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일 감독의 신작 <청산, 유수>
신동일 감독의 전작 <반두비>와 <방문자>를 보았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그 영화들이 개봉될 때만 해도 국내 영화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던 소재들이었으므로;
뉴스에서는 자주 듣고 보았던 큰 논란거리들을 영화화한 건데... 정작 영화 속에서는 큰 사건 사고 없이 조용하게 풀어놔서;
그러나 톤은 차분하고 점잖은데, 나의 무관심과 무지를 작신작신 밟아대는 느낌이어서...
'이 감독 진짜다!' 싶었다.
그의 신작 <청산, 유수>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다.
전작에서처럼, 아니 전작들보다 더 고요하게 흐르는 영화였다. 겉으로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는 빙산처럼 10% 뿐이고, 감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90%는 산책길에서 마주친 부엉이 사체, 땅을 부술 듯 떨어지는 물줄기, 주인공이 우연히 지나치는 비석 뒤에 복병처럼 숨어 언제든 나를 후려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 제대로 볼 수 없었던 푸르름이 영화 곳곳에 찬란하게 반짝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청산, 유수>를 보고 힐링이 되었다.' 라고만 말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를 젊은 배우들이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시냇물 흐르듯 조용한 연기를 보여줘서... 역설적이게도 인물 이외의 것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있었다. 이설과 김진엽, 앞으로를 지켜보고 싶은 배우들이다.
작은 사건을 크게 키워 소란스레 해결하는 영화들이 난무하는 때에...
엄청난 일들을 저변에 깔고도 그렇게 고요하게 그려내기 위해 얼마나 오래, 그리고 많이 깎아내고 또 깎아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청산, 유수>의 도도한 엔딩이 흐를 때 나는 숙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일들은 생각 좀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어?"라는 권유를 받았으니, 개봉하면 숙제를 풀 듯 한 번 더 보고 싶다, <청산, 유수>.
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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