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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위키드(The Wicked: Part 1), 2024> : 모든 판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바비그린
20447 6 5

 

모든 이미지 출처: 영화 "위키드"​

저는 사실 뮤지컬에 조예가 없습니다. 살면서 몇 번 본적도 없죠. 그렇기에 뮤지컬영화는 사실 제게 중요한 옵션은 아닙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최근에는 뮤지컬을 건드렸다가 피를 본 영화들도 오히려 많죠. 원작 뮤지컬이 존재함에도 그.... 음... 뮤지컬 영화의 안 좋은 쪽으로 한 획을 그어버린 <캣츠>라던지, 뮤지컬을 주요 장치로 활용했다가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어버린 최근의 안타까운 <조커: 폴리 아 되>라던지, 비호감 이미지에 애매한 뮤지컬을 살짝 끼워넣었다가 놀림감이 되어버린 <더 마블스>도 있죠.(다만 저는 더 마블스를 괜찮게 봐서 아쉬웠습니다.)

사실 비교적 호평을 받았던 <웡카>의 경우에도, 저는 음악에 큰 감흥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아예 <겨울왕국>을 비롯한 디즈니 영화들처럼 미쳐 날뛰는 폼으로 노래를 뽑아버리는 게 아니면 뮤지컬을 영화화 시킨다던지 영화에 뮤지컬을 끼워넣는 건 안 하는 게 낫다는 게 제 생각이죠. 지금은 언젠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개봉 당시엔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위대한 쇼맨>입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제가 본격적으로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준 작품들 중 하나가 또 뮤지컬 영화입니다. 바로 그 유명한 <레 미제라블>이죠. 이 영화를 보고 뮤지컬의 힘을 알게 되었고, 제가 앤 해서웨이와 에디 레드메인에 푹 빠지게 되었고,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잡설이 기냐. 즉 제 말은 이겁니다. 뮤지컬을 할 거면 제대로 해라. 그런데 오늘 영화가 뮤지컬을 제대로 해 버렸네요.

위키드(The Wicked: Part 1, 2024)

감독: 존 추

출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외

개봉: 2024. 11. 20.(대한민국 기준)

뮤지컬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관객의 관점에서, 제가 판단하는 좋은 뮤지컬 영화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확실하게 매력적인 넘버가 존재해야 한다.

둘째, 뮤지컬이기도 하지만 영화이기도 하므로, 영화의 기본요소인 서사와 연출이 받쳐줘야 한다.

셋째,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뮤지컬을 보러 가는 이유인 "현장감"을 대신할 수 있는 무언가, 즉 굳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질문 1. 확실하게 매력적인 넘버가 존재하는가?

Yes! 네, <Defying Gravity> 끝내줬습니다.[이하 디그비(...)] 근데 이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할게요. 다른 질문에서 더 자세히 다룰거라서요. 다만 디그비 멋지다는 이야기는 워낙 많이 들어서 어느정도 예상을 했던 반면,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제 맘에 쏙들었던 넘버는 역시...!

역시. 그렇습니다. 네. 지금 어디 계시든 일어서서 모두 박수치십시오. 거 빨리 치라니까요. 아리아나 그란데가 <Popular>를 불렀는데 안 일어서실 거예요? 아리아나 그란데가? 파퓰러를? 그리고 역시나 잘불렀는데? 아, 대중교통 이용중이시면 참으십시오. 저는 경범죄 방조죄로 잡혀가기는 싫습니다.

네, 기가막힌 넘버가 의외의 부분에서 튀어나왔습니다. 저는 익히 들어본 버전들보다 더 나은 파퓰러를 들어볼 수 있을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어요. 장담컨대 아리아나 그란데는 오직 이 넘버만을 위해 캐스팅 되었을 겁니다. 놀랍게도 후술하겠지만, 그 이상을 보여줬지만요. 뮤지컬 현장에서는 당연히 아리아나 그란데 이상으로 파퓰러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전세계급 뮤지컬 존잘들이 당연히 많겠지만,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영화라는 매체에서 아리아나 그란데보다 파퓰러를 더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저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일순간 영화 <바비>의 세계로 다시 돌아간 줄 알았습니다.

첫 번째 넘버였던 <No one mourns>도 포문을 여는 역할을 기대한대로 잘 해주었고, 첫 질문의 답은 Yes였습니다.

질문2. 영화로서의 기본적인 서사와 연출이 탄탄한가?

다행입니다. 고민 했지만 일단 Yes. 물론 뮤지컬영화 특성상 훅훅 넘어가는 일부 파트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자면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의 마법 능력에 관한 연출이나 피예로(조나단 베일리)의 파트가 그러한데요. 다소 설명이 생략되었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그걸 덮을 만큼 엘파바와 갈린다의 우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고 본인 역시 소수자로서 동물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엘파바의 마지막 결단을 개연성과 감동을 동시에 확보하며 제대로 어필했죠. 굳이 없어도 되는 이야기를 추가한다거나 일부 이야기를 편집해서 침몰해버린 많은 뮤지컬을 생각해봤을 때, <위키드>의 서사는 충분히 하나의 성인 동화로서 설득력 있게 전개되었습니다.

연출도 빼먹을 수 없습니다. 원작 뮤지컬을 본 관객들도 인정하는 <Defying Graivity>의 장엄한 연출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칫 급발진 캐릭터로 미운털 박히기 쉬운 갈린다에게 "철없지만 속마음으론 내심 타인에게 애정을 가진" 속성을 제대로 부여하여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죠. 피예로는 다소 아쉽고 마담 모리블(양자경)과 오즈(제프 골드블럼)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보다는 양자경과 제프 골드블럼이라는 명배우의 연기력에 기대어 간신히 건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만, 서사적 설득력이 약한 캐릭터에 연기력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므로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닙니다. 일단 주연 두 사람의 연기력이 기대 이상이었고 명품 배우들까지 곁들이니 뮤지컬 영화 치고는 정말 간만에 배우들의 기깎기가 훌륭했네요.

질문 3. 굳이 영화로 만들 이유가 있었는가?

네, 대성공입니다! 앱솔룰리 예스!

그 전설이 돼 버린 <캣츠>가 우리에게 남겨준 교훈처럼, 뮤지컬과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노래나 연기, 서사보다도 기술적 요소인 cg와 클로즈업입니다. 이 두 가지를 잘 활용한다면 영화는 원작 뮤지컬에서 전달할 수 없었던 "환상적인 비주얼""인물의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다면 굳이 왜 뮤지컬을 영화로 만드냐는 냥냥펀치(...)를 맞고 침몰하겠죠.

멋드러진 CG와 영화 미술에 힘입어 <Defying Gravity>는 정말 환상적으로 완성 됐습니다. 엘파바와 갈린다가 처음으로 친해지는 무도회장에서의 무언의 댄스는 영화에서만 가능한 클로즈업으로 두 사람의 호흡과 표정이 섬세하게 전달되었습니다. 무도회 장면에서 눈물 뽑고 <Popular>로 아리아나 그란데 팬클럽 대거양성하고 <Defying Gravity>에서 혼을 쏙 빼놨으니 이 영화는 제 역할을 다 한 겁니다.

<위키드>를 아는 관객도 만족하고, 모르는 관객도 입덕시켰으니 이 정도면 성공이죠.

강풍인줄 알았는데 광풍을 넘어 허리케인 급이었던 <인사이드 아웃2> 단물 빠질 쯤이었던 가을철(할로윈 시즌에 개봉해도 어울렸을 것 같은데요...)을 놔두고 3시간짜리 영화를 굳이 이맘 때쯤 개봉해서 <모아나2>와 <무파사>한테 들이댄 건 아쉬운 선택이지만, 흥행도 손익분기점은 무난히 넘긴 모양이니 파트 2를 기대해봅시다!

 

 

 

블로그에 더 많은 영화 리뷰가 있습니다 :)

https://m.blog.naver.com/bobby_is_hobbying/223704813062

 

 

바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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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2등
솔직히 에메랄드 시티 들어가기 전까지 심드렁하게 보다가... 디파잉 그래비티 들으며 뿅갔네요.^^
11:45
24.12.25.
profile image
golgo
앞에 호흡이 오리지널 뮤지컬에 비해 좀 과하게 늘어지는 건가 싶긴 했는데, 막상 또 그렇게 차곡차곡 쌓지 않았으면 디파잉이 그 정도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었을지 싶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염소 교수 에피소드를 두 개로 쪼갤 필요가 있었나랑 오리지널에서 늘어졌던 사자 구출 씬과 엘파가 사랑노래 씬...이 좀 걸리는데... 염소 교수 사건에 긁힌 엘파바가 동전 날려버리는 데 성공하는 씬 때문에 필요했다 싶고...
12:52
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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