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만화가가 논하는 [일본 만화-실사영화화가 망하는 3가지 이유]

인터넷 방송국 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동화'에서 [야마다 레이지의 니코논단시평]이라는 코너를 맏고 있는 만화가 야마다 레이지씨가 일본 만화를 실사화하면 열에 아홉이 망작이 되는 이유를 분석했었습니다. 너무나 정곡을 찌르는 내용이라 번역해서 소개해봅니다.
원문 출처 (http://originalnews.nico/9477)
(전략)
야마다
(인기 만화/애니의 실사영화화가) 망작이 나오는 확률이 높은 이유는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망작이 태어나는 요소 그 1 -케인스의 미인대회-
일단 첫번째는 "케인스의 미인대회"죠. 아시나요?
오츠군(프로그램 어시스턴트)
케인스라면 경제학자 케인스(역주 : 존 메너드 케인스)를 말씀하시는건가요?
야마다
미인대회 이야기는 알아요?
오츠군
아뇨. 모르겠네요.
야마다
"케인스의 미인대회"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여성들에게 투표(투자)를 하는건데, 상금을 받는건 우승한 여자가 아니라 1위를 한 여성에게 투표(투자)를 한 사람에게 상금이 주어지는거죠.
그렇게하면 자기가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아니라, 모두가 좋아할거같은 여성에게 투표하게 되는거에요. 그 의견에 자기의 솔직한 마음은 없고, 모두들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실체가 없는 의견에 지배되는 결과가 태어나는거죠.
이 생각으로 만화 원작의 영화같은걸 만들면 위험한거에요. 지금 젊은사람들은 이런거 좋아하지? 같은 대단히 두리뭉실한 물건이 되는거죠. 실제로 젊은이들이 그런걸 원하는지의 여부는 모르는거고.
"너네들 이런거 좋아하잖여""이런 캐릭터 좋아하잖여"같은게 딱 보이죠.
그러니까, 케인스의 미인투표이론으로 영화를 만들면, 당연히 안좋아지는겁니다.
망작이 태어나는 요소 그 2 -이몸을 인정해라 병-
야마다
다음으로, 원작이 있고 원작의 팬이 있는데, "이몸병(俺病)"에 걸린 사람.
오츠군
"이몸병"이란?
야마다
이몸을 인정해라 병에 걸린 사람이 제작에 관여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거, 알기 쉬운 예를 들면.. 하카세 타로라는 사람 있죠?
바이올린 연주자인데, 계속 클래식계에 있었는데 도중에 펑크에 눈뜨거든.
역주) 하카세 타로(葉加瀬太郎)
일본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제즈, 락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콜라보를 하는 일본 퓨전클래식계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가장 유명한 곡은 일본쪽 방송을 자주 보시는 분들은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정열대륙](동명 방송의 타이틀곡)
오츠군
펑크에 눈뜬다고요?!
야마다
"펑크 개쩐다!"라고, 펑크를 들으면서 클래식을 연주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비주얼도 과격하고, 펑크라는게 딱 알기 쉽잖아요?
그래서 "앉아서 연주하면 내가 부각되지 않아.."라고 생각했나보죠.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파트가 있을때는 의자 위에 서서 연주했데요(웃음) "이몸병"인거죠.
오츠군
"이몸을 봐라"라고?
야마다
"이몸을 봐라!!"라고. 이런사람이 제작측에 있으면, 원작보다도 자기가 부각되고싶다며 일을 하는거지. 이것도 꽤나 망작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오츠군
밸런스를 망가뜨린다는거군요.
야마다
애초에 자기 작품도 아닌데, 단순히 자기 이름을 팔려고 이 기회를 이용하는것 뿐이라는거죠.
오츠군
아! 그래서 하카세 타로라는거군요! 딱히 자기가 클래식을 유행시킨것도 아닌데..
야마다
그렇지. 지휘자가 중요하죠. 하카세 타로는 솔리스트에요. 본인은 좋겠지. 거기서 일어나버리면 이름도 팔리고. 그건 좋은데. 결과적으로 그 콘서트 자체는 망쳐버리는거에요. 그렇게 되고싶은 사람이 영화 업계에도 있다는거죠.
망작이 태어나는 요소 그 3 -타노킨 영화의 응석-
야마다
하나 더. 여러분은 모르겠지만, 예전에 [타노킨 영화]라고 불리는 영화가 있었거든요. 아세요?
오츠군
[타노킨]은 알아요. 타하라 토시히코, 노무라 요시오, 콘도 마사히코.
역주) 타노킨 트리오(たのきんトリオ)
초창기 쟈니즈 아이돌 3인조로, 청춘 학원드라마 "킨파치 선생님"에 출현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타노킨트리오는 정식명칭이 아니라 애칭입니다.('타'하라, '노'무라, '콘(킨)'도의 앞 글자를 딴것)
야마다
1981년 즈음에 고우 히로미 세대의 아이돌이 끝났거든요. 그래서 [킨파치선생님]이 시작됬고, 그 3인조 아이돌이 등장해서 전부 독차지해버렸죠.
[타노킨]상품 중에 하나가 영화였거든. 그래서. 타하라 토시히코 주연영화! 두둥! 콘도 마사히코 주연영화! 노무라 요시오 주연영화! 뚜두둥! 이렇게.
오츠군
욧짱(노무라 요시오) 주연영화가 있었다고요? 진짜?
역주) 타하라와 콘도는 이후 솔로데뷔를 해서 전설급의 아이돌이 되었지만, 다른 두명과 비교했을때 노무라 요시오는 일찍 쟈니즈를 탈퇴해서 아이돌로써의 인지도는 낮고 한때 TV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애초부터 노무라는 아이돌에 흥미가 없고 기타를 좋아했기 때문에, 현재는 프로 기타리스트로 왕성하게 활동중입니다.
야마다
[북쪽 나라에서]의 타나카 쿠니에씨도 나왔어요.
내 당시 여친이 토시짱(타하라 토시히코)팬이라, 끌려갔어요. 타노킨 영화를. 고딩때. 굉장히 안좋은 추억이 있지요.
[도카벤]의 뒤를 잇는 안좋은 추억이죠.
역주)유명 야구만화 [도카벤]도 무려 실사판이 있었습니다. 퀄리티는... 아직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찬반양론(주로"반")이 격렬한 영화라죠.
야마다
근데 이게 객석 초만원이에요. (퀄리티같은건)상관없거든. 토시짱이 나오면 상관없거든.
그때 맛치(콘도 마사히코)가 한 영화가 [하이틴 부기]라는 만화원작영화였지.
오츠군
그랬군요.
야마다
히트친 만화를 콘도 마사히코가 한다고 해서, 만화쪽 관객도 오고 맛치의 관객도 오고. 그렇게 비즈니스적인 성공모델이 생겼죠.
스타를 출연시키면 관객이 몰려든다는 비즈니스모델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일본은 아마 80년대 경의 이거(타노킨)랑, 또 한편으로 카도카와 영화에서 야쿠시마루 히로코가 나오면 ok, 하라다 토모요가 나오면 ok라는 식의 아이돌 영화를 만들거든. 여기서 이어지는 계보가 있어서 이게 큰 보장이 되는거야.
역주) 야쿠시마루 히로코(薬師丸ひろ子)(왼쪽)&하라다 토모요(原田知世)(오른쪽)
둘 다 8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하이틴 스타. 이 두명과 와타나베 노리코는 이른바 [카도카와 3자매]의 애칭으로 불렸습니다.
야쿠시마루 히로코의 대표작은 [사토미 팔견전] [세라복과 기관총]등이고, 하라다 토모요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이 그 유명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야마다
이게 마켓을 지지해버리니깐 거기에 응석을 부리는거야. "아이돌 보려고 오는 관객한테는 이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는게 스탭 중에 몇명 있으면, 이건 이미 원작의 혼이 무지막지하게 모욕당하는거야. 이게 괴로운거지.
원작자의 입장은 "나는 목숨걸고 겨우겨우 히트한 만화인데 무슨짓을 하는거야!"라고 생각하지. 근데 왜 거절을 안하냐고 하면, 이 타이밍이 아니면 증쇄를 못하거든.
오츠군
아아. 그렇구나.
야마다
"영화화 결정"이라는 띠를 두르면 서점에서도 캠페인 때리기 쉬우니깐. 지금은 아예 서점에 "영상화 코너"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모두가 알고있는건 영상화한 것이어야만 한다라는거. 그러니까, 암만 노력을 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봤자, 영상화가 안되면... 이렇게 되버리는거야.
(후략)
일본에서 만화 실사화해서 욕먹는 케이스가 의외로 역사가 깊었군요..
결국 작품에 제대로 애정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한것같습니다.
sumomonosuke
추천인 9
댓글 5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