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vs 브롱크스, 2020> 후기
<뱀파이어 vs 브롱크스>는 <휴비의 핼러윈>과 함께 올해의 넷플릭스 코믹 호러 중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영화의 에너지가 밝고 코믹하고 점에서 <휴비의 핼러윈>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성격이 다르다. <휴비의 핼러윈>은 슬랩스틱과 미국식 말장난을 앞세운 유치하게 웃긴 코미디라면, <브롱크스 vs 뱀파이어>는 좀 더 상황으로 만들어내는 코미디가 주이며 호러 본연의 색도 조금 더 강하다. 그렇다고 무섭진 않다.
영화의 톤이 신선하게 다가오는데 그 이유는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뉴욕의 브롱크스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오스마니 로드리게스 감독이 실제 어릴 적 살았던 도미니카 공화국 이민자 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라틴 특유의 말투와 유쾌한 에너지가 영화 속에 잘 녹아있다. 감독 자신의 실제 경험을 이야기속에 담아낼 때 영화 속 디테일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법이고 이는 영화에 특별함을 부여한다.
이야기의 강약 조절이 좋고 긴장과 불안을 만들어내는 포인트를 잘 집어낸다. 그리고 경쾌하게 흘러가지만 의외의 위기, 갈등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뻔하게 흘러갈 듯 하면서도 번뜩이는 재치도 보인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영화는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순수함도 유치하지 않게 담아내고 그 속에 나름 가슴을 툭툭 건드리는 감동이 있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단순히 그들만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가족의 혹은 내 친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종류의 주제의식을 뱀파이어 이야기로 멋지게 비벼내는 것이 마음에 든다.
<뱀파이어 vs 브롱크스>는 <그것, 2017>의 뱀파이어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공포의 수위는 훨씬 낮지만 말이다. 어찌 됐던 킬링타임용 뱀파이어 영화로서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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