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2014년 한국영화 베스트 10에 이어 이번에는

2014년 외국영화 베스트 10을 꼽아 보았습니다.

작은 영화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한국영화와 달리

외국영화는 아트하우스 영화부터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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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출연 : 휴 잭맨,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패트릭 스튜어트, 제니퍼 로렌스, 할 베리, 이안 맥켈런

감독 : 브라이언 싱어


간단평 : '결자해지'라는 말은 이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물론 매튜 본 감독도 <엑스맨:퍼스트 클래스>를 훌륭히 완성했지만,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통해 자신이 '엑스맨'의 세계와 캐릭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적임자임을 다시금 입증합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두 개의 세대가 만나고 그것이 헝클어지지 않고 오히려 질서 있게 어우러지는 광경을 매끈한 액션과 함께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황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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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출연 :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사무엘 L. 잭슨,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 앤서니 루소, 조 루소


간단평 : 실력 좋은 악동들의 축제 한 마당 같았던 마블의 히어로 무비가 이 영화에 이르러 어떤 '품격'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감독은 우려를 씻어내고 초능력 없는 이 영웅의 이야기를 첩보물의 풍미가 가득한 복고풍 활극으로 성공리에 구현해 냈습니다. 굳건한 조직인 줄 알았던 쉴드를 안에서부터 흔드는 대담한 스토리, 멋과 연민을 함께 자아내는 윈터 솔져란 걸출한 캐릭터, 그리고 우아한 악역 로버트 레드포드까지. 캡틴 아메리카는 물론 마블의 세계 전체가 다시 보이게 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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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인사이드 르윈>


출연 : 오스카 아이작, 캐리 멀리건, 존 굿맨, 가렛 헤드런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감독 : 조엘 코엔, 에단 코엔


간단평 : '삶은 변하지 않는데 사람이 변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이 영화는 천연덕스럽게 그럴 수 있다고 답합니다. 말이 여정이지 단벌 코트와 고양이 한마리를 들쳐 안고 걷는 무명 뮤지션 르윈 데이비스의 길 앞에는 나아감 같은 게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간지럽히지 않고도 어느새 피부로 스며드는 바람처럼, 그렇게 지지부진한 삶 속에서 손톱만큼이라도 변화를 겪는 그의 모습을 대단히 세심하게 따라갑니다. 그런 그를 비추는 카메라는 얼마나 포근하고, 그를 감싸는 음악은 또 얼마나 감미로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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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출연 :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브래들리 쿠퍼, 빈 디젤, 베니치오 델 토로, 리 페이스

감독 : 제임스 건


간단평 : 마블은 '어벤져스'라는 공동체에 얽매이지 않고도 그 자체로 이미 엄청나게 매력적인 동지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바람이 잔뜩 들어간 듯 들뜬 에너지가 가득한 80년대 모험물이 마블의 우주와 만난 것 같은 세계관 속에서, 영화는 인간, 동물, 괴물 막론하고 무지막지한 액션을 쏟아부으면서 감수성까지 한껏 자극합니다. 세계를 구한다는 어떤 사명이 아니라 진짜 친구라는 유대감으로 하나가 된 그들의 모습에서는, 슈퍼히어로물의 흔한 무게가 아닌 순도 100% 오락물의 생기가 철철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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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나를 찾아줘>


출연 :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 타일러 페리

감독 : 데이빗 핀처


간단평 : '명품 막장'이라는 말은 이 영화를 위해 아껴두어야만 했습니다. 남편과 아내라는 가장 사적인 관계에서 출발해 까발려지는 상상을 초월한 비밀은, 부부라는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본질 자체를 의심하게 하는 섬뜩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꿈결을 헤매는 듯 너울거리는 흐름, 그러나 가차없는 사건의 전환. 그 속에서 욕망을 잔뜩 껴입고 있던 인간들은 발가벗겨지고, 시퍼렇게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는 미디어 앞에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진짜는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만이 엄습합니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진짜 공포가 시작되는, 그래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공포가 심장을 옥죄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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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5일의 마중>


출연 : 공리, 진도명, 장혜문

감독 : 장예모


간단평 : 오랜 영화적 동지인 공리와 함께 오랜만에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돌아온 장예모 감독은, 역사의 거대한 생채기가 들여다 보이는 작은 인간들의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가차없이 굴복시킵니다. 지난 시절을 되찾으려는 나이든 부부의 이야기에 단촐하게 집중할 뿐이지만, 보는 우리는 어느덧 그로부터 엄혹한 역사와 그 속에서 끝끝내 흐트러지길 거부하는 인간의 조용하고도 강한 의지를 발견합니다. 가슴이 미어지는 멜로영화이자 비극적인 역사드라마이기도 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몇번을 봐도 선뜻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여운을 남깁니다. 작지만 거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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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노예 12년>


출연 : 치웨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폴 다노, 루피타 뇽, 폴 지아마티, 브래드 피트

감독 : 스티브 맥퀸


간단평 : 노예 제도의 참상을 아마도 가장 적나라하게 그린 미국영화일 것이며, 그래서 더 감탄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무자비하리만치 똑바로 응시하면서, 그것을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시선으로 해석하지도 않습니다. 부조리한 제도 안에서 만족하고 복종하기를 택하는 자들과 맞서 싸우고 벗어나기를 택하는 자들의 대비는 과연 누가 주인이며 자유인인지를 묻는 듯 하고, 그와 나란히 놓이는 압도적인 자연은 부끄러운 제도에 의존하는 인간들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 뿐입니다. 끝내 죄책감 어린 탈출을 이뤄내는 주인공의 표정을 통해, 영화는 한 특별한 인간의 성공담이 아닌 나 혼자 벗어난다고 끝이 아닌 시스템의 비극을 조망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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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레고 무비>


출연 : 크리스 프랫, 윌 패럴, 엘리자베스 뱅크스, 윌 아넷, 리암 니슨, 모건 프리먼, 채닝 테이텀

감독 : 필 로드, 크리스토퍼 밀러


간단평 : 브랜드와 콘텐츠의 만남에 있어서 어쩌면 역사적인 족적을 남긴 영화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레고'라는 브랜드의 로고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그 세계 속 캐릭터들의 존재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러나 강렬한 스톱모션 기법과 쫄깃한 패러디, 거기에 '매뉴얼 같은 건 없다. 당신이 만드는 것이 곧 세계다'라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메시지는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완성도의 영화가 되게 하고, 브랜드가 내세우는 가치관과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부모는 아이를, 아이는 스스로를, 젊은이들은 레고를 사랑하게 될 것이니, 마케팅은 자고로 이렇게 해야 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최상의 결과물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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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인터스텔라>


출연 :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케인, 케이시 애플렉, 토퍼 그레이스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간단평 : 가장 거대한 영화가 가장 개인적인 영화가 되는 것도 가능한가 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제 갓 우주 공부에 재미를 들인 수재처럼 영화에서 우주적 상식과 상상을 마음껏 펼치지만, 끝내 그 거대한 상상과 포부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개인적이고 친밀한 가족이라는 존재와 만나는 순간을 선사하며 감탄을 자아냅니다. 아이맥스를 능란하게 활용하며 만들어낸 우주의 광경은 숨을 멎게 하지만, 그 드넓은 포부가 가닿은 끝에서 만나는 것은 결국 거대한 우주를 품은 인간이라는 존재, 그리고 나와 당신이라는 그 두 개의 우주가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라는 어떤 기적. 천재같기만 했던 놀란의 두근대는 심장이 느껴지는 듯 해서 그의 어떤 영화보다도 특별하게 다가온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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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보이후드>


출연 :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퀘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간단평 : 제가 살면서 이런 영화를 두 번 만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일정하고 꾸준한 템포로, 그러면서도 부자연스럽게 분절되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내는 끈기와 세심함을 통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 2시간 40여분짜리 영화 한 편으로 12년 세월의 두께를 실감케 합니다. 별다른 사건이 없는데도, 강렬한 이미지 같은 게 없는데도 그 켜켜이 쌓인 12년의 세월이 끝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그게 아마 우리가 사는 인생과도 정확히 똑같기 때문일 겁니다. 뭘 하는지 모르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어느덧 자라 있는 나의 모습, 불현듯 다가오는 온갖 크고 작은 변수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나의 모습이 영화에도 별 다름없이 투영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순간, 그렇게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나 또한 한 편의 영화를 살아냈구나 라는 생각에 지나온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집니다. 누구나의 삶에 대한 이보다 정성스러울 수 없는 헌사입니다. 미국인들에게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게 너무나 부러울 따름입니다. 만약 이 영화가 한국영화였다면, 끝날 때 통곡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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