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당장 관객들 관람태도부터 무척 좋았습니다. 초반에 들리던 부스럭 거리던 소리도, 영화 후반부에 들어서는 전혀 없어진 채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더군요. 여기저거서 간혹 훌쩍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네요.
영화는 소재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내 안의 감정체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멋진 상상력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상상력으로 구현된 그 모습이 대단했습니다. 이 소재 자체가 개인적으로 완전 빠져들 수 있는 것이었기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네요.
약간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지만(예를 들어 몽키 흉내내는 부분, 빙봉이라는 상상의 친구), 전체적으로 영화를 위한 장치였습니다. 그 ‘장난치는 섬’과 ‘빙봉’은 결국 부셔져버렸죠. 어릴때는 다들 그렇게 유치하면서 엉뚱하지만, 크면서 그런 것이 없어지는 과정을 너무나 잘 표현했네요.
또한 어렸을 때 그렇게 행복했던 기억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핵심기억’이라면서 소중히 다루고, 마치 왕국처럼 건설했던 각 섬들은, 살면서 여러가지 일에 부닥치면서 쉽게 허물어져버립니다. 어쩌면 저도 그런 섬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렸을 때 없어져버렸는지도 모르겠네요.
영화는 슬픔 같은 감정도 필요하고 포용할 줄 알아야하는 점, 그러면서 감정이 성숙되어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줍니다. 후반부는 정말로 다른 생각 전혀 안들고 완전 빠져들어 봤네요. 단순히 어린 소녀가 가출하려다가 집에 돌아오는 사소한 일이지만,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대단한 상상력으로 멋지게 표현해냈습니다.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한 이 아이의 내부감정이, 슬픔만이 이 상황을 컨트롤 가능함을 깨닫고, 그 속에서 슬픔과 기쁨이 섞인 구슬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슬픔에 휩싸여 가족 품에 안겨 울 때, 기쁨 또한 살며시 섞이며 아이가 미소를 짓는 장면은, 정말 눈에 눈물이 글썽일 정도였습니다. 진짜로 울컥했네요. 그렇게 아이가 성숙되어가는 것이겠죠. 모두들 다를 것입니다. 마냥 우울하거나 화만 내는 아이는, 커가며 기쁨의 의의를 알아가겠죠.
픽사란 회사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매번 볼 때마다 ‘이 정도 되는 대작은 다시 나오기 힘들겠지’라고 생각하는데, 매번 그에 버금가는 명작들을 만들어내니 말이죠.
극장관람 영화 중, 최악의 영화라고 꼽을만한 것은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