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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가 밝힌 히트작을 내는 비결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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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재팬 기사가 재밌어서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https://forbesjapan.com/articles/detail/50961/1/1/1

 

 

1.jpg

 

지브리 스즈키 토시오가 히트작을 탄생시키는 방법
- 일은 공사혼동으로 해야 한다


여러 히트작을 세상에 선보인 스튜디오 지브리. 오랫동안 그 회사를 이끌어 온 사람이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위 사진)입니다. 2002년 미국에서도 개봉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멋지게도 제75회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습니다. 일본의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선 첫 쾌거였습니다.


사실 스즈키 씨를 인터뷰할 때, 스튜디오 지브리의 응접실에서 스즈키 씨의 뒤쪽 유리 진열대 안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놓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건 혹시나...”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귀중한 것이 아무렇게나 진열대에 놓여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래도 궁금해서 인터뷰가 끝난 뒤에 큰맘 먹고 물어보니 진짜로 아카데미상 트로피였습니다. 게다가 “볼래요?”라고 하면서 진열대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기왕이니 만져보세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미국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만져볼 기회 같은 게 그리 쉽게 생기는 건 아니죠. 조심조심 손으로 들어봤더니 “사진도 찍지 그래요?”라며 거듭해서 권했습니다.


이 일화만으로도 스즈키 씨의 인품을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에도 계속 웃는 얼굴로 소탈하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 시작은 주간지 기자


스즈키 씨의 첫 직장은 도쿠마쇼텐(일본의 유명 출판사)이 발행하는 ‘주간 아사히 예능’의 기자였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는 전형적인 모라토리엄 인간이었죠.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 글과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르바이트 등으로 글을 쓴 경험이 있어서, 잘하는지는 둘째치고서 나름 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출판사 입사 시험을 쳤더니 통과했죠.”


기자 시절에는 연예부터 정치, 폭력단까지, 온갖 주제의 사건들을 기사화했다고 합니다.


“사건을 담담하게 쓰는 거죠. 쓸데없는 감정을 집어넣으면 사실과는 달라지니까요. 그 경험으로 리얼하게 사물을 포착하는 것의 중요함, 재미를 배웠죠.”


그리고 29살 때, 모회사 도쿠마쇼텐의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의 창간에 관여합니다. 선배였던 유명 편집장이 불러서 창간을 도와달라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일은 공사혼동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반년 정도 전부터 함께 창간을 준비했던 편집 기획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의견이 맞지 않아서 갑자기 그만뒀다고 편집장이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보고 부탁한 거죠. 하지만 저는 애니메이션은 전혀 몰랐어요. 게다가 창간호 발매일이 5월 말. 부탁받은 때가 5월 연휴가 막 끝났을 때. 농담인 줄 알았어요. (웃음) ”


게다가 편집 방침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왜 애니메이션 잡지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됐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우주전함 야마토> 팬이라서”라고 편집장이 대뜸 말했다고 한다.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죠. 일은 공사혼동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그때 배웠어요. (웃음)”


■ 일부러 잡지 판매 부수를 떨어트리다


다음날부터 창간을 위한 고군분투의 나날이 시작됐습니다. 먼저 첫날은 애니메이션을 잘 아는 고등학생한테서 이야기를 듣고, 3일째 되는 날에는 전체 내용을 정리, 4일째에 편집 회의를 시작. 취재와 편집에 남은 시간은 고작 일주일 정도였습니다. 그 남은 일주일 동안 정리해서 창간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죠.


“스태프들은 모두 애니메이션 초짜였어요. 그래서 자신들이 재밌다고 여기는 것들을 점점 기사로 만들어 갔어요. 그야말로 공사혼동이었죠. (웃음) 그런데 그게 독자들에게 통했는지 부수가 점점 늘어서 40만 부까지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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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메쥬 창간호(1978년 7월호) 표지


하지만 잘 팔리는 잡지가 되면, 오히려 편집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스즈키 씨는 일부러 판매 부수를 떨어트리는 일을 꾸밉니다.


(그때) 애니메이션계에선 <은하철도 999>와 <기동전사 건담>의 전성기였는데, 당시에는 아직 무명이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테마로 40페이지 특집 기사를 진행합니다.


“그랬더니 20만 부까지 제대로 떨어졌어요. (웃음) 회사 판매부서에선 난리가 났죠. 하지만 그들은 그 이유를 몰랐어요. 판매 회의 때 ‘이유가 뭘까?’하고 저도 같이 고민하고 (웃음). 가끔은 그런 일을 하고 싶어지기도 하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만남은, (잡지 창간 전)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 고등학생한테서 “굉장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라고 들었던 것이 계기였다고 합니다. 당시에 그 두 사람은 무명이었지만, 애니메이션 팬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라고 생각한 스즈키 씨는 취재 요청을 합니다.


“그런데 타카하타 씨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게다가 전화 통화로 1시간이나, 왜 본인이 코멘트하고 싶지 않은지 끝없이 이야기하셨죠. (웃음)”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나는 코멘트하지 않겠지만, 옆자리에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같은 스태프인데 그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죠. 전화를 바꿔드릴까요?”


작품을 히트시키는 비결


“그렇게 전화를 받은 사람이 미야 씨(미야자키 하야오, 아래 사진)였어요.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1시간 동안, 취재하면서 듣고 싶었던 얘기는 전혀 해주지 않더군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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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스즈키 씨는 타카하타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을 보러 갑니다. 그리고 깜짝 놀랍니다. 왜냐면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의 극영화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죠. 이런 작품을 만드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서, 곧장 두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미야 씨하고는 처음부터 왠지 마음이 통했어요. 정신이 들고 보니 둘이서 한참을 떠들고 있었죠.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때는 출세할 가능성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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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할 때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것


스즈키 씨는 아니메쥬의 편집자였다가, 나중에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뜻밖의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저는 원래 게으름뱅이라서 말이죠. 잡지에서 다른 사람의 작품을 다뤄야 하는 것이 귀찮아서. (웃음) 우리가 직접 작품을 만들고 그걸 소재로 책을 만들면 편하겠다고 생각했죠. 미야 씨야 매일 만나니까 취재도 쉽고 말이죠. (웃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였습니다.


“영화 제작은 재밌었어요.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걸 제가 좋아하니까요. (웃음)”


프로듀서로서 작품을 히트시키는 비결에 관해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사실은 심플해요. 별난 짓으로 이목을 끌거나, 이상한 걸 기획하는 게 아니라요. 진지하게 작품을 이해하고 그 내용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잘 전달한다. 그게 다예요. 건방진 얘기 같지만 다들 그 방식대로 하고 있는지 저는 의문이 듭니다.”


어떤 영화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홍보도 실제로 접하고 있다고 한다.


“지브리에게 성공의 비결이 있다면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는 점이죠.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역시나 작품이 재밌다는 점이죠. 그렇게 되면 많은 스태프들이 뭉쳐서 힘을 발휘합니다.”


다만 자신은 좋은 조건에서, 훌륭한 작품의 재미를 설명하기만 했을 뿐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재미없는 것을 만드는 환경이었다면 그렇게 될 순 없었을 거라고요.


“그러니 자신이 추구하는 길이 확실히 있다면, 만들고 싶은 작품이나 좋은 환경을 찾아서 떠돌아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은 공사혼동으로 할 것. 자신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에 매달릴 것.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일을 목표로 할 것. 진지하게 작품을 이해하고 전할 것. 좋은 환경을 찾아서 떠돌아다닐 것. 스즈키 씨만의, 어깨의 힘을 빼고서 히트작을 탄생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golgo golgo
90 Lv. 4158186/4500000P


익스트림무비 스탭
영화, 영상물 번역 / 블루레이, DVD 제작
영화 관련 보도자료 환영합니다 email: cbt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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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이렇게 해서 히트작이 탄생했군요
마지막 문단은 맞는 말인 거 같아요
21:26
22.10.10.
profile image
golgo 작성자
카란
좋은 직장 잡아라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 같네요.
21:32
22.10.10.
profile image 2등

멋진 인터뷰네요 ^^ 재밌게 잘 읽었고, 번역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21:35
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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