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아메리카:시빌워] 키워드 리뷰 : 원작과 영화화, 소코비아 협정, 찬성/반대파, 뉴페이스, 액션, 시빌워 그 이후

뒤늦게 보기도 했지만 감상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
오랜만에 팬심이 돋아서 길게 써질 것 같아 키워드를 달아봤습니다.
# 원작과 영화화
덕후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저는 히어로 무비를 참 좋아합니다.
덕분에 그래픽 노블의 세계에도 입덕(;)하게 되어 하나 둘 사 모으고 있는 중인데요.
'시빌 워'는 아직 영화화가 결정되기 한참 전에 미리 사 둔 이슈였습니다.
마블의 세계관 안에서 빅 이벤트로 꼽히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어벶녀스의 동료들이 적이 되어 싸운다는 설정 자체가 참 흥미로웠지요.
그래서 영화화가 결정되었을 때 정말 많은 걱정을 했던 스토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대체 어떻게 옮길 작정인 것인지,
이 이후의 어벤져스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말이죠.
일단 결론을 놓고 보니,
이야기와 구성, 액션까지 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와우!
솔직히 지금까지의 히어로 무비에서는
이것 하나가 맘에 들면 다른 하나가 맘에 걸리는 식이어서
히어로 무비라는 데에 너무 방점을 찍은 나머지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영화로 평가하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하나 둘 있기도 했었거든요.
(원작 팬을 너무 의식했다든가, 너무 널뛰는 스토리로 설득력이 낮아진다든가)
하지만 이번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는 만화 원작의 영화화로도,
그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하나의 영화로도 찬사를 주기에 손색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초인등록법안 vs 소코비아 협정
원작에서 '초인등록법안'이라고 명명되었던 슈퍼히어로 등록법안은
'소코비아 협정'이라는 형태로 등장합니다.
그 동안 어벤져스의 일원들은 지구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불사하고 싸워 왔는데
국제 사회가 주목한 것은 그들의 싸움으로 벌어진 많은 피해였죠.
<어벤져스> 1편에서는 뉴욕, 2편의 소코비아,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의 워싱턴 D.C.
어벤져스들은 최대한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누군가는 사랑스러운 아들을 잃었고, 또 누군가는 가족 전부를 잃었습니다.
(소코비아의 경우, 추락으로 인한 지구 파괴를 막고 도심의 민간인을 대피시키기는 했지만
파괴된 도시의 잔해가 도심 외곽으로 떨어지며 예상치 못한 인명피해들이 많았음이 이번 '시빌 워'에서 언급됩니다)
이 '시빌 워'는 히어로들의 압도적인 힘과 그들의 싸움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두려움을 갖게 된 세계와
그 세계의 두려움을 이용해 자신의 복수를 완성시키려고 하는 악당이 기획한 갈등으로
어벤져스 히어로들이 서로 대립하며 갈라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77개 국가들은 국가를 넘어서 활동하는 어벤져스들이 국제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UN 산하 기구에 그들을 두어 감시와 허가 아래에서만 히어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자고 합니다.
이에 찬성하는 것이 아이언맨을 비롯한 워 머신, 블랙 위도우, 블랙 팬서, 비전, 스파이더맨 등이고
반대하는 것이 캡틴 아메리카를 필두로 한 팔콘, 윈터솔져, 스칼렛 위치, 호크아이, 앤트맨 등입니다.
원작에서는 어벤져스가 아니더라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히어로에게 적용되는 법안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아직 히어로들이 그렇게 많이 등장한 상황도 아닌데다
'소코비아 협정'이 만들어져야 하는 명분이 명백하게 제시되기 때문에
법안의 통제를 받는 것은 어벤져스 멤버로 제한되게 되었습니다.
또한 원작은 아직 가면을 쓰고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히어로들도
전부 지구상에서의 공인된 신분을 드러내고 등록해야 한다는(=페이스 오프) 내용이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어벤져스 소속의 히어로들은 대부분 정체가 밝혀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페이스 오프와 관련된 갈등은 추가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원작에서의 페이스 오프와 관련된 대표적인 이슈가 스파이더맨이었고, 그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 생겼었죠)
개인적으로는 영화화되면서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
바로 이 소코비아 협정이라는 통제법안의 제정 이유와 그에 대한 반대 논리였어요.
굉장히 현실감 있었고 납득할만한 이유였기 때문에
초반에서부터 굉장히 몰입감을 주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었습니다.
페이스 오프의 경우, 스파이더맨과 이야기가 얽혀지면
또 다른 큰 가지의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이번 스파이더맨은 리부트된 캐릭터이기도 하고 아직 전개될 이야기가 많아서
페이스 오프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지지 않은 점도 굉장히 깔끔한 변주라고 생각됐습니다.
# 찬성파 vs 반대파
영화에서는 협정에 대한 찬성파와 반대파의 언쟁이 그려집니다.
여기에서 특히 캡틴과 아이언맨의 입장을 살펴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데요.
아이언맨은 사실 누구보다 자유를 누리며 살아왔고, 누구도 그를 통제할 수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수장으로서 막강한 경제력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각종 권력을 가지고 있죠.
누구보다 뛰어난 머리를 이용해 물리적인, 혹은 정치적인 각종 난관을 스스로 뛰어넘어 온 사람인데요.
그런 그가, 이제 히어로들을 '통제' 아래에 놓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캡틴 아메리카의 경우,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으로 길러져 온 사람입니다.
너무나도 군인이 되고 싶어 슈퍼솔저 실험에 자원하기까지 한 인물로,
국가에서 명령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국가를 위해 싸워 왔습니다.
그런 그가, 우리에게는 통제보다 '자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둘의 흥미로운 변화와 그에 따른 대립은, 그 동안 그들이 겪어 온 현실에서 기인합니다.
토니는 자신의 결정, 그리고 회사의 생산품들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킬 수 있는지 깨달았고,
일련의 사건을 이후에는 악몽을 꾸며 괴로워하는 나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아이언맨'의 영화 시리즈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진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캡틴은 자신의 판단이 아닌 국가의 명령에 의해 싸운다는 것이
명령을 내리는, 판단하는 이들에 따라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경험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친구 버키 반즈는 윈터솔져가 되어 각종 악행을 저지르게 되었고,
블랙 위도우나 호크아이 역시 과거에 '스파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폭력적인 미션을 해내야 했습니다.
두 진영의 대립과 그 이유는 모두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사실 쉽게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코비아 협정에 반대한다고 해서 히어로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은 아니죠.
실질적으로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며,
단지 많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싸운다는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가 책임질 수 있기 위해 반대하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소코비아 협정에 반대한 이들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보면,
그들을 통제하고 감시한다는 것이
얼마나 독단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일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결국 영화의 종반에 가서는 저도 반대파의 손을 들고 싶어지더라구요.
# 새로운 얼굴들
이번 '시빌 워'에서는 뉴페이스들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블랙 팬서인데요.
사실 예고편만 봐서는 블랙 팬서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려질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캐릭터 빌딩을 참 매력적으로 해낸 것 같습니다!
젊고 강인하면서도 곧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트찰라의 전사.
분량 자체가 굉장히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의 이미지를 잘 잡아주었어요.
특히 영화 후반에 이르러서 그가 진짜 빌런을 마주치고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아, 이래서 그가 한 부족을 대표하는 위대한 전사인 것이구나'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버전으로 돌아온 스파이디도 있네요.
이번에 스파이더맨의 새 얼굴을 맡은 이는 톰 홀랜드입니다.
(저는 사실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디도 좋아했어요ㅠ)
앳되고 개구쟁이인 스파이더맨의 성격을 잘 살려냈는데,
현재까지의 영화화 캐릭터 중 가장 원작의 캐릭터와 비슷한 성격으로 설정되었더라구요.
수다스럽고 유머러스한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의 케미가 보기 좋았습니다.
(이 때 괜히 원작 시빌워가 떠올라 케미조차 짠내나 보이던 1人..ㅠㅠㅠ)
완전 뉴페이스는 아니지만 새로 어벤져스에 합류한 이도 있습니다.
바로 앤트맨인데요!
지난 <앤트맨> 무비에서 여러 번 뿌려진 떡밥처럼
팔콘 덕분에 그가 어벤져스에 성공적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앤트맨의 쿠키영상에 팔콘과 캡틴, 버키가 등장한 그 장면이 이번 영화에 등장하죠)
역시 그 경쾌함을 잃지 않은 채 어벤져스에 합류한 앤트맨은,
상대 진영의 스파이더맨과 함께 영화에 웃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잘 해주었습니다.
참, 잊을 뻔 했는데 새로운 악당도 있었습니다.
지모 남작 역할의 다니엘 브륄인데요.
사실 후기에서는 깊이 다루지 않고 있지만 이 악역은 정말 명석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아는 인물이죠.
그의 분량이나 액션의 분량, 전체적인 것들을 감안해볼 때
정말 효율적으로 인상을 남긴 빌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토르 역의 크리스 햄스워스와 함께 출연했던 <러시: 더 라이벌>을 정말 인상깊게 보았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큰 인상을 남겨주었네요.
# 관객의 혼을 빼놓는 액션
이번 영화에서 액션은 정말 훌륭하게 균형잡힌 영양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이렇게 드라마와 극한 대립을 강조하는 영화에서 쉽게 놓치는 것이
바로 액션의 분량과 퀄리티일텐데요.
어쩜 루소 형제는 액션마저 완벽하게 있어야 할 곳에 넣어주었습니다.
일단 지루할 틈이 없게 중간중간 들어찬 액션씬의 빈도도 훌륭했지만
그 자리에서 결코 허무하거나 간지럽지 않게
스트레이트로 팡팡 때려주는 액션들이 저를 신나게 만들더라구요.
특히나 이전 여러 무비들을 통해서 각 캐릭터의 특성에 맞는 액션을 점차 잘 쌓아 왔는데,
거기에 새롭게 합류한 블랙 팬서의 스타일과 스파이더맨, 앤트맨의 스타일까지
잘 버무려서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액션씬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라고스에서 벌어진 좁은 계단에서의 캡틴, 버키의 전투에 이어서
도로를 질주하며 서로 잡고 잡히는 싸움을 벌이는 캡틴, 버키, 블랙팬서의 싸움은
굉장히 속도감 있게 전개되면서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했구요,
영화의 절정에서 보는 공항 액션씬은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경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고 있는데다
수많은 히어로들의 매력 발산으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각자의 장기를 살리면서 이루어지는 협동공격들이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언맨과 캡틴, 윈터솔져가 뒤엉켜 싸우는 전투는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비밀이 드러나고 분노와 안타까움, 절박함이 어우러져 있어서
그 전의 공항씬과 굉장히 대조적으로
아날로그적인, 몸과 몸이 부딪히며 아드레날린을 날카롭게 끌어올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공항씬이 각자가 가진 초현실적인 힘을 마음껏 발산하는 전투였다면
종반의 액션씬은 그들 자체의 분노와 에너지로 격돌하는 싸움과 같았달까요.
무엇보다 캐릭터의 감정이 드러나는 액션이라는 점에서
정말 영화의 클라이막스 액션씬으로 손색이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 시빌 워, 그 이후
시빌 워는 진정한 의미로는 그 갈등을 끝내 봉합하지 못한 채 마무리됩니다.
특히 토니의 내면에는 꽤 깊은 상흔이 남겨진 채인데요.
원작 '시빌 워' 이후의 마블 코믹스 또한 다양한 갈등에 마주했었습니다.
본편과 연결된 공식 외전만도 40여편에 이르며
'시빌 워: 아이언맨', '시빌 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
각 캐릭터들이 '시빌 워'의 전과 후에 어떤 변화를 겪었고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다뤘는데요.
영화 '시빌 워'또한 각 등장인물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 '시빌 워'는 마블 히어로 무비의 PHASE 3의 첫 영화이고,
PHASE 3은 이 이후로도 무려 10편이 더 개봉할 예정입니다.
시빌 워 자체가 앞으로 다른 영화들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만한 빅 이벤트이기 때문에
하나의 영화로서 온전히 끝맺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다른 영화에 관계를 미치며 더욱 주제가 깊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사족일 수도 있지만 덧붙이자면,
원작에서는 결국 부부가 되는 비전과 스칼렛 위치(!)의 이야기가
시빌 워에서는 떡밥만 약간 뿌려지는 모습이었는데
그 스토리가 추후 마블 phase 3의 다른 작품에서 나올지 어떨지도 궁금하기도 합니다. ㅎㅎㅎ
일단은 앞으로 이어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1편, 2편을 모두
안소니 루소, 조 루소 형제감독들이 그대로 맡는다는 게 너무 반가울 뿐입니다.
마블의 발전을 앞으로도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
추천인 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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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6회차라니 대단하세요!
정말 저도 당장 다시 보러 가고 싶은데 요즘 통 영화 볼 짬이 나지 않네요..ㅠㅠㅠ
영등포 THX 관 추천합니다 저는 가까워서 여기서만 3번을~
총 10회 계획했는데 저번 주에 1번 보고 아직 못보고 있어요ㅠㅠ

우와 6회차 중 3번이면 정말 마음에 드셨나보네요!
영등포...ㅠㅠㅠ 저희 집에서는 좀 멀어서...ㅠㅠㅠ

글 잘 봤습니다. 약간 좀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캐릭터로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 포함한
수준급 영화로 만든 게 다시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것 같네요.

공감합니다. 드라마와 액션의 균형도 좋았지만 캐릭터별 균형도 참 좋더라구요.
많은 캐릭터가 나오면 몇몇 캐릭터는 거의 방치되기 마련인데..
참 잘 짜여진 영화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듭니다.

와우~글 잘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이런 이벤트를 이정도의 잘짜여진 이야기로 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 스러웠습니다~
더더군다나 말씀하신것처럼 갈등이 종결된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되버린점은 향후의 마블 시리즈를 더더욱 기대하게 만들어버렸네요.ㅎㅎ
근데 과연 영화에서도 비전과 스칼렛위치의 러브라인이 만들어질런지....

워낙 큰 이벤트라 개봉 전에는 사실 기대보다 걱정이 컸던 것이 사실인데
정말 많이 고민해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번 영화 보니 비전이 스칼렛위치를 많이 신경쓰던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ㅎㅎ
시빌 워 또 보고 싶어지네요
지금까지 6번 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