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커닝 (2025) 장인들이 만든 걸작. 스포일러.
이 영화를 보면서 뭔가 예전 영화를 보는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속도 빠르고 경쾌한 영화가 아니라,
1960년대 아라비아의 로렌스 풍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데이비드 린의 걸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미켈란젤로가 시스틴성당 천장 한가득 채워넣은 거대하고 화려한 그림을 보는 것같은 영화다.
아라비아의 사막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터키군과 피 터지게 싸운 로렌스를 그린 영화지만,
액션은 놀랍도록 적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속도가 경쾌한 액션영화가 아니다.
사람 정도는 좁쌀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
사막의 험준한 빨간 바위들 사이를
한 점에 가까운 로렌스가 낙타를 타고 느릿느릿 걸어가는 장면을 지루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카메라를 켜 놓고 저 멀리 지평선에서부터 낙타를 탄 아라비아인이 다가오는 장면을 몇분 동안 지루하게
그냥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특히 톰 크루즈가 베링해의 심해로부터 수면으로 올라오는 장면을 보며,
아라비아의 로렌스 이 장면이 떠올랐다. 특히 관객들이 지루할 정도로 느릿느릿 수면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그렇게 느껴졌다. 무한히 광활한 바닷속을 배경으로 탐 크루즈를 작게 잡은 것도 그렇고......
요즘 액션영화같지 않고, 아주 고풍스럽게 느껴졌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Everything is written" 그리고 "Nothing is written"이라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유명한 대사가
영화에 나온다. "아무것도 운명지워진 것은 없어 (Nothing is written)" 이라는 대사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로렌스를 상징하는 대사다.
이 영화에서는 탐 크루즈를 상징하는 대사로 나온다.
대충 이 영화의 성격이 이해가 된다. 이것은 한 영웅의 오딧세이를 아주 거대하면서도 화려하고 유장하게
그려낸 대하서사시다. 기존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는 결이 다르다.
시리즈 영화들 중, 예술성을 가장 강조한 영화가 이 영화가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엔티티라는 존재는, 기존 영화들에서 수없이 나왔던 주제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기도 하고, "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기도 하다. 이것을 이렇게 새롭고 창의적으로 이런 맥락에서 되살리다니, 각본가 맥쿼리의 비범함이 빛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주 현실적인 당대의 문제를 그리고 있다.
전자기계 하나하나에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분쟁을 일으키고 염탐하고 조종하려 하고
젊은이들의 머릿속에 비뚤어진 사상을 주입하는 범세계적인 존재를 그리고 있다. 젊은이들은,
기존의 세계가 모두 죽고.
강인한 자기들만 살아남는 것이 세계의 진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젊은 사람들뿐이다. 그것도 안 강해 보이는 사람들만 이런 주장을 한다. 이에 반해, 정말 강해 보이는 권력자들과
군부는 이를 반대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 공통점이 있다. 대의를 위해 일억명 정도는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두 거대세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성을 유지하고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사람들은 한 줌도 안된다.
그럼 탐 크루즈는 순결한 이성을 갖고
거대 세력들 틈바구니에서 똑바로 서며
최선의 길을 찾으려는 영웅인가?
탐 크루즈가 제일 미쳤다. 성공확률 1천분의 1인 모험을 한다. 성공하면 일억명을 안 죽여도 된다. 그런데, 실패하면?
나머지 80억명도 죽는다. 이 영화에서 모두들 탐 크루즈더러 하는 말이 있다. "세계사람들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느냐?"하는 말이다. 이 영화 각본은 확실히 비범하다.
주인공이니, 관객들이 감정은 이입해야 하는데, 주인공이 이 모양이다. 이 영화는, 탐 크루즈를 미화하지 않는다. "전세계 사람들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한다. 네가 무슨 권리로?"하는 말이 숱하게 반복된다.)
탐 크루즈도 다른 모든 등장인물들도,
이 존재에 대해 공포와 혐오를 갖는다. 그들은 반동적인 인물들인가? 이성적인 인물들인가?
이런 영화의 주제를 생각해 보면,
이 영화를 그냥 평범한 액션영화로 받아들이는 것이지 않게 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같은 경우, 모든 장면들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영화가 결국,
영화 내내 로렌스가 한 방향으로 가는 여행이 되도록 만들려는 데이빗 린감독의 의도다.
(내 생각이 맞다면, 감독은 이 영화 속에도 장면 장면들마다 비슷한 장치를 넣었을 것이다.)
이 영화 속 탐 크루즈 또한 그렇다. 이 영화는, 탐 크루즈의 여행이다.
베링해로 갔다가 심해로 갔다가 아프리카로 갔다가 계속 그는 여행을 한다.
팀원들과도 헤어져서 계속 혼자 여행을 한다. 팀원들과 탐 크루즈는 같은 방향 같은 목적지를 향해 여행한다.
하지만, 결국 같은 방향으로 가지만, 팀원들과 탐 크루즈는 예리하게 분리되어 있다. 이것도 의도적이다. 기발하고
절묘한 팀플레이가 아니라, 탐 크루즈가 혼자 고립되고 소외되는 영화다.
탐 크루즈는 베링해의 격렬한 얼음파도속으로 혼자 뛰어들고, 깊은 심해 속으로 혼자 들어가고,
비행기 날개에 매달려 까마득한 하늘 속으로 혼자 날아간다. 팀원들과 탐 크루즈의 여정은 아주 순간 순간
겹쳤다가 다시 분리된다.
이런 이유들때문에 기존 시리즈 영화들같은 쾌속의 흥분된 액션영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이고 실패로 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 전편에서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을 오마쥬했고,
이 영화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오마쥬한 것으로 봐서,
이 영화는 기존 시리즈 영화들을 마무리하는 대신,
아주 거대하고 야심찬 영화를 만들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 영화 같다. 아마 흥행에도 신경 안 쓰고, 엄청난 돈을 때려박았을 것이다. 자기가 제작한 영화니까.
버스터 키튼이 제너럴을 만들 때 이런 생각이었을까?
아주 참신하고 기발한 장면들도 있다.
탐 크루즈가 심해에 쳐박힌 잠수함에 들어갔는데, 잠수함 안 바닥에 바닷물이 고여 있다.
그런데, 잠수함이 뒹굴며 심해로 가라앉자,
바닷물이 천장에 고였다가 벽에 고였다가 계속 바뀐다. 탐 크루즈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이것이 아주 환상적이고
혼란스럽게 보였다. 탐 크루즈가 바라보는 세계다.
마지막에 비행기에 매달려서 공중 저 높이로 날아가는 탐 크루즈의 스턴트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 동안 탐 크루즈가 시리즈 영화들에서 엄청난 스턴트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그 스턴트들을 까마득히 뛰어넘는다. 영화사 상 최고가 아닐까 하는 스턴트다.
이것은 액션영화이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탐 크루즈에게 가야 한다.
사람들이 비난하는 영화 첫부분은, 별로 나쁘게 안 느껴졌다. 설명들을 그냥 꾸역꾸역 채워넣은 것은 아니고,
스릴러의 격식을 잘 따르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탐 크루즈는
영화사 상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 도달했던 거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다. 확실히 그렇게 느꼈다.
** 탐 크루즈는 지난번 영화에서부터 버스터 키튼을 재현한다. 그가 달리는 모습은 대놓고 버스터 키튼을 카피한 것이다. 감탄이 나오는 스턴트를 전면에 배치한 것도 버스터 키튼적이다. 대배우인 그가 버스터 키튼을 표절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자기 영화가. 영화사 상 대걸작들의 순수 후계자가 되길 원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영화를 최근 한 편 더 만났다. 코폴라감독의 메갈로 폴리스다.
이 영화는 탐 크루즈의 야심이 극한에 가 닿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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