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5
  • 쓰기
  • 검색

옥문도 (1977) 긴다이치 코스케가 출연하는 가장 암울한 영화.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5357 6 15

cb72c628-7162-4f46-981e-ee3f4a708c0d.webp.jpg

 

images.jpg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추리영화다. 본격추리영화라서, 범인과 탐정의 두뇌싸움이 

핵심이다. 특히, 이 영화는 더하다. 눈을 끄는 액션이 별로 없다.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에 나오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에리소드와 분위기가 아주 흡사하다. 

 

서두가 아주 매력적이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장에서 귀환하는 패잔병들 중에 

기토 치마사라는 병사가 있었다. 그는 최후의 유언으로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내 세명의 누이동생들은 살해당할 거야."라는 말을 남긴다. 죽은 사람의 유언을 무시할 수도 없고, 또 그의 유언이 심상치 않기 때문에, 그의 유언을 들었던 사람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탐정을 고용해서, 기토 치마사의 집으로 찾아가게 한다. 그곳이 옥문도라는 섬이다. 

wRnJmLpZNoPJ1KX6bEl3G00rsmstJJRQ7WWse-i-qmUgVe6v5Ec762-ucI9I1BZt_LzLAj933qSa7v9V-Y7Zzw.webp.jpg

이후, 일본 추리소설이나 영화에서 수없이 재탕한 주제가 나온다. 

문명이나 사회제도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외떤 섬. 섬을 둘러싼 폐쇄적이고 원시적인 잔인함. 봉건적이고 계급적인 사회규범에 아직도 억눌려 사는 섬사람들. 위압적이고 어딘가 사이코패스같은 섬의 주인. 이 속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 외부인을 따돌리고 살인의 진상을 숨기려는 듯한 섬주민들. 바다에 둘러싸여 섬을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밀실살인적 요소. 답답함과 불길함. 이런 요소들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존 딕슨 카의 흑사장살인사건에서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살인"이라는 소재를 따 왔다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위의 요소들은 틀림없는 일본특유의 사회구조를 비난하는 것이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미국에서 살다 온 자유인이다. 당시로서는 이질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일본의 사회규범이나 억압적 질서같은 것으로부터 자유롭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바라본

옥문도 - 더 나아가 일본의 - 봉건적이고 억압적인 질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억압적이고 모순된 계급사회에 길들여진 섬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조리한 관습에 대해 

솔직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하고 비난하는 사람이 긴다이치 코스케다. 

이 영화에서 긴다이치 코스케는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일본봉건사회의 모순을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긴다이치 코스케의 역할은 "명탐정"이면서 동시에 "순결한 사람"이다.  

 

사실 이 영화는 지극히 일본적이다. 긴다이치 코스케와 범인의 두뇌싸움도 일본의 짧은 시인 하이쿠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이쿠를 모르면 추리과정의 줄거리는 파악할 지라도, 왜 이 영화가 훌륭한 것인지 그 뉘앙스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이 영화를 얼마나 감상할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 영화를 즐기지는 못했는데, 아마 그 이유도 있을 것이다.

201203052_2015013006524495b.jpg

외국인인 내가 보기에, 이 영화의 매혹적인 점은 세 명의 자매가 살해당하는 장면이다. 

츠키요, 유키에, 하나코라는 세 명의 자매는 좀 모자란 것인지 아니면 좀 정신이 이상한 것인지 

하는 행동이 정상이 아니다. 이 폐쇄적인 영화의 분위기에 광기와 그로테스크함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 광기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소녀들을 잔인하고 화려한 방법으로 살해하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미소녀가 거꾸로 매달려 살해당하고, 

커다란 범종 안에서 죽고, 흉기에 관통당해 죽는다. 일본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로테스크한 화려함과 비장미가 있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것을 막으려고 해봐도 소녀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이 소녀들이 광기에 시달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더, 상당히 함축성 있는 줄거리인데, 

광대짓에 미친 섬주인의 아들이 집을 나가서 무당과 정분이 난다. 무당과 결혼해서 집에 돌아온 아들을 

섬주인은 억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신들린 눈을 번뜩거리는 며느리는 못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들같으면 

섬주인의 권력과 카리스마에 기가 죽었겠지만, 며느리는 자기 신권을 사용해 오히려 반항한다. 

이것은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대립을 상징한 것인가? 세 명의 아름다운 소녀들은 모두 광기에 신기가 있다. 

 

이 살인에는 파악하기 어려운 섬세하고 은밀한 규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이쿠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명탐정만이 가지는 직관력으로 이 규칙을 파악해낸다. 

 

그렇다. 이 소녀들을 죽인 진짜 살인마는 봉건적이고 폐쇄적인 섬이다. 이것만은 긴다이치 코스케도 어쩌지 못한다.

 

아마 이후 추리소설이나 영화, 만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리라. 영화는 고전적이기는 하지만, 

잔인함이나 그로테스크함을 잘 보여주지는 못한다. 너무 잔잔하다. 하지만, 일본고전영화답게 장중하기는 하다. 

무겁고 장중한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이 영화의 주제 상 이 어프로치가 맞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줄거리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영화화하기 엄청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 사회가 가지는 잔인함과 부조리 그리고 억압관계를 그로테스크하게 날것 그대로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회파 감독같은 사람들이 더 잘 그러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6

  • 해리엔젤
    해리엔젤

  • 파다완키튼
  • Robo_cop
    Robo_cop

  • 이상건
  • golgo
    golgo
  • Sonatine
    Sonatine

댓글 15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원작이 굉장해서.. 영화가 무척 기대됐는데 원작에 비해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고 느꼈죠. 어쨌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반전이 인상적입니다.
08:40
24.07.16.
BillEvans 작성자
golgo
원작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영화만 보아도 너무 두리뭉실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10:59
24.07.16.
profile image
BillEvans
옥문도는 원작이 훨씬 좋았고
긴다이치 영화 시리즈 중에선 <팔묘촌>(1977)이 원작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11:04
24.07.16.
BillEvans 작성자
golgo

원작의 긴다이치 코스케는 잘 생긴 사람이 아니라, 이 영화 팔묘촌에 나오는 퉁퉁한 사람에 더 가깝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호러영화로 바뀌는 것이 좀 이해가 안 가더군요.

11:10
24.07.16.
profile image
BillEvans

김전일(원어명 킨다이치 하지메)이 설정상 저 킨다이치 코스케의 외손자인가 뭐 그렇습니다.(본인 말로는)

시도때도없이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라고 주문을 외는게 다 이유가 있었던 

12:28
24.07.16.
BillEvans 작성자
Robo_cop
이외에도 이 시리즈영화가 더 있습니다. 혼진살인사건, 악마의 공놀이노래, 이누가미가 사람들, 팔묘촌 등. 다 수작 이상은 되는 것 같더군요.
11:01
24.07.16.
이시카와 코지가 나오는 이누가미 일족 영화를 좋아합니다 . 옥문도도 보고 싶은데 …당최 볼 방법이
없네요 ..원작도 좋아해서 ..병원 고개 시리즈 빼고 모두 소장중인데 ..다른 영화도 보시면 리뷰 부탁드립니다!
11:01
24.07.16.
BillEvans 작성자
파다완키튼
저도 오래전에 본 것들이라 혹시 가능하면 올려드리겠습니다.
11:11
24.07.16.
profile image
저 옷차림 때문에 되게 일본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샌프란시스코 유학파라는 반전이 있죠(...)
12:29
24.07.16.
BillEvans 작성자
잠본이
긴다이치 코스케가 참 매력적인 캐릭터죠.
20:52
24.07.16.
BillEvans 작성자
킹제임스
죄송합니다. 저도 오래전에 본 것이라서. 어쩌다 본 것 같습니다.
00:33
24.07.17.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로데오][아마데우스][브릭레이어][분리수거] 시사회 신청하... 2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0:38 3325
공지 [케이 넘버]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2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0:27 2519
HOT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프로듀서, 故 토... 4 카란 카란 1시간 전10:33 1171
HOT [무대인사] 4K 60p HDR 바이러스 1주차 강남 CGV(250510) 1,... 3 동네청년 동네청년 6시간 전06:04 309
HOT 다니엘 볼드윈,액션 호러 <쥬라기: 리본> 출연 2 Tulee Tulee 3시간 전08:46 590
HOT 6월 20일 개봉 예정 <28년 후>-<엘리오> 북미 ... 3 Tulee Tulee 2시간 전09:18 735
HOT 아든 조-마가렛 조,로맨틱 코미디 <칩 AF> 출연 1 Tulee Tulee 3시간 전08:27 276
HOT ‘마스터 오브더 유니버스‘ 세트장샷 - 니콜라스 갈리친, 카... 2 NeoSun NeoSun 4시간 전07:46 504
HOT ‘마인크래프트 무비‘ 9억달러 글로벌 3 NeoSun NeoSun 4시간 전07:34 633
HOT ‘뉴 어벤져스‘ 포스터 / 프레스 포토 1 NeoSun NeoSun 4시간 전07:31 701
HOT 폼 클레멘티에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premiere in... 3 e260 e260 4시간 전07:22 511
HOT ‘슈퍼걸: 우먼 오브 투모로우’ 공식 촬영 종료 2 NeoSun NeoSun 11시간 전00:57 1630
HOT 2025년 5월 10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12시간 전00:01 1288
HOT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트럼프 영화 관세안에 반발 카란 카란 12시간 전23:49 583
HOT A24, 데브 파텔 감독 주연복수 액션 스릴러 신작 ‘더 페전트... 3 NeoSun NeoSun 12시간 전23:49 934
HOT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극찬..발 킬머 추모 4 카란 카란 12시간 전23:36 2274
HOT 제레미 레너 <호크아이> 시즌2 고사와 <미션 임파... 3 카란 카란 12시간 전23:19 2149
HOT 1초앞 1초뒤 / 우견니 정발DVD 개봉기 1 카스미팬S 13시간 전22:36 470
HOT 역습의 샤아 보고 왔네여 5 까뮤사당 까뮤사당 13시간 전22:31 731
HOT 무한 감동 무한 열차<쿄쥬로!!!> 1 진지미 14시간 전21:35 932
HOT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1만 관객 돌파 5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4시간 전21:19 678
HOT <드래곤볼> 40주년 기념 만화책 전권 표지 4 카란 카란 15시간 전20:33 2177
1175391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4분 전12:09 45
1175390
normal
울프맨 20분 전11:53 1065
1175389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10:33 1171
1175388
image
hera7067 hera7067 1시간 전10:26 206
1175387
image
hera7067 hera7067 1시간 전10:14 133
1175386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0:12 188
1175385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0:08 343
1175384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09:18 735
1175383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08:47 205
1175382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08:46 590
1175381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08:46 351
1175380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08:29 215
1175379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08:29 182
1175378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08:27 276
1175377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08:26 179
1175376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7:48 467
1175375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7:46 504
1175374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7:34 633
1175373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7:32 300
1175372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7:31 701
1175371
image
e260 e260 4시간 전07:22 511
1175370
image
e260 e260 4시간 전07:21 181
1175369
image
e260 e260 4시간 전07:21 252
1175368
image
e260 e260 4시간 전07:20 345
1175367
image
e260 e260 4시간 전07:20 244
1175366
image
동네청년 동네청년 6시간 전06:04 309
1175365
image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8시간 전04:09 363
1175364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0시간 전01:38 402
1175363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11시간 전01:11 499
1175362
image
NeoSun NeoSun 11시간 전00:57 1630
1175361
image
NeoSun NeoSun 11시간 전00:34 1288
1175360
image
NeoSun NeoSun 11시간 전00:24 841
1175359
image
NeoSun NeoSun 11시간 전00:19 586
1175358
image
NeoSun NeoSun 11시간 전00:15 529
1175357
image
NeoSun NeoSun 12시간 전00:08 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