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 스톰, 2016> 리뷰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인 일리트 젝세르 감독의 <샌드 스톰, 2016>. 아랍권 영화가 늘 그렇듯이 다큐와 픽션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래서 늘 피부 안으로 파고드는 메세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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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베두인은 '사막의 거주민'이라는 뜻이다. 유목 생활을 해왔고 씨족 사회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전투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이다. 광활한 사막에서의 투쟁과 어려운 생활 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해 일부다처제라는 이슬람 문화를 탄생시켰다. 코란 제4장 4절에는 '너희 마음에 드는 과부 둘, 셋 또는 넷까지를 아내로 삼아라'라는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베두인들도 점점 유목 생활을 하지 않고 정착하여 마을을 구성하여 살고 있지만 그 풍습은 여전히 지켜져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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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한 베두인 마을. 아빠는 두 번째 부인을 들이기 위해 분주하고, 엄마는 이 때문에 심란하고, 큰 딸은 다른 부족의 남자와 사랑에 빠져있다. 이는 곧 발각되고 아빠는 큰 딸을 중매결혼을 시켜 막으려 한다. 큰 딸 자밀라(루바 블랄)는 전통에 저항하고, 전통에 익숙해진 엄마에게도 저항하고, 전통을 권리처럼 생각하는 아빠에게도 저항한다.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미약한 저항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시각에서는 엄청난 저항이다. 세기를 넘어 이어져 온 고착화된 구조를 한 미성년인 여성이 극복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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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딸을 엄하게 막으려 하지만 결국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온 신경을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의 충격이 아니면 생존 자체가 투쟁인 삶 속에서 잘못된 구조를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가부장적인 아빠는 고압적인 동시에 굉장히 무기력해 보인다. 자신의 아내도 딸도 전혀 설득시키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낡은 전통을 근거로 설득하려 하니 자신도 자신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고 결국 감정만 앞세운다. 어쩌면 그도 그들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핏줄까지 녹아들어있는 전통의 맨 얼굴을 볼 용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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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밀라는 중대한 선택을 하고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지만 변화를 만들어내었다. 모순되지만 그러하다. 큰 희생을 통한 아주 작은 한 걸음. 허무하지만 세상은 늘 그렇게 변해왔다. 낡은 전통을 부끄럽게 만드는 자밀라의 직설적인 눈빛에서 희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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