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히메 (2013) 애매하군
일급 각본, 훌륭한 주제, 그럭저럭 연기력 있는 배우들, 대규모 예산의 흔적 - 이것은 좋은 영화의 요소이지만,
연기력 초보 조연배우들, 설득력 없는 전개, 뜬금없이 터지는 막장 에피소드, 심형래식 코메디 - 이것은 막장 영화의 요소이기도 하고,
왜 이런 것들이 섞여있는지 아리송한 희한한 영화다.
사쿠라공주는 그 아름다움과 순결함으로 벚꽃의 화신이라는 칭송을 받는 공주이다.
그런데 이런 공주 주변에는 꼭 나쁜 놈들이 꼬여든다. 저 까마귀 날아다니는 배경으로 있는 놈이 제일 나쁜 놈이다.
벚꽃이 내리는 배경으로 있는 사쿠라공주와 까마귀가 날아다는 배경으로 있는 나쁜 놈의 대비. 이 영화에 상징이라는 것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 수준이 이 정도다.
이 영화에서 세련된 것 기대해선 안된다. 하지만 감독은 또 의욕이 있어서 세련된 것을 많이 집어넣으려 한다. 캠피하면서도 뭔가 예술적으로 보이려는 시도들이 가득한 - 이게 이 영화의 묘한 개성이다. 흠, 뭐라 한 마디로 정리가 안된다.
저 모자 쓴 놈이 저 공주는 벚꽃의 환생이라며 짓밟아보라고 저 인상 불량한 놈을 꼬드긴다. 저 인상 나쁜 놈은 곤스케라고, 생긴 것만큼 나쁜 놈이다.
사쿠라공주 가문을 지키는 것은 쇼군에게서 받은 인증서. 이 가문의 가보다. 이것을 잃는다면 가문은 끝장이다.
그런데 곤스케가 몰래 들어와 이 인증서를 훔쳐간다. 곤스케는 좀도둑이고, 그 뒤에 있는 배후세력은 아마 경쟁가문인가 보다.
곤스케는 인증서를 훔쳐가는 것도 모자라 사쿠라공주를 강X해서 순결을 짓밟아버린다. "네가 벚꽃의 화신이라고 해서 왔어......음하하" 뭐 이런 분위기다.
곤스케, 너 사람 잘못 건드렸다. 저 순진한 사쿠라공주가 너보다 몇배는 더 단수가 높다.
다음날 인증서가 사라진 것을 안 가문사람들은 발칵 뒤집히고, 이를 본 사쿠라공주는 자취를 감춘다. 이사쿠라공주는 곤스케를 잡아서 복수하고 인증서를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사형장 옆에 창녀촌이 있는데, 사쿠라공주는 풍경(바람에 울리는 종)공주라는 닉네임으로 인기를 얻는다. 썩어가는 시체들이 즐비한 사형장 풍경이 쓸 데 없이 리얼하다. 이게 감독의 예술적 야심같은데, 대규모 예산의 흔적과 정교한 손질이 눈에 띄는 것이 이 영화 특징이다.
창녀들과는 다르게 우아하고 귀티가 철철 넘쳐흐르는 풍경공주는 엄청난 인기를 얻는다. 풍경공주는 종그림을 문신으로 한 남자를 본 적 있냐고 손님들한테 다 탐문한다. 곤스케 - 너 죽을 일만 남았다.
풍경공주에게 넘버원 자리를 빼앗긴 아사미 유마는 근성부터 창녀인데,
자기보다 못한 창녀들을 무시하는 동시에, 풍경공주에게는 열등감을 느끼는, 찌질한 역이다.
얼굴이 선량하게 생겨서 찌질한 역이 별로 설득력 없다. 메이킹 무비 다큐에서 생글생글 웃는 장면이 가장 설득력 있었다.
아사미 유마의 손님인 남자는 아까 까마귀 배경으로 한 그 나쁜놈이다. 이 놈은 창녀촌에 별 관심이 없으면서도, 뻔질나게 드나든다.
아사미 유마 단골손님인데, 아사미 유마가 삐져서 풍경공주에게 가라고 하자 "난 오래 살고 싶어"하고 뜻모를 이야기하며 웃는다. 엄청 응큼한 놈이다.
아사미 유마랑 섹X하면서도 표정이 이런 놈이다. 이놈은 이놈대로 노리는 것이 있다.
마침내 찾아온 곤스케. 풍경공주가 왜 날 찾나 호기심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녀가 사쿠라공주인 걸 알고 놀란다.
사쿠라공주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당신을 찾아 모든것을 버리고 왔다 하고 애절하게 말한다. 곤스케는 마음이 흔들린다.
구중궁궐에서 순결하게만 자라온 사쿠라공주는 어디서 저런 연기력을 얻었을까? 뼛속부터 나쁜 놈인 곤스케도 그만 넘어가고 만다.
이거 뜬금없이 한장면 끼어든다. 창녀 중 한 명이 꿈을 꾸었는데, 거기에서 희한한 세계에 갔다 왔다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사회다. 이거 갑자기 왜 나오나?
그리고 계속 뭔가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근데 꿈이야"하고 끝난다.
곤스케는 인증서도 자기가 가진 돈도 다 사쿠라공주에게 주고, 궁궐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리고 인증서를 찾으러 온 사무라이들에게 곤스케는 죽는다. 곤스케에게 부탁해서 인증서를 훔쳐오라 했던 상대가문 사람들도 다 곤스케에게 죽는다.
사쿠라공주 가문을 엿먹이려 한 나쁜 놈들은 다 죽고 죽이는 것이다. 이 뒤의 흑막은 사쿠라공주다.
세상 죄악은 모르는 순수한 얼굴에 애절한 순애보를 가진 여자처럼 하고서, 응큼하기 그지 없다.
곤스케는 죽어가면서 "아, 그 여자 참 대단한 여자였어. 얼굴도 이쁘지만, 그 내면은 정말 굉장한 여자였어." 하고 만족한 얼굴로 말한다.
곤스케도 사쿠라공주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사쿠라공주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너보다 몇 수는 위다.
인증서를 갖고 돌아간 사쿠라 공주 가문은 다시 행복해지고, 사쿠라 공주는 과거의 그 순결한 벚꽃의 화신으로 돌아간다.
순결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이 영화 각본만 보면 걸작이다. 속마음을 모르는 복잡한 사쿠라공주 역 여배우 연기를 참 잘했다.
그런데 공주같은 고귀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라서 몰입이 힘들었다.
P.S. 아사미 유마의 명연기 감상해보자. 영화의 급을 한단계 정도는 낮추는 데 기여한 발연기다.
비열한 아사미 유마.
놀란 아사미 유마.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사미 유마.
죄책감을 느끼는 아사미 유마.
고문 당하며 괴로워하는 아사미 유마.
광기에 찬 아사미 유마.
하지만 갑자기 메소드 연기 대가급 연기가 나온다. 바로 강X당하는 아사미 유마. 엄청 박력있다. 이거 옷을 다 벗어서 여기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P.S. 아까 까마귀 배경으로 나온 나쁜 놈이 영화가 끝난 후 등장한다. 극작가인데, 이 사건을 소재로 사쿠라공주라는 희곡을 썼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기 희곡 쓰자고 이 사단을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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