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서울' 호캉스 초간단 리뷰
로비에서 그냥 찍은 사진
◆ 왜 호캉스를 떠났는가
- 지난주에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돈 더 주고 집에서 가까운 회사로 옮기게 됐죠(집 문 열고 나와서 회사 문 열기까지 거리를 1시간 절약했습니다). 저는 그 이직 사이에 일주일 정도 쉬는 시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달 정도 쉬고 싶은데 이미 갈 곳을 정해놓으니 그리 오래 쉬진 못하겠더군요. 짧지만 일주일이라도 최대한 '잉여롭게' 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원래 여행은 영화제 아니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니 애시당초 여행은 해당에 없었죠. 게다가 시국이 이래서 어디 멀리 가지도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집돌이인 제가 최대한 '잉여롭게' 쉬는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전망 좋은 호텔방에 짱박히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을 인스타 갬성의 '호캉스'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네요. 뭐...저는 호텔 수영장에서 비키니 입고 인증샷 찍는 뭐 그런 건 안 할 생각이었으니깐요(절레절레). 정말 방에 틀어박혀서 안 나가는게 목적이었죠.
- 여기에는 어느 방송에서 김영하 소설가님이 말씀하신 게 계기가 됐습니다. "집에서 글을 쓰면 해야 할 일이나 걱정이 생각나서 집중이 안된다. 그래서 호텔 같은 데 가면 글이 잘 써진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거창하게 글 쓸 꺼리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호텔방에 짱박히면 걱정거리는 생각나지 않겠구나"라는 걸 알게 됐죠. 네, 그래서 호텔에 짱박히기로 했습니다.
이런저런 안내1
이런저런 안내2
저 매트리스 어디서 파나요
총지배인님의 환영사
◆ 어디에 짱박힐 것인가
- 호캉스라는 걸 가본 적이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겠더군요. 가까운 교외지역으로 나갈지 서울 안에서 놀지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앞서 언급한대로 '짱박히기'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서울 안에서 찾기로 했죠. 사실 옵션이 그리 많지도 않았습니다. ①뷰가 좋을 것 ②쾌적할 것 ③침대가 편안할 것. 이 정도였습니다. 가격의 장벽도 없진 않았지만 그리 좁게 생각하진 않았죠. "플렉스를 하겠어"라는 게 목적이었으니 적당히 비싸도 됐습니다. 제가 생각한 가격대를 감안하고 둘러보니 제외할 곳은 반얀트리 정도 밖에 없더군요(할인을 해도 가격이 선을 넘었음).
- 여러 곳을 둘러보다가 몇 군데로 후보를 추렸습니다. ①광화문 포시즌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묵었던 호텔) ②L7 바이 강남(가성비 甲) ③인터콘티넨탈 코엑스(가성비 갠춘) ④시그니엘 서울(개쩌는 뷰). 이 중 ①이나 ④를 선택할 경우 2박은 무리였습니다. 그러면 정말 80만원이나 그 이상 박살날 수가 있죠. ②는 익스피디아에 실속형 상품이 있던데 깔끔한 장소에서 정말 싸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플렉스'도 어느 정도 생각을 했죠. ③은 생각보다 가격대가 괜찮았습니다. 2박도 가능할 것 같았네요.
- 결국 저는 "싼데서 2박이냐, 비싼데서 1박이냐"를 고민해야 했습니다(싼 곳도 대단히 싸진 않음). '비싼데서 2박'도 가능한 옵션이었는데 그러면 제 지갑이 몹시 힘들어 할 것 같았습니다. 고민은 "2박을 하면 어떨까"에서 쉽게 결정이 나더군요. 제가 길 게 쉰다면 2박도 해보겠지만 단 일주일 쉬는데 그 중 2일을 호텔에서 짱박히는 건 다른 해야 할 일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호텔방에서 혼자 2박씩 짱박히면 좀 지루할 것 같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비싼데서 1박'을 선택했죠. 그러면 "광화문 포시즌스냐 시그니엘 서울이냐"인데 '뷰'를 생각하니 결정은 쉽게 생각했습니다. 포시즌스에 간다고 제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묵었던 그 방을 갈 수는 없을테니깐요(비싼방). 결국 저의 목적지는 '시그니엘 서울'이었습니다.
캐치온이 나옴. 우퍼스피커 켜고 '1917' 보는 중.
웰컴티
◆ 시그니엘 서울
- 롯데월드타워가 처음 생길 때 프레스투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타워 개장 전에 기자들 데리고 건물을 둘러보는 시간이었는데요. 당시 기자들은 입구부터 오피스층, 호텔 레스토랑, 호텔 객실, 서울스카이를 둘러봤죠(레지던스는 보안상 못봤습니다). 그때 호텔 객실 기억이 좋아서 좀 기대했습니다. 당시 기자들에게 소개한 객실은 욕실에서 바깥이 보였거든요. "여기서 때밀면 때가 술술 밀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두근두근하면서 79층 로비로 향했습니다. 시국이 이래서 그런지 가족단위 손님들이 몇 팀 있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멀리 여행을 못 가니 좋은 장소에서 즐기려는 것 같았습니다.
- 로비에서 안내를 받고 체크인을 빠르게 했습니다. 익스피디아로 할인 받아서 35만원에 예약했죠. 오픈 초기에 비하면 가격이 조금 내려간 것 같기도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스파는 이용을 할 수 없었고요. 수영장은 이용이 가능했는데 수영복, 수영모는 대여가 안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살롱 드 시그니엘이라고 투숙객 전용 바가 있는데 차와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고 하네요. 오후 5~8시까지는 샴페인도 무료라고 하는데 저는 어쩌다 보니 여기를 못 가봤습니다. 여차저차해서 객실로 올라갔습니다. 제 방은 96층이었죠. 역시 기대한 만큼 뷰가 쩔더군요. 그런데 기대한 욕실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프레스투어에 제가 둘러본 방은 등급이 한 단계 높은 곳이었고 제가 묵은 곳은 가장 낮은 등급의 방이었습니다(ㅂㄷㅂㄷ). 그래도 방에서 보는 뷰가 개쩔어서 일단 만족했습니다.
- 호캉스가 처음이라 그런지 이런 데를 사진으로 남기면 뭘 찍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어메니티'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았죠). 사진은 못 찍었는데 필요한 것들 정리는 깔끔했습니다. 생수와 캡슐커피는 무료였는데 캡슐커피와 와인(1병 77000원)은 호텔 자체 제작이더군요. 아침에 캡슐커피 한 잔 했는데 맛있었습니다(존맛). 투숙객에 한해 웰컴티가 제공됐는데 저는 저녁에 여자친구 놀러오라고 했기 때문에 그때 달라고 했습니다. 웰컴티는 자체제작한 생강향 나는 차와 말차쿠키, 유자쿠키가 나왔습니다. 따뜻할 때 먹으니 아주 맛있더군요. 저는 말차를 별로 안 좋아해서 말차쿠키는 그닥이었는데 유자쿠키는 아주 맛있었습니다.
- 장점: ①개쩌는 뷰 ②푹신하면서 허리가 안 아픈 침대와 베개(베개는 원하면 5가지 종류 중 다른 걸로 바꿔줌. 매트리스는 어디서 파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 ③존맛탱 캡슐커피 ④웰컴티 ⑤캐치온이 나옴('1917' 보다 왔습니다) ⑥야마하 사운드바(우퍼 짱짱) ⑦바스티(Bath Tea) ⑧대단히 비싸보이는 변기 ⑨룸서비스에 전화걸면 뭔가 대접받는 느낌이 남(생수 더 달라는 전화만 했네요) ⑩나는 못 가봤지만 살롱 드 시그니엘 ⑪아무튼 뭔가 서비스가 많은데 투숙 기간이 짧아서 다 이용을 못해봄
- 단점: ①욕실 뷰(제일 등급 낮은 방을 고른 내 잘못) ②금연객실이었는데 가운에서 옅은 담배냄새가 났음(어떤 새키가 몰래 피운 듯. 말하면 바꿔줬을텐데 심하지 않아서 그냥 이용함) ③졸라 비싼 미니바(6600원짜리 콜라 1캔보다 룸서비스로 나오는 5만원짜리 비빔밥이 더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④온도 조절장치가 침대에서 멀리 있음(자기 전에 미리 온도 조절을 해놔야 됨) ⑤위성방송이라 화질이 좋진 않음.
- 총평: 전국의 모든 호텔 중 뷰 맛집으로는 최강일 듯. 다음에는 한 등급 높은 방에서 묵어야겠습니다.
사실 작성자는 어메니티고 나발이고 뷰 찍는데 정신이 팔렸습니다.
◆ 쿠키영상
- 이번 호캉스 최대 성과물(직접 찍음)
추천인 33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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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습니다
빨리 호캉스 가고 싶어요!!
5만원만 넘어도 부들부들 떠는^^;;;; 소심한 아줌마는 절대 못 가볼 테니 대리 만족 잘 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