469
1175695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10:10 299
1175694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10:03 1215
1175693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09:57 308
1175692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09:56 330
1175691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09:56 283
1175690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09:55 561
1175689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09:43 525
1175688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09:39 505
1175687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09:30 458
1175686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08:56 1333
1175685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08:51 636
1175684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08:44 809
117568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08:26 1003
1175682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8:08 792
1175681
normal
시작 시작 6시간 전08:00 1369
1175680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07:50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