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FW, 2020> 리뷰
액션 호러 무비 <VFW, 2020>에 <맨 인 더 다크, 2016>의 주역 스티븐 랭이 주연으로 나온다고 하여 궁금했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해외참전용사 모임이 있던 밤. 펍에서 옛 전우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도중 어린 소녀 하나가 훔친 마약을 들고 들이닥친다. 그 뒤를 이어 잔인한 폭력배들이 쳐들어오면서 소녀와 퇴역군인 모두 고립된다. 생존을 위해 모을 수 있는 무기를 전부 모아 마약에 찌든 폭력배들과 맞서 싸워야만 한다.
세련된 스타일의 공포 영화를 주로 보다가 간만에 이런 올드 스쿨 느낌의 비주얼과 사운드트랙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1980년 펑크족 스타일에 마약으로 찌들어 정부와 법의 통제가 상실된 세계관도 흥미롭다. 큰 이야기는 정석적으로 흘러가지만 이는 영화의 재미와 무관하다. 오히려 정석적인 이야기에 높은 수위의 잔인함과 피 튀기는 액션의 볼거리가 더해졌을 때 잔 펀치가 아닌 정권으로 한 방 제대로 찌르는 듯한 재미가 만들어진다.
액션은 투박하지만 도끼와 전기톱 등 다양한 무기들을 휘두르고 머리는 반으로 쪼개지고 팔다리가 잘려나간다. 등장하는 무기도 영화 못지않게 투박하다. 말끔하게 잘려나가는 것이 없고 뜯겨 나가고 찢어져 떨어진다. B급 특수 효과가 꽤 볼만하다. 그리고 의외로 대사가 좋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생각났다. 극단의 폭력성 속에서 통쾌함을 전달하는 점과 별것 아닌 듯한 대사를 늘어놓으면서도 집중하게 만드는 그런 재미가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도 일반적으로 호불호가 있는 편인데, 이는 폭력성과 지나치게 많은 대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타란티노의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단순한 폭력성이 아니라 극도의 통쾌함을 만들어 내는 폭력성이고, 지루한 대사가 아니라 실없는 대사와 농담 속에 진짜배기 삶이 녹아 있다. 물론 <VFW>는 그 정도로 대사가 많지도 않지만 영화 초반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늙다리 퇴역군인들이 펍에서 주고받는 대사들이 더 길어도 충분히 더 들을 용의가 있었다.
시원하고 화끈하다. 가볍게 보기에 좋다. 물론 폭력성과 잔혹성에 반감이 없다는 전제하에. 스티븐 랭은 <맨 인 더 다크>에서의 모습과는 또 다르지만 퇴역군인 역이 잘 어울린다. 다만 다음 영화에서 또 이런 역을 맡으면 식상할 것 같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초적이고 매력이 있다.
제레미 솔니에 감독의 공포 액션 <그린 룸, 2015>의 음침한 분위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참고로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 속 주 무대가 되는 장소 VFW는 'Veterans of Foreign Wars'의 약어다. 해외참전용사라는 뜻이다. 나이 들었다고 베테랑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목숨을 건채 산전수전을 겪고 이 자리에 아직 있다면 그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잘 모르겠다? 그럼 이 영화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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