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0
  • 쓰기
  • 검색

<애니멀 타운>, 루저를 위한 도시는 없다

CZSUNOUS MAN
3277 0 0
1.jpg 

애니멀 타운 (2009)

Animal Town

감독 : 전규환

배우 : 오성태, 이준혁

 

영화 내용이 자주 언급되니

관람예정인 분들은 되도록 관람 후에 보시길 권장합니다

  

 

 

<애니멀 타운> <모짜르트 타운>, <댄스 타운>과 함께 전규환 감독의 타운 3부작으로서 두 번째로 제작된 작품이다. 전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우리는 누가 누구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지 아무도 모른 채 이 짐승 같은 도에서 산다라는 말로써 표현하고 있다. <파수꾼>에서 묘사한 치기 어린 청춘들이 상처를 주고 받는 행위들이 여리고 섬세한 이미지와 연결됐다면, <애니멀 타운>은 상처의 깊이는 더욱 깊고 그 이미지는 훨씬 더 냉혹한 분위기로 일관하는 작품이다.



1.jpg 

야생의 도시에서 범죄낙인의 족쇄에 옭아매인 성범죄자의 삶

 

이 영화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가해자인 아동 성폭행범 오성철과 피해자 가족의 가장인 김형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몇몇 리뷰에 의하면 <애니멀 타운>이 마치 성폭행범을 동정하고 연민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언급한다. 실제로 오성철의 모습은 포악함이나 비열함 등 보통의 악인이 지닐 법한 이미지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오히려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는 소시민의 삶에 더 가까워 보인다.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가 철거직전에 놓인 상황, 체납된 노동임금,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들이 갖는 외형상의 모습들은 영락없는 소시민이다.

 

그러나 성철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으며, 여전히 아동에 대한 성적 욕구를 억제하는 것이 버거워 약을 계속 복용한다. 앞서 언급한 소시민의 이미지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더욱 악화된 것이라 봐야 된다. 그의 시선은 항상 불안하며 정면을 향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자기 방어라기 보다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성범죄자의 낙인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다. 성폭행은 살인 만큼이나 양형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범죄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그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며 잠재적인 범죄자다. 그는 왠만해선 벗어나기 힘든 삶의 수렁에 빠졌기에 사회적 조처가 취해지기 전까지 지속될 피폐한 삶을 견뎌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성철에게 희망의 여지는 있는가? 여기서부터 사회의 역할이 제기된다. 형을 마무리한 범죄자라면 설령 감시대상의 요주 인물일 지언정 원칙적으로는 시민이나 다름이 없다. 어쨌든 그 역시도 남들처럼 일하고 보수를 받으면서 삶을 영위할 최소한의 권리는 존재한다. 따라서 사회는 그의 잠재적 범죄성향을 말소시키는 한편, 정상적인 의식주 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단순히 정부의 사회제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구성원들이 모여서 이뤄내는 분위기정서에 달린 것이다. 애석하게도 영화 속 도시는 잿빛색깔만큼이나 암울하며, 짐승처럼 제 먹이에 혈안이 되어있다. 고된 건설 노동을 끝마치고 난 뒤에 찾아온 건 부도난 회사의 나 몰라라식 임금 체불이었으며, 겨우 자리잡은 일자리인 택시기사로서 받은 건 자기 이익에 혈안이 된 손님의 인격비하와 욕설이다. 상황이 그를 만든 것은 아니나, 불안감과 충동억제에 시달린 성철이 폭발하는 데에 그만한 촉매제는 없는 것이다.



생기 없는 우울한 삶 속에서 망상과 분열에 사로잡힌 피해자

 

이번엔 피해자인 김형도의 삶을 들여다보자. 영화에서 그가 피해자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그러나 일터를 오가며 계속 성철의 모습을 멀리서 예의주시하는 모습, 생기 없는 집안과 웃음기 없는 얼굴 표정, 딸의 해질 대로 해진 운동화 등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인지시켜준다. 운영난으로 한 명의 직원을 해고할 때에도 부인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 녀석을 자를 순 없지 않느냐고 설득한다. 그 안에서 누구든 사정없는 이는 없을 것이나 가정을 꾸리는 이로서 적용할 수 밖에 없는 기준인 셈이다.

 

영화가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 그는 종종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도중 그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훔쳐 탄 고교생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경찰 측은 자신의 오토바이를 관리하지 못한 것도 부분적 책임이 있으니 일단 숨진 학생의 부모를 찾아가 합의를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한다. 좀 놀라거나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살짝 흥분할 법도 한데 그의 표정은 너무 덤덤하기만 하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면 아내가 질문을 해도 대답은 않고 그에 상응하는 행동만 취하고 나가곤 하며, 아내 또한 말없는 남편에 대꾸조차 없다. 심지어 아내가 딸이 먹을 해열제를 부탁하는데도 멀뚱히 있더니 자신이 약을 먹고는 삼켜버린다. 중국에서야 이 모든 행동이 실재하지 않는 아내와 딸에 대한 망상과 분열증세였음이 드러난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그는 없는 딸의 운동화를 사왔으며, 고교생의 죽음에도 무덤덤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내의 부재는 성적욕구에 대한 결핍으로 나타난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TV를 보고 있을 때 부인은 속옷 차림으로 형도 앞에 나타나서 옷을 주섬주섬 주워 갈아입는가 하면. 인쇄시안을 보여주러 치킨호프집에 갔다가 그곳 사장의 육감적인 몸매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밖으로 나가 매춘부와 모텔에서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이렇게 망가진 피해자의 삶을 사는 형도는 가해자인 성철이 자살을 시도하려 하자 목매단 줄을 끊는다. 형도는 피해자로서 가해자인 성철이 고통의 삶을 못 견딘 채 죽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제 3의 약자

 

형도의 시선은 성철을 향하고, 성철의 시선은 유모차에 골판지와 폐품을 담으며 돌아다니는 어린 소녀를 향한다. 이 소녀는 성철주위에서 계속 충동을 자극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영화에서 다루는 또 다른 밑바닥 삶이다. 소녀의 가족은 기초생활수급대상으로서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지만, 구성원이 자신보다도 어린 여동생과 노동능력이 부족한 할머니뿐이다. 결국 다녀야 할 학교를 빠진 채 가장 노릇을 해보겠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폐품수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잠재적으로는 성철의 범죄행위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으며, 성철마저도 짓누르는 이 엄혹한 도시를 거닐고 있기에 소녀는 항상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소녀는 어느 슈퍼 앞에서 무전취음하는 노인과 슈퍼주인의 실랑이를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떨어진 소주병의 파편에 다리를 찔리고 만다. 이렇다 할 응급처치도 받지 못하고 조각만 뺀 채 돌아다니던 소녀는 결국 출혈과 파상풍으로 구급차에 실려간다.

 

소녀가 떠난 자리엔 폐품을 담던 유모차가 덩그러니 남겨지게 되고, 이윽고 소녀의 여동생이 그 옆에 앉아서 소녀를 기다린다. 소녀가 떠난 자리를 여동생이 다시 채우게 되고 결국 이들의 삶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될 것을 암시한다.



애니멀 타운2.jpg 

루저를 위한 도시는 없다

 

<애니멀 타운>에서 동물의 존재는 제목뿐만이 아니라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영화 초반에 흘러나오는 구리시 멧돼지 출현보도 뉴스가 흘러나오며 성철이 전기 장판을 사고 돌아오며 지나치는 카센터에는 얼기설기 묶여있는 여러 개들을 볼 수 있다. 한편 성철이나 형도를 둘러싼 거대한 빌딩들과 수많은 차들은 거대한 숲과 야생 동물을 연상케 한다. 등장 인물들이 벌이는 행위들은 대개 인간적이거나 배려차원의 행위보다는 그저 먹고, 일하고(사냥하고), 성관계를 맺는 원초적 행위들이 주를 이룬다. 그저 본능만 부각 시킨 채 떠도는 짐승들의 도시인 것이다.

 

포스터도, 영상도, 그리고 그들의 삶도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있는 <애니멀 타운>은 범죄로 낙인찍혀 속박된 삶을 사는 이건, 범죄로 피해 받은 가정이건, 그리고 지켜줄 보호자 없이 떠도는 소녀가 됐건 상관하지 않는 도시를 묘사하고 있다. 루저의 삶을 사는 이들 이나 먹이를 찾아 떠도는 멧돼지나 다를 바 없이 취급되는 세상을 담은 <애니멀 타운>은 우리 도시의 어두운 자화상을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인 것이다.

 

세상의 밑바닥에서 신음하고 발버둥쳐도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처절한 도시 숲. 과연 루저들을 위한 도시는 있는가?

 

 

P.S.1 전규환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김기덕 감독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매맞는 한국인으로 출연한 이력이 있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매맞고 나온 이가 세상으로 뛰쳐나와 짐승 같은 사람들이 우글대는 세상을 묘사한 영화 <애니멀 타운>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억지 상상까지 든다.

 

P.S.2 소녀가 여동생에게 폐품 수집 노하우를 알려주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마음이 씁쓸해진다.

CZSUNOUS MAN
5 Lv. 2257/3240P

Buenas Noches Cinema~!!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0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내일 발표) '주차금지' 예매권 이벤트 25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18:46 1524
공지 [니캡] [아마데우스] 시사회 신청하세요 2 익무노예 익무노예 25.05.09.10:38 15240
HOT 틀 속의 감정을 회복한 <페니키안 스킴> 2 마이네임 마이네임 21분 전12:39 128
HOT '페니키안 스킴' 후기..감독의 별난 개성과 취향 ... 2 golgo golgo 24분 전12:36 232
HOT 폴 메스칼, 조쉬 오코너 주연의 게이 로맨스 <더 히스토... 2 카란 카란 4시간 전08:18 727
HOT 일본, 영화 줄거리 무단 게시 사이트 운영자 검찰 송치 3 카란 카란 4시간 전08:04 740
HOT 스티븐 킹의 '그것' 프리퀄 시리즈 예고편 공개 1 다크맨 다크맨 50분 전12:10 329
HOT 아마데우스 최고의 명장면 2 단테알리기에리 1시간 전11:59 224
HOT 폼 클레멘티에프, '미션임파서블 파이널레코닝’ 모든 ... 1 NeoSun NeoSun 1시간 전11:54 316
HOT 손흥민 유로파 우승 축하하는 봉준호, 박서준 3 NeoSun NeoSun 2시간 전10:55 1042
HOT 엘리자베스 데비키, 데이비드 핀처 ‘The Continuing Adventu... 1 NeoSun NeoSun 3시간 전09:21 593
HOT 키어란 컬킨 '헝거게임 선라이즈 온더 리핑' 시저... 2 NeoSun NeoSun 3시간 전09:04 581
HOT 넷플릭스 '광장' 공식예고편, 포스터 1 NeoSun NeoSun 3시간 전09:01 1189
HOT 제이슨 모모아 '스트리트 파이터' 블랑카역 캐스... 4 NeoSun NeoSun 4시간 전08:50 886
HOT [릴로 앤 스티치] 2 판자 4시간 전08:37 470
HOT 폼 클레멘티에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premiere in NY 2 e260 e260 5시간 전07:30 767
HOT [케이팝 데몬 헌터스] 티저 영상 공개 2 시작 시작 5시간 전07:10 825
HOT ‘F1’ 첫 팝콘 버킷, 뉴 포스터 4 NeoSun NeoSun 6시간 전06:46 949
HOT 드웨인 존슨, A24 심리 스릴러 ‘브레이크스루’ 출연 2 NeoSun NeoSun 6시간 전06:45 710
HOT 인디웨이브 영화행사 아직 예매표들 많이 남아있네요..(무료) 1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10시간 전02:24 562
HOT 주차금지 조금전 막봤는데 저는 괜찮았음.. 4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11시간 전01:18 1062
HOT 영화 후기에 관해 질문드려요. 9 문어생활 문어생활 12시간 전00:21 760
1176679
image
NeoSun NeoSun 1분 전12:59 13
1176678
image
마이네임 마이네임 21분 전12:39 128
1176677
image
golgo golgo 24분 전12:36 232
1176676
image
단테알리기에리 38분 전12:22 163
1176675
normal
다크맨 다크맨 50분 전12:10 329
1176674
normal
단테알리기에리 1시간 전11:59 224
117667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1:54 316
1176672
normal
소설가 소설가 1시간 전11:39 200
1176671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1:24 349
1176670
normal
수마이니그레인저 수마이니그레인저 1시간 전11:06 432
117666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0:55 1042
117666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0:26 367
1176667
image
21C아티스트 3시간 전09:40 678
1176666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9:21 593
1176665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9:04 581
1176664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9:01 1189
1176663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8:59 553
1176662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8:52 391
1176661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8:50 886
1176660
image
판자 4시간 전08:37 470
1176659
image
taegyxl 4시간 전08:35 476
1176658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08:31 770
1176657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08:18 727
1176656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08:04 740
1176655
image
e260 e260 5시간 전07:32 272
1176654
image
e260 e260 5시간 전07:30 767
1176653
image
e260 e260 5시간 전07:30 260
1176652
image
e260 e260 5시간 전07:29 414
1176651
image
e260 e260 5시간 전07:29 330
1176650
image
우리승기 5시간 전07:21 767
1176649
normal
시작 시작 5시간 전07:10 825
1176648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6:55 456
1176647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6:50 473
1176646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6:46 949
1176645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6:45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