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소설의 영상화도, 로컬라이징도 잘 된 작품 (스포유)
(좌측의 브로셔가 펼치면 포스터가 되는 디자인인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진도 그렇고 참 마음에 듭니다*)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국내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감각적인 문장과 스피디한 전개, 시각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묘사에 흔히 '영화적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뮈소의 작품은 그 동안 영화화가 단 한 편 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저는 그 이유가 소설에서 이미 시각적인 이미지가 뚜렷하게 완성되어 있어서, 영상화할 경우 독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원작자의 애정으로 한국으로 로컬라이징하여 영상화되는, 김윤석 변요한 주연의 [당거있]은 어떠할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타임 슬립 작품인 [프리퀀시]도 그렇고, 이러한 장르의 굉장히 매혹적인 부분 중 하나가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한 장면으로 이어주는 연출입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샌프란시스코가, 영화에서는 부산으로 나오는데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지만 이렇게 바다 배경을 아름답게 그려준 작품은 흔치 않았죠, 매트의 포도 농장이 태호의 한라봉 농장으로 바뀐 것도 재밌었습니다*
현재의 수현(엘리엇)과 태호(매트)가 바닷가에 앉아 있는 장면과, 과거의 수현과 태호가 바닷가에 앉아 있는 장면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현재의 수현은 딸인 수아와 같이 나오는 반면 과거의 수현은 연아(일리나)에게 애정을 품고 있죠... 그렇게 30년의 시간을 두고 닮은 점과 차이점이 잘 묘사되었습니다
원작의 특징 중 하나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없는 대신, 회수와 그 시간에 제약이 있는데 덕분에 영화에서도 1985년에 현재 수현이 과거 수현 앞에 등장하는 장면이 처음에야 깜짝 놀라지만 (변요한 배우의 연기가 참 좋았어요), 회수가 거듭될 수록 '이따 퇴근해서 같이 술 한 잔 하러 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묘사가 큰 특징입니다^^*
그 와중에 깨알같이 현대 5만원 지폐를 보고 가짜 돈으로 오인해서 당황하는 유머러스한 장면도 있고요
그리고, 과거에 정해진 운명의 변화에 도전하면서 낭만적이기까지 했던 타임 슬립이 요동을 치기 시작합니다. 연인의 목숨을 구하면 딸이 사라질 수도 있고, 평생의 우정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수현에게 이제 남은 시간도 거의 없죠. 과거의 수현은 이 사실만은 모르지만요... 현재의 수현이 30년 전의 자신에게 어느 선까지 미래를 알려줘야 할지도 굉장한 딜레마입니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원작의 문장처럼 영화도 연아의 죽음을 막기 위한 두 남자의 30년을 초월한 도전과 갈등을, 하루가 지날 수록 점차 달라지는 운명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클라이막스에서 단 하루 동안 30년의 세월이 세 차례 변경하는 장면은 여러 모로 백미이며, 배우들의 연기력도 남달라서 그 어느 때보다 캐릭터에 깊이 감정 이입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살려야 한다, 구하고 싶다, 내가 그 장소에 없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도, 평생의 친구도 부디 행복하길 바란다-
소설에서 에필로그처럼 위로가 되었던 '그 후 30년 동안의 이야기'도- 젊은 수현(변요한)에서 현재 수현(김윤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이 뭉클했습니다ㅠ_ㅠ 운명을 바꾼 대가로, 정해진 운명을 향해 가는....
담담한 듯,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 마디 하는 수현의 모습은 상당한 울림을 지니고 있습니다ㅠㅠ
영화 상에서 무척 인상적으로 등장하는 소품인 유원지 풍선입니다, 원작자도 영화를 볼 때 풍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굉장히 기뻐할 것 같아요*
저는 V앱 라이브 당시 현재 태호 역할의 김상호 배우의 매너 있는 사과와 (본인 잘못도 아니었습니다), 무대 인사에서 과거 태호 역할의 안세하 배우가 관객들을 챙겨주는 모습에 반해서 태호 역할을 굉장히 주시해서 보고 있었는데
기욤 뮈소 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새로운 반전이 거듭하는' 결말 파트에서 단연 진 주인공은 태호(매트)입니다+_+
태호는 쾌활한 유머와 든든한 우정으로 영화에 활력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현재의 태호가 30년을 거슬러 올라가 젊은 수현을 힘껏 안아주는 장면에서....
저 울었어요...ㅠㅠ 설령 되돌릴 수 없더라도, 지나간 30년을 보상 받고, 앞으로의 30년에 의미를 더하는 태호의 멋진 대사에도요... 수현이 자신의 결단에 위안을 받고,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죠.... 이런 우정 또 없습니다.... 후기 쓰면서도 또다시 눈물이....
소설 팬으로서, 책을 읽으며 '아, 이 장면은 영화에서도 꼭 보고 싶은데....'하는 장면들이 아름답게 영상화되었고, 한국 로컬라이징 또한 무척 잘 되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 하루 동안 과거가 세 차례 바뀌는 장면에서 태호와의 우정이 회복되었다가 이후 전개를 보면 다시 우정을 잃은 묘사가 나오는데
물론 극중 젊은 수현과 현재 수현의 대사로 '친구를 잃게 된다'는 말이 나오긴 하고, 젊은 태호도 연아에 대해 잘 아는 대사가 있지만... 기욤 뮈소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인연을 그리지만 삼각 관계는 절대 아닌' 설정입니다. 그래서 일리나와 엘리엇의 연인 관계만이 아닌, 일리나-엘리엇-매트 세 사람의 우정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죠
이렇듯 소설 상에서는 '일리나와 헤어지면, 매트와도 헤어지게 된다'는 묘사와 고뇌, 갈등이 분명히 그려집니다.
영화의 러닝 타임이 111분인데, 한 5분 정도만이라도 추가해서 1985년 시점에서 연아와 태호가, 두 사람만 만나서 수현에 대해 걱정하는 장면을 넣어줬더라면... 원작을 읽지 않은 분들이 영화에 몰입하는데, 반전의 결말이 주는 감동에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소설을 읽을 당시에는 젊은 엘리엇보다 현재 엘리엇을 더 좋아했는데^^;; 영화에서는 현재 수현(김윤석)보다 젊은 수현(변요한)을 더 좋아하게 된 작품입니다^^*
다음 주에 2회차 예정입니다,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추천인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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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좋아하시는 분이 봤을때 영상화가 잘 됐다고 말하는건 작품에 대한 최고의 칭찬같아요 ㅎㅎ
정성스러운 후기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꼈어요. 저도 덩달아 기분좋아지네요 ㅎㅎ
두번째로 볼때는 처음보다 더 마음에 들길 바라겠습니다 ㅎㅎㅎ
으아앙, 스포가 너무 많은 글인데 관람 전에 읽으시면 아니 되어요ㅠㅠ 부산의 바닷가가 굉장히 온화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어요, 영화 속이 따뜻하게 느껴졌거든요...
사실 기욤 뮈소 작품 중에 [구해줘]와 [천사의 부름]을 제일 좋아하고 [당거있]은 그 다음이었는데, 바닷가의 공중 전화를 배경으로 한 포스터와 예고편이 마음에 들어서 보러간 거였어요....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도 더더욱 좋아졌어요* 변요한 배우의 연기도 좋아서 앞으로 그의 작품을 열심히 챙겨볼 것 같습니다

당장 영화를 보고싶게 만드는 후기네요. 잘 봤습니다~
스포유 글이라 아직 관람하지 않으신 분들께 너무 스포가 된 후기여서 걱정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왜 이렇게 이 영화의 평점이 낮을까' 의아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습니다...
보면서 등장 인물들에게 깊이 감정이입하게 되었고 (심지어 제가 도저히 좋게 볼 수 없는 김윤석 배우마저도요;;) 1985년에서도 2015년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영화였어요... 부산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 온화함이, 오랜 인연이 간직한 소중함이 타임 슬립 설정만큼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와 과거 장면의 전환이 부드럽다는건 공감합니다. 상당히 매끄러워서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몰입할 수 있더군요. "써니" 이후로 간만에 좋은 연출이었습니다.
결말부에서 태호의 타임슬립이 원작에도 있는 장면이라니 좀 의외네요. 전 완전 별로던데... 뒤통수 때리는 반전이라기보다는 사족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알약의 개수도 그렇고 중간중간 이동하거나 잃어버리는 장면(성분 분석 의뢰, 바닥에 흘리기 등)이 많길래 저거 나중에 하나 남겨놔서 뭐 하긴 하겠구나, 싶긴했지만. (LP에 하나 숨겨둔건 수현이 그런걸텐데, 왜 그랬을까요? 한번 더 가거나 버리지 않고.)
원래 원작이 있는 작품은 한쪽에 대한 기대감 혹은 줄거리를 다 알고보는 경험 때문에 다른 한쪽의 감상에 방해받는 경향이 있어서 책만 보거나 영화만 보거나 하는데, 이 리뷰를 보니 원작 소설도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해외 작품을 국내에서 로컬라이징해서 영화화하는 것도 신기했었는데.
원작에서는 태호와 어울리는 장면이 더 많거든요.... 영화 속 태호는 소설 상의 경찰 캐릭터와 주인공의 친구(매트)를 합친 거라서... 비중이 조금 달라졌어요;;
주인공의 고뇌도 연인을 잃는 것만큼이나 친구를 잃는다는 사실에 동요하고, 우정의 분열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친구의 등장 씬도 많아서, 마지막에 이분이 진 주인공으로 나서셔도 위화감이 없었어요... 영화 상에선 태호와 수현의 그러한 모습을 조금만 더 다뤄졌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이건 저의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마지막에 주인공이 직접 가지 않고 최후의 약은 친구에게 맡겨진 것은, 본인의 건강 문제도 있고 (과거로 다녀올 수록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었으니까요...)
등장 인물들이 굉장히 이타적이죠.. 수현도 자기 주변 인물의 과거는 바꾸어도 자기 자신에게만은 알리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킨 것처럼, 태호도 과거로 달려가도 자기 자신이 아닌 오직 수현을 챙기러 가죠...
'설령 과거를 바꾸더라도 그건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한 것이지 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타적인 규칙이, 과거의 많은 일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꾼 것 같아요...
그런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영화보다 소설 상에서 '과거를 바꾸어 변경된 현재'가 훨씬 더 잔혹하고 극단적으로 묘사가 됩니다;; 주인공의 죄책감이 영화보다 소설에서 훨씬 더 클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주인공이 더더욱 자기 자신의 운명을 변경하는 것만은 이기적이라고 거부할 만 합니다...;; 최후의 가능성으로 친구에게 남겨둔 것은 그런 의미로 느꼈습니다...
아... 친구의 비중이 그정도면 그럴 법도 하네요. 영화의 특성상 모든걸 다루지 못하는 필연적인 한계ㅠㅠ
결론은 마동석 님은 마블리 김상호 님은 김블리♡ 우리나라 조연들은 왜이렇게 귀염 터지나요ㅋㅋㅋㅋ
아, 비추가 많아 안보려 했는데 이러면 또 관람하고 싶어지는데요.. 아..볼거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