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평론가가 리뷰한 개봉중인 한국 영화 3편 (곡성,아수라,아가씨) 소개

제가 가끔 소개하는 일본의 영화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가
지난 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지금 일본에서 개봉중이거나 예정의 한국영화 3편을 모아 소개한 걸 올려봅니다.
(라디오 방송 녹취라 잘 이해안되는 단어나 문장은 건너뛰기도 하고
제 일본어 실력의 문제로 오역의 여지가 다분합니다. 감안하고 보시길...-_-;)
곡성, 아수라, 아가씨 3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소개할때 유머러스하게 소개하는 편인데다가 취향이 좀 남달라 보는 관점도 특이한 사람입니다만
3편 다 극찬하고 있네요. 특히 아수라를 인상적으로 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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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한국영화 3편이 거의 동시에 일본에서 개봉하고 있는 중인데 조금 늦었지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편은 전에도 소개한적 있는 곡성입니다.이번주말인 3.11에 개봉하죠.
쿠니무라 준이 한국의 산골 구석에서 훈도시 한장 걸치고 네발로 기어다니는 영화입니다. 무서워요.
인터뷰를 읽었더니 시나리오에선 전라였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다 벗고 기어다니는 건 곤란해서 훈도시라도 걸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고 합니다.
전라였다면 정말 힘들었겠어요.
게다가 곡성은 쿠니무라의 정체를 전혀 알수없는 영화입니다.
평범한 일본사람 인가 했더니 악마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계속 정체가 변해갑니다.
마지막까지 '니들이 알기 쉬운 영화는 안만든다' 라는식으로 겁을 집어먹게 만드는 영화예요.
나홍진 감독은 '타마무스비'(이 방송을 하고 있는 일본 방송프로그램) 스탭인 미후네씨랑 꼭 닮았습니다. (웃음)
온화한 얼굴을 하고는 영화는 마구 사람을 조여와요.
영화의 처음은 푸근한 인상의 파출소장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부인과의 정사 장면을 딸에게 들키기도 하고... 그게 설마 그런 말도 안되는 장면과 연결 될 줄은...
한국 영화는 코메디인가 호러인가 구분이 잘 안가는데 그런 부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아수라' 라는 영화입니다.
아수라는 정신없는 싸움판 또는 싸움의 신이라는 뜻인데 어떤 부패한 지방 도시를 소재로한 영화입니다.
정우성 이라는 엄청난 외모의 배우가 부패경찰인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한국의 니시지마 히데토시라고 불리죠. (??? 전혀 안닮은 것 같은데 자기네들 끼리는 엄청 닮았다고 난리임.)
- 니시지마 히데토시
- 아무리 닮은 사진을 찾을래도....
서있는 모습이나 연기같은 것도 비슷합니다.
부인이 중병에 걸려서 치료비를 벌기 위해 지방도시의 악덕 시장의 돈에 놀아나 그의 손발이 되어 일합니다.
재판에선 증인의 입막음까지 담당하는 부패경찰이죠. 돈이 없어서 거기까지 몰린 상태입니다.
시장을 연기하는 배우는 황정민이라고 곡성에서 무당을 연기한 배우입니다.
안경을 쓰고 있는 사진을 보면 마츠시게 유타카랑 꼭 닮았어요. (아무나 보고 누구 닮았다라고 하는게 이사람 취미인듯 ㅋㅋ)
- 마츠시게 유타카
- 닮았나요?
마츠시게랑은 달리 늘 싱글 벙글 웃고 있죠. 웃으며 사람을 마구 죽여대는 인물입니다.
물을 쏟아서 바지를 벗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랫 도리를 다 벗고 사람을 죽여대는 '후루친 야쿠자'라고나 할까요.
(직역하자면 넘 적나라해서...의역해서 아랫도리 벗은 조폭)'
그런 장면에서 웃어도 될지 무서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또 다른 인물로 부패 검사가 등장하는데 곽도원이라는 배우가 연기합니다.
곡성에서 경찰역을 했던 인물이죠.
거기선 웃기는 역이었지만 여기에선 아주 냉혈하고 악마같은 검사로 나옵니다.
정우성이 쓸만하다 싶으니 시장의 비리를 밝혀 내기 위해 역으로 그를 협박해서 이중 스파이로 아용하죠.
결국 정우성은 나쁜 시장과 검사 사이에서 양쪽으로 부터 철저하게 두드려맞습니다.
미남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후반에서는 얼굴이 엉망이 되버리죠.
최근 한국영화의 대단한 부분은 카체이스 장면입니다.
한국 영화는 10년 전 쯤에 국가의 지원하에 헐리웃으로 기술 스탭을 유학보낸 적이 있습니다.
카메라맨, 특수 기술, 스턴트. 조명스탭 등을 헐리웃에서 공부시킨 후
무보수로 일하는 대신 일을 배워서 한국으로 돌아와
그 기술로 지금의 한국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국가사업처럼 말이죠.
적은 인구 탓에 한국 안에서 만으론 흥행이 안되니까 대작을 만들어서 아시아 전체나 미국에서 흥행시켜야 승산이 있거든요.
그런 이유로 어느 수준 이상의 퀄리티로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k-pop도 마찬가지로 전 세계 대상으로 마켓을 넓히지 않으면 이익이 적어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이 된거죠.
현재 중국영화도 헐리웃 이상으로 제작 규모가 늘어났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많은 부분을 한국으로 외주를 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지방자치 단체나 경찰청등에서 자동차 2대 정도의 폭발씬 조차 촬영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찍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인거죠.
예전에는 이시하라 신타로(정치인, 전 도쿄도지사)가
이시하라 유지로(그의 동생, 배우임)의 서부 경찰시리즈를 찍기 위해
일본 전국을 촬영장으로 사용하게 해주던 시기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땐 빌딩도 막 폭파하고 뭘해도 되는 천국인 시절이었죠. 그 와중에 몇명이 스리슬쩍 죽었을지도 모르는...
그때는 뭘 해도 되는 천국이었을 때고 지금 일본에선 불가능한 이야기지만요.
그래서 '아임어히어로'나 '모즈' 같은 영화는 한국에서 촬영하거나 필리핀에서 찍어야 했죠.
일본 국내에선 차를 폭발시키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아수라에선 카체이스 장면이 정말 엄청납니다.
카체이스 하는 동안에 카메라가 차를 계속 따라오는데
그대로 앞 유리창을 넘어 차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는 장면은
어떤 기술로 찍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대단한 기술력이예요.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영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엄청나게 폭력을 계속 휘둘러
엄청난 피칠갑 장면이 이어지는데
대단한 것은 폭력뿐 아니라 그 와중에 밥도 계속 먹는 다는 겁니다.
계속 서로 죽이면서도 고기 굽거나 맛있어 보이는 회를 먹거나
전골을 끓이거나 바베큐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마구 죽이고 마구 마구 먹는 그런 영화입니다.
완전 육식계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에선 다들 초식남이 되고 있는데...
카 체이스를 막 하면서 사람 마구 죽이고 고기 막먹고...일본은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네요.
마츠시게 유타카 닮은 배우가 나와서 고독한 미식가 느낌도 살짝 납니다.
얼굴이 닮은 것 뿐이지만요. (황정민 말하는 것인듯)
나쁜짓을 하는 장면 마다 미국의 옛날 가스펠 블루스인
'악마의 왕국은 무너진다..'라는 곡이 배경에 흐릅니다. (Satn your kingdom must come down - 로버트 플랜트)
이 무거운 블루스가 흐르는 가운데 영화에선 피의 강이 흐르죠.
잘 생긴 남자가 나온다고 해서 보러 갔다가는 영화 보고 나서 불고기 따윈 못먹을지도 몰라요.
영화 전체가 육회같은 느낌이라...
정말 정말 대단한 영화가 아수라입니다.
다른 영화에선 코메디 연기를 하거나 로맨스 물 찍던 배우가
이 영화에선 먹고 죽이는 역으로 등장하는걸 보고 한국은 배우의 폭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단한 것은 이 영화는 남자밖에 안나옵니다.
이 세상에는 여자가 없는 느낌이랄까.
아수라와는 완전 다른 방향성을 가진 영화 하나는 '아가씨'입니다.
헐리웃에서 성공한 박찬욱 감독의 최신작으로
복수3부작이나 '올드보이' 찍은 감독인데 '헨타이(변태) 계열'의 감독입니다.
원작은 '핑거 스미스'라는 영국 소설로19세기 초 빅토리아 시대를 무대로한 백합물입니다.
그걸 1939년 일본 식민지 시대 조선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죠.
질나쁜 사기꾼이 있는데 대부호가 가진 재산을 뺏기 위해 그 집 아가씨를 꼬셔 결혼하려 합니다.
그래서 고아출신의 여자아이 한명을 고용해 그 집에 하녀로 집어 넣습니다.
그녀는 타마코짱(옥자)이라는 아이죠.
김태리 라는 배우가 연기를 했는데 평범한 스타일의 청순한 느낌의 소녀입니다.
그 집엔 히데코라는 아가씨가 있는데 김민희 라는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마츠시마 나나코랑 살짝 닮았어요. (그러고 보니 살짝 닮은듯도)
- 마츠시마 나나코
- 살짝 비슷한듯도...
아무것도 모르는 새장속의 따님인데 사기꾼이 백작으로 위장해서 그녀에게 접근합니다.
사기꾼이 타마코에게 이런 저런 일을 시키지만 그녀는 히데코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백작이 히데코에게 추근대는 걸 보며 질투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히데코가 그와 결혼해야 할 지경에 이르자 타마코를 침대로 부릅니다.
키스도 한적 없다는 히데코에게 타마코가 키스를 가르쳐 주죠.
그리고 아가씨의 부탁으로 타마코가 히데코에게 첫날밤 보내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리곤 엄청난 일이 일어나게 되죠!
김태리는 이 영화가 데뷔작인데도 불구하고 첫 영화에서 모든 걸 다해버립니다.
이 이상은 더 없을 정도로...
영화속 누드가 상당한데 레즈비언 씬이 나오는 터라 관람 등급 제한이 있습니다.
그 이상은 이야기할수 없겠네요.
엄청난 반전이 있어 1시간 반 이후엔 모든것이 바뀌게 됩니다.
이제까지는 타마코의 시점이었으나 이후로는 히데코의 시점으로 영화가 바뀌어 라쇼몽 스타일로 다시 영화가 시작합니다.
이야기가 완전 반전이 되죠.
잠깐 스포일러를 이야기 하자면 이집의 주인인 남자는 히데코의 숙부뻘인데 변절자입니다.
세상의 야한 소설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이걸 히데코에게 낭독을 시키는 변태죠.
그 부분은 마치 스즈키 세이쥰 감독 영화의 터치로 웃어도 될지 아트로 봐야할지 모를 느낌입니다.
변태도가 점점 올라가서 최종적으론 프랑스 작가 조르쥬 바타이유의 에로티시즘 소설같은 느낌으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마르키 드 사드(사드후작)나 마루오 스에히로(일본의 탐미주의 일러스트 작가) 의 느낌으로...
아수라와 다른 방향으로 대단한 영화입니다.
두편 다 누구랑 보러가야 할지 모를 영화예요.
누구라도 같이 보러가기 껄끄러운 영화랄까.
이런 쪽 이야기가 통하는 여성 친구 둘이서 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주제가가 쇼와시대 가요 같은 느낌입니다.
최후엔 겨울왕국의 렛잇고 같은 산뜻한 엔딩으로 끝납니다.
그런 대단하면서 엄청난 영화가 지금 일본에서 3편 동시개봉중입니다.
정말 대단한 한국영화라고 생각해요.
어딘가가 어떻게 되버린듯한 이런 파워가 일본영화를 이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한국에선 제작자가 '이렇게 만들면 관객 안들어온다, 데이트 무비론 안된다' 같은 소린 안할거예요.
한국 감독들은 하고 싶고 만들고 싶은대로 만드니까요.
역으로 일본에선 마케팅때문에라도 간섭을 하겠지만 말이죠.
육식 영화 3편 동시개봉!
쿨스
추천인 16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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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지마 연기 잘하지 않나요? ㅋㅋㅋ



장문인데도 금새 재밌게 읽었어요.


아마도 표현수위가 높은 스릴러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한국영화에 대한 부러움의 표현인 듯 싶네요.






나나코가 더 이쁘다고 생각하는데..^^;
비교로 든 남자배우들은 울나라쪽이 더 미남이고요.







일본 배우 중 정우성 닮았다고 하면...
이분..
히로시마 내 사랑이란 영화에 나왔던 오카다 에이지라는 배우신데.....
심지어
이런 표정도 닮았어요 ㅋㅋㅋㅋㅋㅋ




아..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