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신 (1966) 일본 특촬물 최고 중 하나
일본 특촬물 괴물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대마신이었다. 어찌 보면 가장 무서운 괴물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성질이 무지 더럽기 때문이다.
나랑 별 상관 없는 숨어있는 개미까지 꼭 뒤쫓아가 밟아죽여야 하는 그런 깡패를 생각하면 된다. 뒤끝도 엄청 길다.
그렇다면 대마신을 슬슬 피해다녀야 정상인데, 영화 속 악당들은 대마신을 아주 약올리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어느 성 성주인 하나부사 가문은 무사 오다테의 반란으로 몰살을 당하고, 어린 남매 타다후미와 코지사만 살아남는다.
그들은, 성을 완전히 장악해 새 성주가 된 오다테를 피해 두메산골로 간다. 이렇게 생긴 대마신이 있다고 해서 불길한 곳으로 두려움 받는 곳이다.
"어서 힘을 길러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지" 이런 생각 별로 없다. 타다후미와 코지사 남매는 순둥이들이다. 사냥 열심히 해서
배부르게 먹고 행복하게 산다. 코지사가 영화 속에서는 순진하고 착한 대자연의 여자로 자라야 하는데, 여배우가 어째 좀 컨셉에 안 맞는 것 같다.
육감적인 입술에 마릴린 먼로 분위기가 좀 감도는 그런 여배우다. 확 튀는 미모다.
그냥 이 남매를 내버려두었으면 아무일 없이 그냥 끝났을 것을, 오다테는 전 성주의 자식들을 죽여 뿌리를 뽑으려 한다.
오빠 타다후미는 붙잡혀가고, 절망한 동생 코지사는 매달릴 곳이 대마신밖에 없다. 아무리 애원해도 상남자 대마신은 꼼짝도 않는다.
코지사가 자기 몸을 대신 바치겠다고 자살하려 하자 그제서야 움직인다. 아래 사진은 위에서 아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보아야 한다.
저렇게 얼굴을 한번 쓰윽 훑으면 순둥이 얼굴이 성질 더러운 얼굴로 바뀐다.
오다테, 너는 이제 죽었다. 아무리 길이 바빠도 멈추어서서,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 꼭 밟아죽이고 가야 속이 시원한
대마신 성미를 건드렸으니.
대마신은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force of nature 처럼 다 박살내고 무너뜨리고 죽이고 지옥도를 만든다.
저 전망대에 있던 사람들, 대마신이 자기들을 그냥 지나가리라 생각마라. 성질 더러운 대마신은 너희들을 꼭 죽이고 가야 속이 시원하다.
뭣 좀 해보려던 오다테는, 대마신에 의해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다. 말뚝으로 심장을 꿰뚫어서 십자가에 매달아 버린다.
오다테는 민중들의 구심점인 대마신을 파괴하려고, 이마에 스크래치만 냈을 뿐인데,
심장에 말뚝이 박혀 죽다니,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다.
대마신은 원수를 갚은 후에도 분이 안 풀려 다 때려부수고 죽이려다가, 코지사의 눈물겨운 호소에 마음을 돌리고
다시 산으로 돌아간다.
이 영화, 단순한 특촬물이 아니라, 시대극의 대가 야스다 키미요시 감독이 만든 것이다.
영화적 완성도가 아주 높다. 괴물이 주인공이고, 나머지 장면은 그냥 때워넣는 그런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일본 카이주영화의 대표작들 중 하나로 들어갈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