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후발리:더 비기닝' 초간단 리뷰
1. 사실 나는 인도의 오락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쓸데없이 긴 러닝타임'이 마음에 안 들고 '약물 과다복용'한 디테일도 보다 보면 지친다. 여기서 '쓸데없이 긴 러닝타임'이란 이야기의 필요에 의해 러닝타임이 긴 게 아니라 딴 짓 한다고 긴 러닝타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약물 과다복용', 다시 말해 '약 빤 디테일'로 무너지는 리얼리티를 보면 "내가 이 귀한 시간에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도 들 지경이다. 돌이켜보면 인도영화 '로봇'을 볼 때 이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2. '바후발리:더 비기닝'은 이런 '인도 오락영화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과생들 보면 암 걸릴 정도로 과학과 물리학의 법칙은 무너졌고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중 상당수, 아니 거의 대부분은 바후발리(프라바스)의 멋부림에 할해하고 있다.
3. 이 대목은 중요하다. '바후발리:더 비기닝'의 대부분은 주인공 멋부림에 할해하고 있다. 마치 영화가 "온 우주와 대지의 기운을 모아 바후발리를 멋있게 만들자"라는 사명을 띄고 만들어진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바후발리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멋있다. 영화의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룬 셈이다.
4. 그렇다면 우리는 이 '바후발리가 멋있는 영화'를 왜 봐야 하는가. 사실 이 영화에서 이야기가 주는 극적 재미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바후발리가 어디까지 멋있을 수 있는지 보는 재미가 이 영화의 진정한 맛이다. 실제로 '바후발리:더 비기닝'은 러닝타임이 흐르면 흐를수록 바후발리가 더 멋있어진다. 마치 1렙으로 시작한 바후발리가 러닝타임 후반부에 33렙 정도 달성한 기분이다. 레벨에 걸맞는 아이템을 장착했으니 당연히 더 멋있어진다.
5. 이 영화에서 바후발리는 33렙으로 끝이 난다. 만렙은 아니라는 소리다. 아마 만렙은 속편에서 달성할 것 같다. 바후발리가 만렙을 찍는 것은 '데드풀'이 폐항공모함에서 여친을 구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보인다. 그 이유는 바후발리가 영화 내내 굉장히 세기 때문이다.
6. 바후발리는 정말 세다. 앞서 말한대로 물리학의 법칙을 거스를 정도로 강력하고 심지어 활도 잘 쏜다. 저 정도 힘이라면 '어벤져스' 팀의 두어명 정도는 너끈히 작살낼 것 같다(그러고 보니 폭포를 오르는 어느 장면은 '어벤져스' 1편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강력한 바후발리가 속편이라고 위기를 맞을 것 같진 않다. 숙적 발랄라데바(라나 다구바티)는 황소도 제대로 못 때려 눕히는데 우리의 바후발리는 맨손으로 산사태도 일으킨다. ...아무튼 세다.
7. 이렇게 시종일관 '바후발리가 멋있는 영화'는 앞서 말한대로 내 취향이 아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 영화는 매력적이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선 치사량 수준에 약물복용을 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영화 '로봇'은 먹고 죽을 정도로 약을 빨고 찍었다면 이 영화는 당장 안 죽을 정도만 약을 빨았다. 그리고 '바후발리 멋있게 만들기'의 설계가 꽤 정교하다. 다짜고짜 멋진 바후발리가 아니라 영화가 진행되면서 스테이지 클리어하듯 멋있어진다. 그 재미가 대단히 쏠쏠하다. 그러니깐 이 영화는 인도 오락영화의 전형적인 폐해를 매력으로 고스란히 살려낸 것이다.
8. 이게 2부작인지 3부작인지 모르겠다. 아주 대놓고 다음편 예고를 하고 마무리 짓는다. 다음편은 2017년 4월 14일 국내 개봉하려는 모양이다. 이 영화의 마무리는 사실 큰 단점이 있다. 많이들 모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나름 반전이 있다. 그걸 굳이 말하진 않겠다. 영화 내내 몰아가던 분위기를 엎어버린 반전이며 그로 인해 다음편을 기대하게 할 반전이다. 그런데 문제는 반전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바후발리가 멋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9. 이 영화의 속편이 기대되는 이유는 바후발리가 어떻게 왕국을 되찾는지 과정을 보는게 아니다. '어바왕'이라고 '어차피 바후발리는 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속편이 기대되는 이유는 "다음편에서는 바후발리가 얼마나 더 멋있을까?"라는 점이다. 정말 기대된다. 바후발리는 어디까지 멋있어질까?
10. 결론: 멋진 남자 바후발리의 멋있는 모험, 다음편에도 바후발리는 멋있을 것이다.
추신1) 시사회장이 다른 때보다 유독 산만했다. 심지어 3세 미만의 어린이도 보였다. 물론 어린이도 시끄러웠다. 불 켜지고 보니 인도사람들이 꽤 와있었다. 인도사람이 많아서 시끄러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야기꺼리가 많고 유쾌했던 만큼 사람들도 유쾌하게 업돼서 본 것 같다.
추신2) 영화가 끝나고 박수치며 흥분한 사람은 대부분 한국사람이다. "바후발리!"를 외친 남자도 한국사람이었고 나가는 길에 재밌다며 흥분한 사람도 한국사람이다. 혹시 어디선가 이 글을 볼지도 모를 업계 관계자들에게 전하는데... 이 영화 된다. 상영관 넉넉하게 배분하자.
추신3) 스케일을 봤을때는 아이맥스에 걸어도 될 것 같지만 아이맥스에 걸면 화면이 깨질 수 있다(썩 좋은 포맷은 아닌 듯 하다). 왕십리CGV 8관 정도의 널직한 스크린에 빠방한 사운드가 마련된 극장에서 보도록 하자.
추신4) 개인적으로 연말이면 나름의 '영화 시상식'을 한다. 여기에는 '올해의 캐릭터' 부문이 있다. '바후발리'는 이 부문에 강력한 후보가 될 것 같다. 다른 후보는 '데드풀'의 데드풀, '주토피아'의 주디 홉스와 닉 와일드 그리고 플래시, '배트맨 v 슈퍼맨'의 원더우먼,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의 스파이더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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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인도분인줄 ㄷㄷ 반전이네요

진짜 8관에서 건게 신의 한수였던 듯....ㅎㅎ
'바후발리!'를 외치는 소리엔 저도 동참!ㅋㅋ
진짜 속편 무지 기대됩니다+_+

8관의 바후발리 외침에 저도 모르게 응답할뻔 했습니다ㅋㅋㅋ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어남류 어남택처럼 어왕바? 어바왕? 센스 최고 !

남주찬양을 잔뜩 해놓으시고 정작 본문엔 여주 사진을 올리시는!!!!!!!
사실 전~혀 관심없던 영화인데 급 관심이 생기네요 ㅎㅎ 과연 제 눈에 씌여진 색안경을 벗겨줄 인도영화가 드디어 나온걸까요 한번 봐야겠습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아....바로 위에서 예를 들어주셨던 '로봇'을...아는 여자동생과 같이 갔다가...
영화 끝나고 저를 한참동안 쳐다봤던 모습을 잊을수가 없어서...인도영화는 그 이후 손대지 않고 있는데...
음~~ 이거 궁금한데요??ㅋㅋㅋㅋ
8관에서 누가 바후발리를 외쳤다길래 인도관객인줄 알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