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본 영화들을 대상으로 저만의 베스트 10을 매겨 보았습니다.

(안좋다 소문난 영화들은 대개 아예 보지 않는 편이라 워스트 순위는 매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못한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같은 영화가 있긴 했습니다만...)


2014년 1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정식 개봉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우선 한국영화 부문 베스트 10부터 꼽아보았습니다.

블로그에도 올린 글인데 여기 수다 게시판에도 한번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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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해무>


출연 :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이희준, 문성근, 김상호, 유승목

감독 : 심성보


간단평 : 사람답게 살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 하는 이상한 세상의 축소판.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배 위에서의 생존 투쟁은 앞뒤 재지 않는 폭주이면서 동시에, 끝내 벗어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발버둥쳐야 하는 서러운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서로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지만, 누구의 편을 들 수도 누구를 힐난할 수도 없는, 그래서 비극적인 올해의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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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논픽션 다이어리>


출연 : 고병천, 김형태, 박상구, 조성애

감독 : 정윤석


간단평 : 지존파-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까지 90년대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주요 사건들을 한번에 엮어내며 말로만 듣던 한국 사회의 바로 그 '적폐'를 응시하는 예리한 시선. 이 살풍경 가운데에서 어느덧 우리는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똑같은 병폐에 시달리고, 심지어 그 사실조차 모른 채 무감각해진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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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도희야>


출연 :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감독 : 정주리


간단평 : 인간이란 이름을 불러줄 때 꽃으로 피어나는 존재인 것을. 엄혹한 현실과 충격적 선택을 지나 만나는 것은 무고한 아이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어른의 책임입니다. '도희야'라는 부름에는 버려선 안되는 무거운 책임감과 비로소 빛을 발하는 인간의 존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귀신 같은 연기가 그 책임과 존엄의 무게를 더욱 굳건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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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 <10분>


출연 : 백종환, 김종구, 정희태, 이시원

감독 : 이용승


드라마 <미생>이 있기 전 이 영화가 있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는 인턴이 겪는 회사생활은 서스펜스를 곁들인 시트콤처럼 그려지는 가운데, 우리가 발견하는 건 지시는 있되 책임은 없는 윗사람과 책임은 있되 권리는 없는 아랫사람의 아슬아슬한 공존입니다. 차라리 <미생>은 보기 좋은 판타지로 보일 만큼, 가는 곳마다 살얼음만 있는 사회생활의 민낯이 있는 영화입니다. <미생>의 정과장님도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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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출연 : 조병만, 강계열

감독 : 진모영


굳이 만들어내지 않아도, 저절로 피어나는 이야기로도 우리의 인생은 이토록 영화보다 아름답습니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너무나 가없는 나머지 무심하게 다가오는 이별의 순간마저도 너른 사랑의 마음으로 끌어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위대한 사랑은, '부모'라는 이름에 가려 보지 못했던 눈부신 연인의 풍경을 보게 합니다. 이를 더욱 빛내는 건 끝까지 예의를 지키고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만든 이의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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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카트>


출연 :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도경수, 황정민, 천우희

감독 : 부지영


'노동쟁의'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거의 최초의 상업영화이지만, 그 의미에만 기대지 않고 이것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설득시키는 데 성공한 영화입니다. 파업이 성사되고 전개되고 균열되었다 재개되는 과정 속에서 흔들림과 뭉침을 반복하는 개개인의 삶은, 우리가 길거리에서 숱하게 들었을 그들의 외침이 실은 옆집 아주머니의, 친구의 어머니의, 우리 어머니의 외침이었음을 실감케 합니다. 그 마음을 소탈하게 전한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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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자유의 언덕>


출연 : 카세 료, 문소리, 서영화, 김의성, 윤여정, 기주봉, 정은채, 이민우

감독 : 홍상수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나이가 들수록 재미있어진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게 뭔 재미가 있지' 싶었다가 '이거 완전 웃기네' 싶었던 그의 영화에서, 이제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웃음 속에 가슴을 선뜻 건드리는 현자의 생각 같은 걸 만나게 됩니다. 뒤죽박죽된 편지지 속 한 남자의 시간과 상관없는 일상은 속박된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고픈 몸부림이자, 한편으로는 그 모든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랑을 따라가는 홍상수 감독만의 러브스토리이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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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족구왕>


출연 : 안재홍, 황승언, 정우식, 강봉성, 황미영

감독 : 우문기


올해 이 영화보다 더 웃겼던 한국영화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론 야구치 시노부 식 B급 코미디를 한국영화에서 만나 반갑기도 했지만, 더 좋았던 것은 의지와 상관없이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아야 하는 '복학생 청춘'에게 괜찮다고 어깨 툭툭 두들겨주는 그 태도였습니다. 남들 보기 촌스럽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놓지 않는 게 실은 얼마나 '간지나는' 일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러브 액츄얼리>의 현관 고백 장면과 비견될 만한 사랑 고백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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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거인>


출연 : 최우식, 김수현, 강신철, 신재하, 박주희, 이민아, 장유상

감독 : 김태용


누구나 자기만의 고통이 있습니다. 10대를 지나가는 시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거인>은 자극적인 설정이나 충격적인 사건이 없이 오히려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자기만의 치열한 생존법을 터득해 나가야만 하는 소년의 아픔을 성공적으로 전달합니다. 선과 악, 가해와 피해의 경계를 벗어난 주인공은 최우식 배우의 연기를 만나 펄떡펄떡 살아움직이고, 끝내 그에게 한줄기 희망을 건네는 영화의 태도는 극복하겠다는 자아성찰적 모습, 소년의 아픔을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어른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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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한공주>


출연 : 천우희, 정인선, 김소영, 이영란

감독 : 이수진


두 번 보긴 힘들 수 있는, 그러나 한 번 보면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영화. '한공주'라는 이름의 소녀는 올해 한국영화가 첫 손에 기억해야 할 영화 속 인물이 분명할 겁니다.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나 버거운 상처를 안고 바스라질 듯 위태롭게 걷지만, 끝내 희망을 발견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 그녀 앞에서 우리는 감탄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일방적인 감정 호소에 기댈 수 있었을 소재를 치밀하고도 담백한 연출을 통해 관객의 몰입을 한시도 놓지 않은 감독의 연출, 그리고 한공주라는 소녀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캐릭터로 눈 앞에 가져다 놓은 천우희 배우의 신들린 연기력은, 사회적 함의와 영화적 완성도가 빚어낸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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