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 (2020) 혼란스럽다
디바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인기를 가진 스타 오페라 여가수이다. 웬만한 스타는 디바가 아니다.
당연히 완벽성에 대한 집착 및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목표의식, 카리스마, 긴장감과 노력 등이 뒤따른다.
그런데 이 영화 디바는 여기에 대한 것이 아니다. 제목부터 좀 주제와 맞지 않는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신민아는 디바가 아니다. 도도하지도 카리스마 넘치지도 완벽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노력이 보이지도 않는다.
이 영화의 주제는 신민아가 "나는 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추한 이기주의자였어" 니까.
블랙 스완에서 나오는 나탈리 포트먼이 디바에 가깝다.
감독이 섬세하다. 그런데 세부만 섬세하다. 큰 그림에 있어서 별로 그렇지 못하다. 큰 그림에서는 오히려 혼란만 느껴진다.
타이틀이 디바이니, 신민아가 엄청난 카리스마와 인기, 완벽성을 가진 압도적인 인물로 먼저 그려졌어야 했다. 이것이 대충 그려졌기 때문에
신민아는 "대표팀에서 참 잘하는 언니" 정도로 묘사된다. 카리스마니 인기, 완벽성보다 "착하고 바른생활 여자"가 강조된다. 이거 디바랑 상관있는 건가?
그런데 신민아가 교통사고를 당해 바다에서 구조되고 친구였던 이유영은 행방불명된다. 신민아는 갑자기 물에 공포를 느낀다.
자기 주위의 사람들이 자기를 손가락질하는 환상을 보게 되며, 자기가 급속히 몰락하고 있다는 공포를 갖게 된다.
그런데 이런 묘사를 할 때에는 정신과의사랑 상의하든지 해서 정확하게 묘사했으면 어땠을까? 신민아가 광기에 빠지는 그 과정이 별로 섬세하지 못하다.
"갑자기 왜 저러지? 이해가 안되네."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블랙 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먼이 광기에 빠지는 과정이 아주 자연스럽게 설득력있게
묘사된 것이 생각난다. 사실 이 영화에서 신민아가 광기에 빠지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 어렵기는 했다.
블랙 스완에서는 나탈리 포트먼이 자기에게 온 어려운 기회를 잡으려는 절박함이 강조된다. 그러니까 광기에 빠지는 것에 관객들이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신민아가 기억상실증에 걸려있다. 왜 광기에 빠지는지 자기도 모른다. 그러니까, 신민아가 광기에 빠지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하더라도 어떻게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신민아가 여기저기서 환상을 보고 광기에 점차 빠지게 되며,
그 광기가 자기가 겪은 교통사고와 관련있다는 사실을
점차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산만하다.
이 사건 일어났다가 저 사건 일어났다가 어수선하다 하는 느낌을 준다. 광기를 일으키는 사건들 간 연결이 촘촘하지 못하다.
나는 이것을 모두 묶는 열쇠가 하나 있다고 생각했다.
신민아가 사실은 자기가 신민아라고 생각하는 이유영이라면 이야기는 다 풀린다. 진짜 신민아는 이유영 실수로 죽었고.
그렇다면 이유영이 왜 물을 무서워하는지, 신민아로 자기를 생각하는 이유영이 왜 갑자기 사람들이 자기에게 이상하게 행동하는지
다 설명이 된다. 왜 공포와 절망감을 병적으로 느끼는지.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제시된, 신민아가 광기에 빠지고 물을 무서워하는 이유라는 것이,
그렇게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할 정도로 큰 것인지 모르겠다.
좀 오버같이 느껴진다.
이 영화 패셔너블하고 세련된 화면은 기존 영화들보다 진일보한 것 같다. 마치 헬터 스켈터의 그 고급스런 화면과 이미지를 보는 것 같다.
이 영화 감독에게 대규모 예산이 주어진다면 스타일 면에서는 엄청난 영화를 만들
역량이 있을 것 같다. 이명세 감독, 김지운 감독 등이 이렇게 해서 한국영화를 한단계 확 끌어올린 사람들이다.
마지막 장면은 없어도 되었을 것이다. 사족같다. 관객들에게 너무 부연설명 많이 하는 것도 영화적 완성도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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