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영화결산 & Best 5

2010.01.04 16:30

블러베어 조회 수:13524

결산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썼지만, 간단하게 다섯 가지 키워드로 2009년 영화계를 돌아봤습니다

1. 재난영화
90년대 후반, 붐을 이뤘던 재난영화가 10여년만에 굵직하게 돌아왔습니다
제2의 어윈 알렌을 꿈꾸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
임팩트 있는 재난장면을 선보인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노잉'
수입사의 멋대로 가위질만으로도 재난스러운 제제 타카히사 감독의 '블레임: 인류멸망 2011'
영화관에서 영화관 재난을 보게한 데이비드 R. 엘리스 감독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그리고 설명이 필요없는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까지 2012년을 착실히 준비한 한해였습니다

2. 한국영화, 독립영화의 약진
2008년 위기설을 듣기도 한 한국영화가 부진을 딛고 내실있는 영화를 많이 내놓기도 했습니다
7급 공무원, 거북이 달린다, 차우 등 전편을 뛰어넘은 감독들의 차기작
그림자 살인, 킹콩을 들다, 우리 집에 왜 왔니, 불신지옥, 작전, 인사동 스캔들 등 재기 넘치는 데뷔작
국가대표, 해운대, 마더, 박쥐, 전우치 등의 대형작품
파주, 김씨 표류기 등 개성넘치는 독특한 영화들까지 꽤 풍성했습니다

더불어 독립영화계에겐 잊을 수 없는 한해였죠
독립영화계의 보물,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뚝심있게 할 말은 하는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
또 설명이 필요없는 이충렬 감독(본인은 프로듀서로 불리기를 원하지만)의 '워낭소리'까지 대단했습니다
더불어 노영석 감독의 '낮술'(은 사실 아직 못봤지만), 홍현기 감독의 '물 좀 주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3. 의체, 사이보그, 사이버월드
의체는 아시다시피 시로 마사무네의 작품인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표현이죠
올해는 유독 위의 키워드가 적용되는 작품들이 여러편 선보인 한해였습니다
게이머, 디스트릭트 9, 써로게이트, 썸머 워즈, 아바타, 에반게리온: 파,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더불어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도 인간으로 위장한 로봇외계인이 등장하니...
그밖에 키워드 적용은 안됐지만 스타 트렉: 더 비기닝, 팬도럼 같은 인상적인 SF 작품들도 선을 보였습니다

4. 소문난 잔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란 옛말을 충실히 구현한 작품들도 여럿 눈에 띄었으니
10억, 굿모닝 프레지던트,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나인, 박물관이 살아있다 2, 적벽대전 2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아쉬움만 화려했던 것 같습니다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욕심이 조금 과했던 케이스
그래도 이 작품들은 기대치라도 높았지만,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개봉전부터 이미 먼산을 바라보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5. 거장의 귀환
닐 블롬캠프 같은 실력있는 신인감독도 등장했지만, 거장들의 귀환이 반가웠던 한해였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그랜 토리노', '체인질링'
우디 알렌 감독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코엔 형제 감독의 '번 애프터 리딩'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샘 레이미 감독의 '드래그 미 투 헬'
헨리 셀릭 감독의 '코렐라인: 비밀의 문'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해피 플라이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테리 길리엄 감독의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마이클 만 감독의 '퍼블릭 에너미'
토니 스콧 감독의 '펠햄 123'까지 개인적인 호불호는 있지만 다들 반가운 작품이었습니다

번외로, 시리즈와 수퍼히어로도 여전히 유효했으니 그중에서도
J.J. 에이브람스 감독의 '스타 트렉: 더 비기닝'과 잭 스나이더 감독의 '왓치맨'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Best 5 외국영화 (가나다순입니다)

1.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Gran Torino.jpg
http://www.imdb.com/title/tt1205489/
반세기를 영화에 바친 장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영화
배우라면 이런 영화 한편 갖는 것이 필생의 꿈으로 여겨질 듯 합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거장의 솜씨에 흐르는 눈물과 함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 (2009)
Drag Me to Hell.jpg
http://www.imdb.com/title/tt1127180/
그 흔한(?) 사지절단과 고문쇼 없이도 "호러영화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확실히 보여준 작품
더불어 집시노파가 '제이슨 부히즈'보다 더 무섭다는 사실도 알게 됐으니...
자, 이제 브루스 캠벨과 함께 '이블 데드' 속편을 얼른 내놓으시오!

3. 아바타 Avatar (2009)

http://www.imdb.com/title/tt0499549/
꿈 속에서 판도라 행성에 갔습니다, 그곳에는 온갖 진기한 동식물과 함께 인간과 유사한 모습 지닌
나비라는 이름의 지적 생명체가 존재합니다, 나비족과 함께 생활하며 숲을 사랑하게 되고 그들을 사랑하게 됩니다
피할 수 없는 탐욕스러운 인간과의 전쟁을 끝내고 아바타가 아닌 나비의 진정한 일부가 되면서 꿈에서 깹니다
그 꿈의 이름은 바로 '아바타'입니다

4. 코렐라인: 비밀의 문 Coraline (2009)

http://www.imdb.com/title/tt0327597/
닐 게이먼과 헨리 셀릭이 만났습니다, 이 어둡고 무서운 영화가 전체 관람가라니...
당초 실사영화로 기획됐다가 애니메이션으로 변경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비록 더빙판으로 봤지만)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그러한 변경 속에 '다코다 패닝'은
계속해서 남아 참여했다는 사실이죠, 극장상영을 놓쳤다면 필시 후회했을 작품

5. 킬러들의 도시 In Bruges (2008)
In Bruges.jpg
http://www.imdb.com/title/tt0780536/
세상에 이렇게 여유넘치고 욕잘하고 예술적인 영화가 또있나 싶을 정도
허허실실 영화가 진행되는데 피식피식하다가도 무릎을 탁치게 하는 매력을 지닌 작품입니다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랄프 파인즈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은 기본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 출연하기도 했던 '클레멘스 포시'의 매력이 상당합니다

Best 5 한국영화 (가나다순입니다)

1. 거북이 달린다 (2009)
거북이 달린다.jpg
http://www.kmdb.or.kr/movie/md_basic.asp?nation=K&p_dataid=10255&keyword=거북이%20달린다
전혀 기대안한 영화가 준 재미에 한표, 그것을 넘어 상업적으로 잘 조율된 웰메이드 작품임에 한표
그리고 김윤석의 놈을 사리지 않은 연기와 조연들의 호연에 한표
마지막으로 '2424'로 절치부심, 와신상담했을 이연우 감독에게 한표

2. 똥파리 (2008)

http://www.kmdb.or.kr/movie/md_basic.asp?nation=K&p_dataid=10103&keyword=똥파리
영화가 제작되기 전, 양익준 감독에게 직접 시놉시스를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는데
역시 뚝심있고 재능있는 그의 선택은 똥파리라는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배우들의 연기, 안정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영상과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똥개'에 이어서 가장 파격적인 제목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3. 작전 (2009)

http://www.kmdb.or.kr/movie/md_basic.asp?nation=K&p_dataid=10077&keyword=작전
올해 가장 재기 발랄한 신인감독의 데뷔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재밌었던 작품
소재는 그야말로 시의적절, 대사의 리드미컬함은 최동훈 감독을 넘볼 정도였으니
이런 데뷔작을 보면 역시나 드는 생각은 감독의 다음 작품이 무척이나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박희순, 조덕현, 김무열, 김준성 4인방에게 박수를...

4.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9)
잘 알지도 못하면서.jpg
http://www.kmdb.or.kr/movie/md_basic.asp?nation=K&p_dataid=10187&keyword=잘%20알지도%20못하면서
홍상수 감독의 찌질감독 캐릭터 시리즈의 결정판
김태우에게 찌질한 캐릭터 연기의 대가라는 칭호를 다시 한번 부여하게 된 작품입니다
슬금슬금 피어오르는 유머에 키득키득하지 못했다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있을까요?
홍상수만큼 배우들을 가지고 (의미있게) 놀 수 있는 감독이 또 있을까 싶기만 합니다

5. 차우 (2009)

http://www.kmdb.or.kr/movie/md_basic.asp?nation=K&p_dataid=10117&keyword=차우
2009년 가장 발칙한 영화, 하지만 그 발칙함에 빠져들고 말았으니...
하나에서 열까지 안전한 공식은 거부하고, 심지어 66억원이라는 예산으로
만들어낸 특수효과는 투박한 디지털룩 속에서 폼조차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엉뚱한 유머, 엉뚱한 연기, 엉뚱한 연출에 있으니
이게 코드가 맞으면 배꼽이 빠지고, 코드가 안맞으면 배알이 뒤틀리고 맙니다
배꼽이 빠져라 웃을 수 있어서 그저 즐거울 따름입니다

그밖에도 좋은 영화가 참 많았던 2009년이었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영화가 많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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