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문 3: 최후의 대결> 리뷰.
<엽문 3: 최후의 대결>을 봤다. 애초에 서사나 작품성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다. 역시 그 기대는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지만 어차피 목적은 견자단의 액션을 스크린으로 만나보고자함이었기 때문에 크게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견자단의 춤사위는 영화의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전반적으로 서사의 스케일이 납작해진 느낌이었고, 사실상 메인 플롯 격의 세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운용하려다 보니 집중력이 분산되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거의 없고, 따로따로 기능하기에 바빠보인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중반부까지 극의 핵심처럼 나오는 동네 양아치는 타이슨의 꺼지라는 한 마디에 정말 영영 꺼지게 되며, 마이크 타이슨은 악인이지만 단란한 가정을 거느린 인물로 어정쩡하게 설정이 되어서인지 악인치고는 아주 친절하게 엽문과의 약속을 지키며 역시 영영 퇴장한다. 글쎄? 이러한 전개들이 아쉽게 느껴졌던 건 나뿐인 걸까? 말하자면 감독이 그 인물, 내용을 끌어썼다가 더 이상 쓸모없어지자 폐기처분하듯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물론 서두에 밝힌 것처럼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왜 항상 액션영화는 서사가 X판인가? 라는 안타까움을 견지해왔던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후반부부터는 본격적으로 엽문과 장천지(장진)의 갈등이 대두된다. 초중반까지 잠깐씩 얼굴을 내밀며 마치 “나 여기 있소” 라는 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장천지는 시종 쪼그라 들어있다가 후반부에 도장을 내고, 엽문에게 도전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영춘권의 전통 계승자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짧은 시간 내에 욱여넣다보니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노력보다는 스피디한 전개로 눙친 채 넘어가려는 인상이 강했다. 차라리 동네 양아치들, 마이크 타이슨과의 분량을 줄이고, 장천지라는 인물의 설정을 좀 더 강화시키거나 영춘권의 전통 계승자의 지위를 놓고 대결하는 부분에 좀 더 시간과 정성을 쏟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아내의 암 소식은 국내의 막장 홈 드라마 탓인지 어라? 뜬금없이 신파로 빠지는구나 싶어 당황하기도 했지만 엔딩 크레딧에서 드러나듯이 그것은 실화의 기반으로 한 내용이었고, 그리고 시리즈에서마다 강조했던 엽문의 인간적인 면모를 더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엽문 아내의 “각자의 길이 있다는 걸 이제 조금 알게 됐어”라는 대사에서처럼 오프닝 시퀀스에서 목인장을 두들기고 있는 엽문을 이해하게 되는 식으로 병이란 요소가 사용되는 측면이 있어 꽤 흥미롭기도 했다.
대부분 혹평 혹은 일갈하듯 리뷰를 썼지만 사실 <엽문 3>가 액션영화인 만큼 액션의 측면만을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많은 액션의 양, 그리고 견자단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사실상 견자단의 뒤를 이을 중국 액션 스타로 점쳐지는 장진의 액션도 만족스러웠다. 작년 12월 개봉 예정이었던 <살파랑 2>가 계속해서 개봉이 미뤄지는 모양인데, 장진은 이 작품에서도 최종보스로 출연하여 꽤 인상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참고로 유튜브에서 <살파랑 2>의 대부분의 액션 신을 볼 수 있다.) 견자단 뒤엔 장진이 있고, 장진 뒤에는 오경이 있다. 앞으로의 중국 액션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이라면 전 세계 최고의 액션 스타로 추앙할 이소룡의 등장도 반길만할 부분이다. 그의 위용을 드러내기 위해 영화 초반부에 보여지는 액션 고속촬영은 제 나름대로의 임팩트는 있었지만 마치 양껏 음식을 먹지 못해 헛헛함을 느끼는 것처럼 2번 정도의 짧은 출연이 보여주기 식 혹은 기능적 인물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했다.
P.S. 여전히 뚱뚱보의 몸매를 하고 있던 형사 역할의 배우도 몹시 반가웠다.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했지만 예전에 우리가 뭇 중국 액션영화에서 봐 왔던 뚱뚱보 형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마치 오랜만에 친구랑 조우하게 된 기분이었다.
추천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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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얄팍한 후기, 잘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감상을 대신 정리해주신 것 같습니다. 기대를 조금 했었어서 실망했던 쪽이지만요.
별말씀을요. 액션의 다채로움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영화에 대한 고민보다는 보여주기 식에 더 혈안이 된 것 같다고 할까요? 한편으로는 언제나 액션+서사도 괜찮은 액션영화를 만날수있을까하는 헛헛한 마음도 드네요.^^
아쉬움은 좀 있지만 볼만한 쿵푸영화라는 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