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살인을 보면 영화 곡성이 떠오르네요
어떻게 일어난 사건은 하나 뿐인데, 그 안에서 이토록 상반된 시각들이 공존하는지ㅋ
일부 반응을 보니 평범하게 피해자를 애도하고픈 생각마저 싹 달아나게 하는 말들이 보이네요.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보고싶은 모습만 보는것이 마치 영화 곡성을 보는것 같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예수를 좀 더 믿었다면 뭐가 바뀌었을까요?
조상의 제삿상을 좀 더 정성스럽게 차렸다면 뭔가 달라졌을까요?
-거 봐 예수를 의심하고 악마의 말을 들어서 이렇게 된거라니까!
-거 봐 무속의 힘을 믿지 않고 귀신말에 넘어가서 이렇게 된거라니까!
한국사회에 성차별 문제만 없다면 이번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의 여성인권이 더 높았다 해도 이번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거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군요.
반대로 여성인권이 더 낮았어도 사건은 동일하게 일어났겠지요.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이 사건의 원인이 [내가 믿는 것을 남들이 믿지 않아서] 일어났다고 여긴다는 겁니다.
-거 봐 한국남자들의 한국여자 혐오가 문제를 일으킨거라니까!
-거 봐 한국여자들이 술처먹고 몸 함부로 굴리니까 이런 사건이 일어난 거리나까!
한국사회 전체에 독버섯같이 퍼져나간 '혐오'는 이렇게 같은 사건을 두고도 서로 보고싶은것만을 보게 합니다.
분명 일어난 사건은 하나 뿐인데, 그 안에서 저마다 다른 환각을 보고 발작을 일으키는 사회.
마을에서 사건이 터지고, 비가 세차게 한번 내릴 때마다, 독버섯은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러나 비가 갠 후 날이 화창해지면, 모두들 뭔일 있었냐는듯이 그 비를 먹고 자란 독버섯을 아무렇지도 않게 따먹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다시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버섯이 문제라는 생각은 하지 않죠.
어디까지나 [믿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할 뿐.
[내가 믿는걸 너희가 믿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라고.
살인사건이 터지고, 애도의 눈물이 비처럼 세차게 내리면, '혐오' 라는 독버섯은 그 비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이제 곧 사태가 잠잠해지고 일상분위기가 회복되면, 또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그 독버섯을 열심히 따먹겠지요.
남녀노소 할것 없이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자유롭게 혐오를 섭취합니다.
남성혐오. 여성혐오. 급식충혐오. 아재혐오. 노인혐오. 젊은이혐오. 수구혐오. 좌익혐오. 휴거충혐오.
여기서 남자니 여자니 수구니 좌익이니 하는 전치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보고싶은걸 보게 만드는 것' 이 버섯의 작용이니까요ㅋ 먹는 버섯의 종류는 동일합니다.
그리고 그 버섯이 일으킨 환각은 또다른 발작사건을 만들겠지요.
그때도 다들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내가 믿는걸 너희가 믿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라고.
'뭐가 중헌지도 모르구 헛짓거리 하냐고 이 씨벌놈아' 하고 부르짖던 곽도원 딸내미의 일갈이 떠오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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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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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이 영화가 아니네요 ~
남북분단 좌우대립 지역간의감정 세대간의갈등 각종혐오와 남여갈등까지...
남북통일보다 우리나라 내부통일이 급선무인듯...
백번 동감합니다
본 사건의 발생여부는 아무도 알수 없지만 여성혐오에 기반한 살인이 맞다면 사회적 분위기가 범죄의 가감에 영향을 미치긴 하겠쬬. 인종차별에 기반한 범죄가 점차 줄어드는것처럼
요 부분은 나중에 정리해서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혐오의 독버섯을 따먹은 사람들 눈에 외지인은 기어코 악마로 보일겁니다ㅋ
반성은 고사하고 발작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사건 터지자마자 기회는 이때다 하고 재빨리 발작하는 모습들을 보면 참
참 답답해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이성간 혐오문제가 독버섯처럼 고개를 드는거 보면 말이에요.
정신병자들......
짤로 붙이신 저.. 포스트잇 추모인가? 그것도 뭔가 희안한 얘기들이 많은 거 같더라구요 -_-;;;;;;
일단 저 포스트잇 내용만 봐도.... 저걸 추모라고 해야하는지...... (뭔 말장난 광고카피도 아니고.. 자긴 '센스 끝내주지?'하고 있으려나요.)
그냥 순수하게 추모의 글만 써 붙이면 되지 않았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