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16, 2018> 리뷰
2018년작 캐나다 공포 스릴러 <레벨 16>은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이한 구조의 고립된 장소.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규칙과 규율. 제복을 입은 소녀들. 그들은 좋은 부모에 입양되기 위해 이 조직 안에서 거주하며 교육을 받고 있다. 어떻게 그들이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매일 이어지는 순결한 소녀가 되기 위한 교육. 그리고 취침 전에는 반드시 건강 유지를 위한 비타민 알약을 먹고 잔다.
소녀들은 순결한 소녀가 되어야 입양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것이 유일한 목표이자 희망이다. 영화 제목인 16단계는 이 조직의 교육 마지막 단계. 즉 졸업 단계로 입양이 가능해진다. 그들은 그렇게 1단계부터 16단계까지 주입식 세뇌 교육을 받으며 살아간다. 주인공 비비안(케이티 더글라스)은 드디어 16단계로 올라온 새 학생이다. 어릴 적 자신을 배신하여 강등되게 만들었던 친구 소피아(셀리나 마틴)를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다른 학생과는 달리 소피아는 불안과 의심이 가득해 보인다.
어느 날 소피아는 비비안에게 매일 먹는 비타민 약을 먹지 말라고 하고, 그날 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파고들수록 자신이 믿어왔던 세상에 의심을 품게 된다. 그리고 끔찍한 진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여성의 미덕은 순종, 충성, 청결, 인내와 겸손. 의문과 불평은 죄악시 여기는 이곳. 북한도 두 손 두 발 다 들만한 수준의 미친 주입식 교육을 통한 시대착오적 발상에 세뇌된 순진한 소녀들. 시작부터 이건 무슨 이야기일까 관객의 적극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점. 레벨을 나눈 설정과 색감까지 <더 플랫폼, 2019>이 생각났다. 물론 보다 보면 많이 다르다.
이야기는 비비안과 소피아가 이끌어간다. 흐름도 매끄럽고 구성도 좋고 드러나는 반전은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상하게 긴장감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는다. 뭔가 끓을 듯하다 마는 느낌이다. 흐름에 별다른 결점이 느껴지지 않음에도 서스펜스가 다소 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연출력 부족으로 느껴진다. 상황이 더 긴박하고 사운드를 더 활용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런, 2020>같은 영화는 훨씬 더 제한적이지만 엄청난 서스펜스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평생을 세뇌된 소녀들이라면 그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좀 더 소름 끼치게 표현했다면 더욱 몰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냉정한 어른들이 꼭 주요 갈등 상황만 닥치면 어린 소녀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도 흐름을 깬다.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장면이지만 좀 더 영리하고 현실적으로 표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쉬운 영화들은 꼭 이런 실수를 반복한다.
반전은 기가 막힌다. 하지만 더 끔찍하고 더 충격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감독이 선택한 결말도 괜찮았지만 아쉽다. 영화 내내 통제와 속박을 보여주었으니 피날레에서는 통렬한 무언가를 보여주었다면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결국 괜찮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영화다. 2% 부족하다는 것이 이런 것을 말한다. 좋은 소재인데. 더 좋은 공포 스릴러물이 될 수 있었는데. 볼만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그래도 이런 영화들은 계속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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