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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택시 (1995) 무너져내리는 일본. 한방향으로 돌진하는 택시에 탄 사람들.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204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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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부터 느낄수 있는 쌈마이틱한 느낌과는 다르게 진지한 일급영화다.

 

일본의 버블시기가 끝나가고, 일본사회가 커다란 장벽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젊은 수상이 나와서 개혁을 시도하려 한다. 그러자, 보수적인 정치가들이 나서서 그를 끌어내린다. 

"개혁하라고 내세웠더니 진짜 자기가 개혁하라는 줄 알았나 보지?" 그들은 비웃는다. 

그들은 모른다. 자기들이 잃어버린 30년을 일본에 남기고 간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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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본인들이라고 아무 잘못 없는 것이 아니다.

개혁을 시도하던 젊은 수상이 늙은 정치가들에 의해 끌어내려졌을 때,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 마치 자기들의 안정적이고 안락한 삶은 자동적으로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듯. 그냥 생각 없이 보수적인 늙은 정치가들에게 표를 던진다.

(지금 일본 주류들에 의해 경멸받는 세대다. 현재 명품을 두르고 잔뜩 주눅이 들어서 

거리를 다니는 초라한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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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택시는 이런 당시 일본의 상황을 잘 상징하고 있다.

파멸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택시라는 뜻이다. 후진하거나 우회하거나 할 방법이 없다. 

죽음과 파멸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택시에 탄 일본인들이다.

 

이런 상황을 야기한 늙은 정치가는 텔레비젼에 나와 소리친다.

그는 전범출신이다.  

이차세계대전 말기 미군함을 향해 돌진해 자폭한 가미가제의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정치에는 아무 잘못이 없고, 여성에게 커리어를 허락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정치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견고한 특권의 카르텔 - 여기에는 음지의 세력 야쿠자들이 

기생한다. 야쿠자들은 늙은 정치가에게 여자를 접대하고 충성 충성하며 산다. 

지금까지 늙은 정치가에게 접대녀를 갖다바치던 야쿠자는 

젊은 야쿠자에게 이 일을 앞으로 맡아하라고 한다. 젊은 야쿠자는 이미 신세대다. 

이런 특권의 카르텔에 동의 못한다. 그는 정치가에게 성접대를 하는 대신,

친구들과 함께 정치가의 집을 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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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기존 권력-야쿠자 카르텔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데에서 이미 기존사회체제는 낡고 시대적 역할을 다한

폐기물이라는 것이 명백하다. 하지만, 늙은 정치가도 야쿠자들도 자기들 특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젊은 야쿠자는 정치가의 집을 턴 다음 돈을 챙겨 도망간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야쿠자들에게 따라잡혀서, 젊은 야쿠자를 제외한 친구들은 모두 몰살당한다.

간신히 도망친 젊은 야쿠자도 미래가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야쿠자들이 그를 쫓는다. 

젊은 야쿠자를 능가하는 두뇌와 엄청난 잔인함을 가지고,

야쿠자들은 그 젊은 야쿠자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산탄총을 갖고 액션영화 주인공처럼 날아다니는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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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야쿠자는 모든것을 포기한다. 그는 돈을 가지고 돌아가신 어머니 묘소를 보수하는 데 쓴다. 그리고, 자기 삶을 정리하려 한다. 

젊은 야쿠자는 지나가던 택시를 탄다. 페루에서 온 일본계 페루인 야쿠쇼 코지가 운전하던 낡은 택시다.

그래서, 제목이 가미가제택시다.

젊은 야쿠자는 자조한다. "이 택시는 죽음을 향해 돌진할 뿐, 돌아나가거나 돌아올 방법은 없어."

사실 이것은 당시 일본사회를 상징하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아마 이런 감독의 시각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거나 

오버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그들은 이런 위기상황에서 꿈쩍도 않고 누리던 그대로 살아가기를 택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감독의 시각이 옳았다. 이런것이 영화의 예술적 가치라고 할 것이다. 

 

야쿠쇼 코지는 패루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계 페루인이다. 일본어도 더듬더듬밖에 못한다. 

일본인들은 일본계 페루인들을 무시한다. 덜 떨어진 바보 취급한다. 

야쿠쇼 코지는 조용히 순응하며 산다. 딱히 삶에서 기대하는 것도 없는 초라한 인생이다. 

그는 짓밟혀도 예예하면서 그냥 조용히 넘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조용한 사람은,

페루에서 가족들을 학살당하고

5년 동안 게릴라들과 총격전을 벌이며 살아온 무시무시한 인간병기다.

지금은, 비참한 상실감을 속에 품고 굳게 닫힌 껍질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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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쇼 코지는 젊은 야쿠자에게 공감한다.

젊은 야쿠자는 자기가 가진 돈을 야쿠쇼 코지에게 모두 준다.

이 돈을 가지고 가서 고향 페루로 돌아가서, 

자기 소원인 병원을 차리라고. 그리고, 행복하게 살라고. 이것이 젊은 야쿠자의 마지막 소원이다. 

 

그리고, 젊은 야쿠자는 도망가는 대신, 야쿠자 두목을 찾아가 죽이려고 한다.

죽음을 맥없이 기다리기보다는 혁명을 하는 거다.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가미가제택시를 타고 

체념하는 것보다, 기득권 부패한 사회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 백배 낫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죽임을 당한다. 젊은 세대의 좌절이다. 

야쿠쇼 코지는 깊이 고민하다가, 돈을 가지고 페루로 떠나는 대신, 야쿠자들과 늙은 정치가 일당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는 야구방망이와 빠칭코 구슬들을 가지고,

총으로 무장한 야쿠자들과 늙은 정치가 일당을 죽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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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다운 격투도 없이, 야쿠자 일당과 늙은 정치가 일당은 몰살당한다. 

사람을 죽일 때 아마츄어들은 멈칫하거나 흥분하거나 뭐 이런 것이 있는데, 야쿠쇼 코지는 그런것이 없다. 

무심의 경지로 그냥 가서 죽여 버린다. 그래서, 야쿠자일당보다도 한 템포 더 빠르다. 

그래서, 산탄총을 들고 날고 뛰던 야쿠자들도 야쿠쇼 코지의 빠칭코 구슬과 야구방방이에 맞고 죽어 버린다.

 

늙은 정치가에게 야쿠쇼 코지는 할 말이 있었다.

사실 야쿠쇼 코지의 아버지는 가미가제 특공대 일원으로 뽑혀 갔다가 자폭공격을 못하고 다시 돌아온

겁쟁이였다. 야쿠쇼 코지는 늙은 정치가에게

"가미가제특공대에게 마약을 먹인 것은 당신이었잖아? 마약때문에 자살특공대로 자폭공격을 한 것이지,

영웅적인 것이 거기 어디 있어?"하고 말한다. 늙은 정치가는 자기 본질이 부정당하는 것을 

듣고, 펄펄 뛴다. 이것은 살해당하는 것보다도 더 비참하다. 

야쿠쇼 코지는 자기 아버지가 왜 페루에 정착했는지 아냐고 묻는다. 

야쿠쇼 코지의 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후 세상을 떠돌다가 페루에 갔을 때

감동적인 것을 발견한다. 

바람을 타고 드높은 하늘을 유유히 날아가는 독수리 한 마리를 보고,

저것이 진짜 가미가제(신의 바람)라고 느낀다. 

야쿠쇼 코지의 아버지는 신의 바람 속에서 마음의 상처와 좌절감을 씻으며 살다 갔다. 

 

그런 아버지의 아들 야쿠쇼 코지에 의해,

견고한 기득권 카르텔인 늙은 정치가-야쿠자들이 몰살당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신세대에 의해 야구방망이로 죽임을 당하는 자기 모습을 이 영화 속에서 보면서,

당시 기득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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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쇼 코지는 자기가 몰던 낡은 택시를 사서 페루로 가져간다. 

한때 가미가제택시는 이제 병든 사람들과 괴로운 사람들을 희망으로 실어나르는 

수단이 될 것이다. 

 

1990년대 만들어진 영화들 중에서도 걸작이다.

1990년대 만들어진 일본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액션이나 스릴러로서도 훌륭하고, 사회적인 함의도 충분히 담고 있으면서도,

캐릭터들도 아주 감정충만하다. 재미도 있다.

야쿠쇼 코지는 자기 무게만으로 영화의 급을 한단계 올려놓는 괴력을 발휘한다. 

이런 사람을 대배우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는 두번 다시 나올 수 없다.

일본역사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나와서 그 시기를 신랄하게 비판한 걸작이다.

케네디대통령이 암살당하는데, 그 장소에 있으면서 생생하게 사진을 찍은 셈이다.

역사적 가치도 상당한 걸작이다.

퓰리처수상작 사진전에 갔다 왔는데, 과거를 사진 안에 담음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연결에 도움을 준다 하는 메세지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영화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시엔 저랬지'하는 생각이 들며 

당시 경험이 확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어떤 비범한 시대를 영화 안에 생생히 담을 수 있는 것 -

시대를 초월해서, 그 시대의 함의를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 - 

이것이야말로 예술로서의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이런 영화를 창작해 낸 사람들에게는 늘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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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95년이면 그래도 한국에선 일본 문화가 마냥 눈부셔 보였던 시기였는데...^^;
역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객관적으로 그 시절이 보이겠어요.
15:35
25.04.01.
BillEvans 작성자
golgo
일본이 그렇게 끌어내려질 줄은 당시 사람들은 몰랐지요.
18:15
25.04.01.
3등
95년 가을에 처음 일본여행을 갔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보다 한참 앞서있는 선진국이라 마냥 좋아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의 일본은 그당시와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90년대에서 사회가 멈춘 느낌입니다.
21:45
25.04.01.
BillEvans 작성자
담울
심지어는 당시 기득권 노인들까지도 이 정도로 일본이 무너지겠어 하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09:51
25.04.02.
profile image
한편의 재밌는 영화보다..더 재밌는글
감사합니다 ^^
07:57
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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