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3
  • 쓰기
  • 검색

(스포)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2024) / 팀 밀란츠

영알못입니다
1198 5 3

 재현 - 고발 영화는 촬영하는 화자는 윤리적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재현 영화의 윤리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영화는 윤리적으로 가치없을 뿐만 아니라, 영화적으로도 가치가 없다. 따라서 좋은 재현 - 고발 영화는 윤리적 요건과 미학적 성취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윤리적 요건에는 자격과 능력이 있다. '그것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가'가 자격의 요건이라면 '지금 이 시기에 이야기해야 하는가'부터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야하는가'는 능력의 요건 문제이다. 말할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것이 사건 당사자이면 그 정당성이 더욱 충족(절대적인 것은 아닐 수 있겠지만)되겠지만 모든 당사자가 영화를 기획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가장 중요하게는 이 문제가 화자 자신의 문제로 환원되기에 관객들은 그 정당성을 추측할 수 밖에 없다 .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 역시 영화의 해석을 통해 추론해볼 수 있는 문제이므로 수용자 입장에서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일 것이다. 다만 능력의 요건는 좀 다르다. 에리카 발솜이 언급했듯 '이미지는 증언할 수 있지만 하찮게 보이게 할 수 있고, 감정을 경감시킬 수도 있다(대양의 느낌)'. 따라서 능력의 부족은 영화 수용자로 하여금 윤리적 요건마저 의심케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재현 - 고발 영화의 윤리적 문제는 그 내용이 아니라 스타일로 귀결된다. 즉, '무엇을 말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화는데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 국내 사례만 살펴보더라도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 평단에서도 극찬한 한공주의 경우, 내용의 충실성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장면 때문에 그 윤리성을 의심받았다(남다은 평론가 <윤리와 폭력과 연민의 이상한 동거>). 또한 자크 리베트는 영화 카포를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축 늘어진 손을 정확하게 묘사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주검이 된 여인을 로우 앵글로 프레임 속에 다시 잡으려 트래킹인을 하고 있다. 이렇게 결정한 이 감독, 이 인간은 최고로 경멸을 받아 마땅한 자이다.'

 이미지를 구성한다는 것을 수많은 잠재된 이미지 중 하나의 장면은 건져올려 전시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그 자체로써 의도를 갖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또한 하나의 이미지와 그 다음의 이미지를 배치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간극 사이에서 의미가 생성되므로 이 역시 의도를 갖게 된다. 따라서 '어떤 이미지를 포착해 전시할 것인가'와 '어떤 방식으로 이미지들을 배치할 것인가', 즉 몽타주가 곧 스타일이며, 이는 곧 영화 제공자가 (특히 재현 - 고발 영화에서는) 모든 이미지의 선택과 배치에서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처럼 사소한 순간'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손'의 이미지이다. 석탄운반노동자(이자 사업주)인 빌 펄롱은 매일 귀가 후 아내와 아이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손을 씻는다. 사실 손을 씻는다는 표현만으로 그 장면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손의 모든 주름 하나하나에 새겨진 노동의 흔적을 솔을 이용해 벅벅 문질러 닦는 행위는 오히려 벗겨낸다라는 형용사가 적절할지도 모른다. 팀 밀란츠 감독은 의도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손의 이미지를 자주 노출시킨다. 그리고 그 손의 이미지는 곧바로 브레송의 손을 떠올리게 한다. 브레송은 시네마토그라프에 대한 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파편화는 재현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필수불가결하다. 존재와 사물을 분리된 부분으로 바라볼 것. 부분들을 고립시킬 것. 부분에 새로운 의존성을 주기 위해 서로 독립적이 되도록 할 것'. '이처럼 사소한 순간'에서의 손의 파편화는 브레송의 말처럼 영화가 단지 재현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읽힌다. 과거 부정한 역사를 해결한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손을 보통명사화함으로써 재현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 사건의 가능성으로 나아간다. 왜냐하면 손의 파편화로 '빌 펄롱이 손을 씻는다' 라는 언술은 '이름없는 자가 손을 씻는다'로 대체되며 주어가 빈칸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손의 이미지는 과거에 머무리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손으로까지 확장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시네마토그라프는 현실을 극적으로 재현하기보다 파편화를 통해 현실의 진실을 드러내고 하는 영화'(이정하)라는 말은 객관성을 담보받게 된다.

 영화에서 손은 세 번 등장한다. 첫 번째 손의 등장은 빌 펄롱의 집을 처음 보여줄 때 등장함으로써 그가 왜 그토록 손의 청결을 유지하려고 하는지 보여준다. 두번 째는 과거의 이미지와 현재의 이미지를 병치시킴으로써 몽타주 되는 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그가 카멜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후 방으로 들어가기 전 앞에 방식과 마찬가지로 보여진다. 그는 따뜻한 물을 세면대에 채우고 비누로 손을 먼저 씻고 솔을 이용해 그것을 닦는다. 세 번의 이미지는 반복되므로써 사실로서의 상투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손을 씻는다, 라는 그 상투적 기표는 시간의 흐름(영화적 배치)에 따라 다른 기의를 생성한다. 미사여구로 치장된 웅변도, 극적인 표정도, 대단한 액션도 없이 단지 손의 이미지만을 활용하여 관객을 설득하는 것. 여기에는 존중이 있다. 노동에 대한 존중과, 윤리적 갈등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의 선택에 대한 존중이 그것이다. 그 방식은 그를 한 사람의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대신 그저 익명의 한 사람으로 남겨놓으면서도 그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는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갓두조
    갓두조

  • 이상건
  • kmovielove
    kmovielove
  • golgo
    golgo

  • min님

댓글 3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로데오]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8 익무노예 익무노예 25.04.29.11:58 2222
공지 [케이 넘버]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9 익무노예 익무노예 25.04.24.11:24 4433
HOT 조정석 전도연 백상예술대상 e260 e260 1시간 전15:22 444
HOT 61회 백상 영화부문 작품상 - 하얼빈 5 볼드모트 볼드모트 2시간 전14:58 537
HOT 썬더볼츠가.. 흥행 안좋네요 8 울프맨 2시간 전14:28 1709
HOT 천국에서 지옥까지 - 공식 티저 예고편 [한글 자막] 2 푸돌이 푸돌이 3시간 전13:44 823
HOT 쿠팡 플레이) 살렘스 롯 - 간단 후기 2 소설가 소설가 4시간 전12:59 937
HOT 오징어게임 시즌 3 티저영상에 이분이 어떻게...? 10 jokerr jokerr 8시간 전08:39 3895
HOT <마인크래프트 무비> 100만 관객 돌파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2:22 800
HOT 슈퍼스타와 그 케릭터 4 단테알리기에리 7시간 전10:05 715
HOT 백악관, “외국 영화에 대한 관세와 관련해 아직 최종 결정이... 6 NeoSun NeoSun 7시간 전09:59 993
HOT 탐 크루즈 ‘미션임파서블 파이널레코닝’ 뉴스틸 2 NeoSun NeoSun 7시간 전09:27 927
HOT 스파이크 리 ‘하이스트 2 로우스트’ 첫 티저 - 애플TV 2 NeoSun NeoSun 7시간 전09:22 624
HOT 쿠팡 플레이 좋네요 4 바람계곡 8시간 전09:17 3451
HOT ‘오징어게임 3‘ 첫포스터, 스틸들, 예고편 2 NeoSun NeoSun 8시간 전09:04 2205
HOT 테오 크리스틴-오마 사이-뱅상 카셀-프랑수아 시빌,<뒤마... 1 Tulee Tulee 9시간 전08:09 499
HOT 샤이아 라보프,범죄 스릴러 <갓 오브 더 로데오> 출연 1 Tulee Tulee 9시간 전08:08 758
HOT 갤 가돗 Ellen Von Unwerth’s Magazine e260 e260 9시간 전07:30 818
HOT 2025 백상 예술제 수상작들(종합) 7 Pissx 16시간 전00:54 2322
HOT 2025년 5월 5일 국내 박스오피스 5 golgo golgo 17시간 전00:00 2143
HOT <파과>를 보고 (스포O) 9 폴아트레이드 17시간 전23:51 1138
HOT ‘미션임파서블 파이널레코닝’ 글로벌투어 안내영상 / 일본 ... 2 NeoSun NeoSun 18시간 전23:13 1635
1174865
image
NeoSun NeoSun 9분 전17:08 138
1174864
image
NeoSun NeoSun 11분 전17:06 74
1174863
image
NeoSun NeoSun 12분 전17:05 43
1174862
normal
35분 전16:42 174
1174861
normal
Batmania Batmania 38분 전16:39 354
1174860
image
카란 카란 41분 전16:36 172
1174859
image
카란 카란 53분 전16:24 229
1174858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15:48 393
1174857
image
e260 e260 1시간 전15:23 255
1174856
image
e260 e260 1시간 전15:23 339
1174855
image
e260 e260 1시간 전15:22 444
1174854
image
21C아티스트 2시간 전15:01 456
1174853
normal
볼드모트 볼드모트 2시간 전14:58 537
1174852
image
선우 선우 2시간 전14:37 1134
1174851
normal
울프맨 2시간 전14:28 1709
1174850
image
카스미팬S 2시간 전14:21 185
1174849
normal
토루크막토 3시간 전14:11 507
1174848
normal
푸돌이 푸돌이 3시간 전13:44 823
1174847
image
소설가 소설가 4시간 전12:59 937
117484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2:22 800
1174845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1:19 1355
1174844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6시간 전11:07 767
1174843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6시간 전11:02 726
1174842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1:01 850
1174841
image
단테알리기에리 7시간 전10:05 715
1174840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10:04 439
1174839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9:59 993
1174838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9:48 761
1174837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9:32 726
1174836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9:27 927
1174835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9:22 624
1174834
image
바람계곡 8시간 전09:17 3451
1174833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09:04 2205
1174832
image
jokerr jokerr 8시간 전08:39 3895
1174831
image
Tulee Tulee 8시간 전08:33 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