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2020> 리뷰
<콜, 2020>은 공포영화는 아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한국 영화가 취약한 장르라서 관심이 없었지만 주변 몇몇 분이 볼만했다고 했다. 궁금해서 네이버 영화에 들어갔다. 평이 호평 일색이다. 특히 기자&평론가 평점을 보니 <씨네플레이> 심규한 기자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올해의 빌런 탄생'이라는 평과 함께 극찬을 쏟아내며 무려 8점을 줬다. 도대체 무슨 영화이길래?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서연(박신혜)은 집에 있던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가 영숙(전종서)이란 이름의 낯선 여자와 전화를 하게 된다. 서연은 영숙이 20년 전, 같은 집에 살았던 사람이란 사실을 깨닫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우정을 쌓아간다. 영숙은 20년 전 죽은 서연의 아빠를 살려주고, 서연은 영숙의 미래를 알려주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알게 된 영숙은 폭주하며 서연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미장센도 좋고, 설정도 흥미롭다. 이야기에 야망도 보인다. 하지만 재미있을 듯하다가도 좀처럼 빠져들기 힘들었다. 우선 시공간을 초월하여 서연과 영숙을 연결하는 전화기에는 저주가 씐 것도 아니고, 타임머신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일반 전화기다. 20년이라는 시간차를 초월하여 전화 연결이 되는 설정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그런 말이 안 되는 상황을 서연과 영숙은 초연하게 받아들이며 우정을 쌓는다. 영화의 핵심 소재인데 여기서부터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야기의 큰 흐름도 알겠고 어떤 장르적 재미를 주려고 하는지 그 의도도 알겠다. 하지만 디테일이 부실하다. 과거에 어떤 한 사람을 죽이면 현재에 바로 적용되고 상황이 바뀌는 설정의 기준이 모호하여 갸우뚱하게 된다. 이야기는 박진감 있게 흘러가는 편이다. 다만 첫 장편 연출작에 야박하게 굴고 싶진 않지만 주요 장면에서의 연출력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영숙의 엄마가 방 안에서 자고 있는 영숙을 죽이러 가는 장면이다. 영숙이 사이코 모드에 발동이 걸리는 장면으로 극적 긴장감이 매우 필요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정황상 방문을 여는 순간 이미 침대에는 영숙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다음부터 관객은 영숙 엄마가 숨죽인 채 다가가 누가 봐도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침대 위를 진지하게 갈등하고 칼질하는 그 과정을 어색하게 지켜보게 된다. 민망하다. 침대 위에 이불을 베개까지 다 덮어 놓고 사람인 줄 착각하고 칼로 마구 찔렀는데 알고 보니 인형이더라 카는 클리셰는 이제 좀 그만하자.
배우들의 연기는 그냥 그렇다. 박신혜는 <#살아있다, 2020>에 이어 여기서도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전종서가 심규한 기자 말대로 진정 '올해의 빌런 연기'를 보여주었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뛰어난 빌런도 뛰어난 영화에서 나오는 법이다. 영숙이라는 빌런 캐릭터가 미쳐가는 과정도 딱히 와닿진 않지만, 갑자기 광기 어린 살인마로 돌변하는 것은 더 생뚱맞다.
특별히 똑똑한 것도 아니고 완력이 센 것도 아니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의 안톤이 사용했던 압축공기처럼 특이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제일 잘하는 것은 욕이다. 그래서 그녀의 욕이 듣기 불편하다. 어쨌든 욕 잘하는 그녀 앞에 건장한 성인남녀들은 저항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겁에 떨다 살해당한다. 물론 죽이는 장면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채... 장풍이라도 쐈을런가...
사실 전종서는 연기만 놓고 본다면 기억에 남을 빌런이 될 만한 수준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감독이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해 빛을 잃었다. 김규한 기자의 평만 보면 <콜>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라가는 것이 마땅한 수준이다. 장점 위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하게 포장한 느낌이다. 헉!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이거... 나만 쓰레긴가?
영화의 재미는 결국 주관적인 것이니까 뭐. 다만 내가 왜 아쉬웠는지에 대한 이유가 상대방에게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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