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2020)
분명 평범한 감독이 아니다. 쟝르를 뒤섞는 솜씨하며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는 능력하며 캐릭터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능력까지. 그런데 영화가 별 재미가 없다. 머릿속에 남지 않고 한 귀로 들어왔다 다른 귀로 나가버리는 음악처럼.
왜 그런가 생각해 보았다.
액션에도 스피드와 리듬이 있다. 마치 커다란 공 위에 올라가 위태위태 굴려가며 "어 어 어"하고 아슬아슬하게 소리치는 듯한 리듬 - 그것이
이 영화 액션에 없다. "나도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몰라" "이쪽 방향으로 가선 안되는 걸 알겠는데, 멈출 수 없어"하고 소리치는 듯한 그 느낌.
가령 죽어야 사는 여자 같은 영화에서 느껴지는. 이 영화 액션에서 스피드는 느껴지지만, 그 리듬이 느껴지지 않는다.
쟝르를 오가는 의외성이 생명인 작품이다.
처음 시작이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어느 아내로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탐정에게 부탁해서 남편을 미행해달라고 한다. 탐정은 그 남편이 인간이 아닐 것이라 의심한다.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남편의 정체를 밝히려는 탐정물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남편의 정체는 쉽게 밝혀지고,
이야기는 생각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다. 아내가 직접 남편을 미행해 비밀을 발견하고 경악하는 대신, 보기에도 "코믹하니까 날 보고 웃어달라"하고 부탁하는 듯
생긴 탐정이 등장한다. 그리고 탐정의 입을 통해 아내는 남편의 비밀을 듣는다. 그러니까 변사 캐릭터가 중간에 낀 것이다.
그나마 이 변사가 시침 뚝 떼고 냉정한 듯 목소리 연기를 하면 웃길 텐데, 쥐어짜는 듯한 변사 목소리로 "날 듣고 웃어달라"하고 부탁하듯 연기한다.
"아, 글쎄 남편분이 주유소에 가서 휘발유를 드시지 뭡니까?"하는 경악할 만한 사실을
착 낮게 깔린 변사 목소리로 사무적인 톤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남편을 수수께끼의 생물체로 그리는 대신, 탐정의 입을 통해 다 설명된다.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외계에서 온 존재로서 이미 거기에 대해 책들까지 출판되어 있다.
심지어 탐정은 언브레이커블들을 죽이는 약까지 발명했다. 탐정은 그야말로 변사다. 입으로 다 줄거리를 설명해준다.
그러니까 아내 입장에서는 "저런 수수께끼의 이상한 존재가 날 죽이려 하는데 어쩌면 좋지?"하는 절박함이 사라진다.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죽이면 되는지 다 누가 이야기해주었으니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부분이 그냥 사라진다.
남편이 초능력 속도로 아내가 탄 차를 추격해오는 장면이 이 영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남편은 아내를 잡으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데,
차가 전속력으로 달리는데도 점좀 더 따라잡힌다. 이 장면이 밋밋하다. 분명 스피디한데도 감칠맛이 안난다.
가령 남편이 험악한 표정으로 아내를 죽이려고 전속력으로 달려오면서
"여보, 잠깐 기다려 봐~~ 오해야. 내가 다 설명해줄께~~"같은 식으로 러블리하게 소리치는 장면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아내가 "(이혼)변호사 보낼 테니 변호사랑 이야기해요"같은 식으로 소리치고. 이런 식의 복잡한 계산이 들어가있었더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이 엄청난 수의 언브레이커블, 정부요원들과 일대 다수의 싸음을 벌여 이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감독이 쟝르와 이야기를 비트는 데 장점이 있다면 이 장면도 비틀어야 하지 않았을까?
남편이 모두 다 이겼는데, 아내가 등 뒤에 꽂은 주사약으로 죽어버리고 만다 -> 이 줄거리는 너무 뻔하다.
가령 아내는 남편이 피투성이가 되어가며 혈투를 벌이는 것을 본다. 그러자 미운정 고운정 다 든 아내는 남편이 불쌍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보 힘내요"하고 소리친다. 그 소리를 들은 남편은 갑자기 기운이 푹 꺾이더니 요원들에게 맞아죽는다 -> 이런 식으로 했다면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의외성이 있지 않았을까? '
김성오의 연기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느글느글한 자상한 남편 연기, 수수께끼 생물 연기, 코믹한 연기, 섬뜩한 살인자 연기
자유자재로 오가며 다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김성오에게는 자기 능력을 발휘할 너무나 좋은 기회였을 것 같다. 사실상 김성오 원맨쇼다.
이렇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으니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려지 않을까? 끝까지 간다의 조진웅을 보는 것 같다. 반칙왕의 송강호가 될 지는
더 지켜보아야겠다......
이정현은 자기 능력을 발휘할 만큼 매력적인 배역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양동근은 없어도 될 변사 캐릭터에다가 배역 자체가 매력 없었으니......
분명 감독이 누구야하고 찾아볼 만큼 잘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감칠맛이 없다.
P.S. 서영희가 남편들을 죽인 것이라 의심받는 캐릭터 아닌가? 나 같으면 서영희가 주연했던 김복남 살인사건을 패리더해 등장시켰겠다.
어쩌다 그런 옷을 입었든 아니면 변장하느라 그런 옷을 입었든, 암튼 서영희는 김복남 살인사건 주인공 후질근한 옷을 입고. 낫을 들고서
설치면서 말이다. 남편만 무서운 줄 알았더니, 내 옆에 사이코가 있었네 하는 느낌이 들도록.
가령 남편의 친구들인 언브레이커블들을 독살한다. 그런데 김복남처럼 분장한 서정희가 나서서 낫으로 그들의 목을 썩 썩 자른다.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제 이러면서. 이정현과 이미도는 기겁한다. 그런데 언브레이커블들이 일어나 자기 목을 한 손에 들고 덤벼든다.
"언니, 섬에 있었다고 했지? 언니가 남편을 죽였다는 데 사실이야?" "태양을 노려보니까 태양도 날 째려보데." 같은 식으로 유머러스한 대사를 넣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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