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우리는 고깃덩어리' 초간단 리뷰
1. 사실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한 영화다. 제목과 시놉시스를 읽고 내가 상상한 것은 피와 내장으로 얼룩져 이성의 저편, 아득한 본성의 영역으로 안내하는 영화이길 바랬다. 영화의 중반 이후에는 이야기도 실종된 채 악랄한 이미지의 향연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개념의 '멘붕'을 선사하길 바랬다.
2. 어쨌든 멘붕은 멘붕이다. 그리고 이성의 저편, 본성의 아득한 심연을 끄집어내는 비주얼의 향연이었으며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괴랄한 '악몽'에 가까웠다. 의도한 바에 어느 정도 근접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
3. 성(性)과 도덕은 한 자리에서 이야기 될 수 있을까? 섹스에 대해 도덕적 기준 아래에서 이야기 될 수 있을까? 물론 인간사회의 질서를 위해 섹스는 도덕의 기준에서 이야기돼야 한다. 혈육간의 섹스는 금지돼야 하며 미성년자와 섹스를 해서도 안된다. 문화권이 달라도 이것은 인류 대다수가 동의한 일종의 '합의'다. '우리는 고깃덩어리'가 무너뜨린 것은 바로 이러한 합의다.
4. 이 영화는 최소한의 인간성이나 도덕을 무너뜨리고 오로지 성기(性器)로서 인간만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이것은 욕망의 그릇으로써 인간을 보여준다. 이것을 의미하듯 영화에는 대놓고 성기가 클로즈업 되거나 나신의 인간이 뒤엉킨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5. 호러영화에서 '피(blood)'라는 것은 '생명'을 상징하며 피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고깃덩어리'는 그리 많은 피를 보진 않는다(물론 피를 보긴 한다). 단 섹스에 대한 인간성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면서 성의 존엄성을 짓밟아버린다. 그런 의미에서는 개인적으로 기대한 바를 충족했지만 확실히 기대한 것과는 다른 영화였다. 특히 영화 내내 멘붕이었던 것보다 더 멘붕인 마지막 장면은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조차 와르르 무너지게 만든다. 확실히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물론 그 장면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영화 내내 지켜봐야 한다.
6. 결론: 이성적인 영화는 아니고 우리가 익히 알만한 영화도 아니다. 인간성을 내려놓고 싶거나 영화를 본 후에 인간성을 되찾을 수 있다면 봐도 무방할 것이다.
추천인 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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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 읽었습니다.살벌하네요.ㅎㄷㄷ

호오...제가 성경을 잘 몰라서 그런데 흥미로운 해석이네요 ㄷㄷ
이 영화 향후에라도 꼭 보고 싶은 영화네요. 상영시간이 다 밤이라서 못 봤습니다.
이 영화를 차마 낮에 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저같은 관객들을 위하여 쎈 영화도 한타임 정도는 낮시간에 부탁드립니다!! 첫타임도 좋아요~ 아침 부터 잔뜩 무너져 내린 느낌 좋잖아요! 덜 무섭기도 하고.. 내년엔 고려해 주세요!! 울트라섹스를 찾아서도 보고 싶었었단 말이에요~~
어 뭔가 기대되네요....한번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