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더 뉴 월드' 초간단 리뷰(고인찌님 나눔)
1.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되먹지 않은 선동영화가 만들어지던 한국영화의 어느 한 순간은 분명 걱정이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일련의 문제들은 한국영화의 미래에 대해 앞으로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웃나라 '일본의 영화'에 대해 걱정할 여유는 없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은 몇몇 일본 감독들은 '일본영화의 미래'에 애정어린 우려를 표하곤 했다. 그들의 말 만으로 일본영화가 현재 꽤 걱정스런 상황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2. 사토 신스케 감독의 '데스노트:더뉴월드'를 봤다. 분명 이 글은 '데스노트:더뉴월드'에 대한 리뷰를 써야 할 자리다. 그러나 영화를 본 순간, 지금 영화가 잘 만들었거나 못 만들었거나, 재미가 있거나 없거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이 영화는 지금의 일본 상업영화가 얼마나 심각할 지경으로 망가졌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본의 상업영화 시장이 얼마나 벼랑끝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확실히 이건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3. 확실히 현대의 대중문화는 '상상력 고갈의 시대'다. 어지간한 이야기가 모두 창작된 상황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헐리우드 역시 DC나 마블코믹스의 영화화가 이뤄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괜찮은 문학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걸작 만화가 많은 일본에서도 당연히 만화를 영화화 하는 작업은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자연스런 현상인 것이다. 이 전세계적 흐름 속에서 유독 이 일을 못하는 국가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일본 영화계였다. 오래전부터 일본영화는 만화를 영화화 하면서 당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캐릭터를 그대로 복제하거나 현실감 떨어지는 CG로 괴상하게 만들어댔다. 이 와중에 썩 괜찮은 영화('바람의 검심')가 만들어지곤 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감을 못 잡는 눈치였다.
4. '데스노트:더뉴월드'는 만화에는 없는 이야기다. 정확히는 만화의 설정을 빌려 새롭게 만든 '스핀오프'격인 이야기다. 즉 만화(혹은 전작 영화)를 중심으로 상상해서 창작하는 이야기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는 '복제'한 이야기가 아닌 '상상'한 이야기다. 문제는 그 상상이 원작의 매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키라와 L의 치열한 두뇌싸움에 초점을 맞추며 재미를 줬던 전작보다 더 복잡한 두뇌게임을 만들 기세로 무려 6권의 데스노트를 등장시켰지만 결국 그 어떤 두뇌싸움도 보여주지 못한다(차라리 '무한도전-의상한 형제' 특집이 더 치밀하고 흥미진진했다). 한마디로 원작의 무엇이 팬들을 끌어 당겼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만든 이야기인 것이다.
5. 아마 이 영화 자체만 봤다면 일본영화계 전체를 걱정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곧장 떠오른 영화가 공교롭게도 '사다코 vs 가야코'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스핀오프' 격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신세를 지고 있는 영화는 일본을 넘어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은 프렌차이즈라는 점이다. 또 두 영화 모두 '원작의 킬링포인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뛰어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을 선보였던 일본의 작가들은 사라지고 영화 막 찍는 장사꾼만 남은 것이다. 이러니 일본영화가 걱정스러울 수 밖에...
6. 여전히 일본에는 훌륭한 작가들이 영화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마음놓고 영화를 만들 여건은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천하의 미이케 다카시도 애들 장난같은 영화를 내놓을 정도로 그쪽 영화시장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다른 나라 관객인 입장이라 뭐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냥 '우려'만 할 뿐이다.
7. 어쨌든 '데스노트:더뉴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인물들이 재능을 발휘할 여유가 없다. L의 후예라는 류자키(이케마츠 소스케)는 그냥 잘 까부는 이상한 녀석일 뿐이고 미시마(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조금 다혈질일 뿐이다. 키라의 후예라는 시엔(스다 마사키)은 좀 재수없게 구는 녀석이며 꽤 비중있게 등장하는 나나세(후지이 미나)는 뒤늦게 등장해서 흥을 깨는 디오니소스같은 존재다. 어디 하나 정 붙일 캐릭터도 없고 매력적이거나 멋있는 캐릭터도 없다. 그나마 매력이 있었던 사신 아바도 좀 별로다. 캐릭터가 설득력이 없어서 이야기도 정이 안 간다.
8. '데스노트:더뉴월드'의 이야기는 복잡하다. 하지만 치밀하지는 않다. 곳곳에 구멍투성이다. 예를 들어 시엔이 자신의 집에 침입한 데스노트 전담팀을 다 죽일 것처럼 굴지만 그렇지 않은 점이나 경시청을 해킹하기까지의 개연성이 없는 점. 류자키와 미시마가 티격대다가 가까워지는 것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전편에도 등장한 미사(토다 에리카)의 감정과 그에 따른 행동은 도저히 공감하기 어렵다. 만약 관객과 영화가 연인관계라면 관객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영화 혼자 자녀들 대학 보낼 계획까지 세우는 격이다. 관객을 전혀 설득시키지 못하는데 자기 혼자 앞서 나간다.
9. 결론: 후지이 미나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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