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tball machine (2005) 엄청난 고어 주의
이 영화 미트볼 머신은 미트볼 머신 고도쿠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작다.
엄청난 저예산 영화다. 하지만 저예산으로도 만든 이 영화가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어떤 점이 그랬을 지 짐작이 간다.
평범한 주인공이 외계생물체에 먹혀서 점점 더 금속과 합체되어 간다. 그의 근육이 모터가 되고, 팔이 전기톱이 되고, 몸체는 거대한 금속판이 된다.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테츠오와 비슷한 소재다.
재탄생한 주인공은 다크 수퍼히어로라고 보아도 좋은데, 영화에서 이들을 부르는 이름은 네크로보그이다. 네크로(시체)+사이보그이다.
산 사람을 죽인 후 그 시체 속에 들어가, 마치 기계를 조종하듯이 시체를 조종하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이 외계인들은 서로 싸운 후 진쪽을 잡아먹는 놈들이다. 그들은 서로 싸우기 위해, 네크로보그를 만든 다음 이 안에 탑승하여 싸운다. 극강의 고어가 나온다.
이 영화의 주인공 요지는 사람이 소극적이고 답답하다. 자기 이야기도 못하고 행동도 못하고 남이 하라는 대로 하지만 그것을 또 속으로는 싫어한다.
그는 옆 공장에서 일하는 사치코라는 여자를 남몰래 좋아한다. 사실 주인공 요지는 일본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히키코모리다. 이런 캐릭터 좀 식상한 감도 있다.
그의 가장 큰 문제는 의지박약이다. 그도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지만, 타성에 따라 그냥 흘러가는 삶을 살고 있다.
각성 없는 삶. 그러나 요지가 그렇게 살아서는 안될 순간이 온다. 사치코를 치한에게서 구해주고 둘은 요지의 방까지 온다.
그런데 사치코는 자기 몸에 난 흉터를 보여준다. 자기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몸 이곳저곳에 아버지가 낸 흉한 상처가 가득했던 것이다.
자기에게 상처를 보여주는 사치코에게 유지는 둘 중 하나를 했어야 했다. 그냥 안아주거나 혹은 자기가 감당할 수 없다고 솔직히 말하거나.
하지만 요지는 자기가 평소 하던 대로 하고 만다. 결단을 못내리고 그냥 머뭇거리기만 한 것이다. 사치코는 크게 실망한다.
그런데 그때 외계인이 들어와 사치코와 합체한다. 외계인은 절망한 사람의 몸에 달라붙는다. 그러니까 사치코가 외계인에게 붙잡힌 것은 요지 책임이다.
사치코의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데, 요지는 또 멍하게 이를 바라보며 몸이 얼어붙는다.
사치코가 그렇게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죽자사자 달려들어 외계인을 사치코의 몸으로부터 떼놓으려고 애라도 썼어야 하는데.
사치코가 네크로보그가 되어 뛰쳐나가 살인을 저지르고, 요지는 계속 후회한다. 사치코가 자기 가슴의 상처를 보여주는데, 그 상처 안쪽으로부터 사치코가
생살을 찢고 나와 비명을 지르는 악몽은 정말 멋지다. 왜 자기를 구해주지 않았냐고 외치는 사치코 꿈도 꾼다. 요지는 자기 껍질을 깨고 나온다. 그는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나같아도 저런 상황이 되면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을 것 같다.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관객들이 나와 요지를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사치코를 구하는 방법은 그녀를 빨리 죽이는 것뿐이다. 그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잔인한 네크로보그가 된 사치코를 죽이기 위해 추격을 한다.
밤낮으로 요지가 생각하는 것은 그것뿐이다.
요지 또한 외계인의 습격을 받게된다. 그는 네크로보그가 되지만, 아직 자기 의지가 남아있다. 그는 사치코를 추격하여, 둘 간에는 처절한 혈투가 벌어진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둘 간의 대결이 기본축이다. 엄청난 스케일로 많은 네크로보그가 등장하여 싸워대는 것이 아니다. 저예산이니까 이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요지는 사치코를 죽이겠다 이것이 목표가 아니다. 사치코를 구원하겠다 이것이 목표다. 강한 정서적 기둥이 이것이다.
히키코모리였던 요지가 타인을 구원하겠다 하는 의지를 가지고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는 것 - 아버지한테 성폭행 당하고 평생 나락 속에서
살아왔던 사치코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계인에게 몸까지 뺏겨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그 비극.
이렇게 두개의 강렬한 감정적 흐름이 있으니, 둘 간 결투도 처절하고 간절해 보인다. 관객이 영화에 확확 공감하게 된다. 감독이 액션영화를 잘 안다.
특수효과도 대단하다. 저예산을 가지고, 전기톱, 화염방사기, 미사일, 대포, 레이저광선 등 다양한 무기들을 만들어낸다.
요지와 사치코 몸 속에서 이런 것들이 만들어진다. 저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저런 다양한 무기들의 효과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냈을까? 요지 역을 맡은 배우는
좀 겁이 났을 것 같다. 바로 앞에다가 전기톱을 휘두르고 화염방사기로 불을 쏘아대고 하는데 말이다.
이거 특수효과도 좋지만, 실감나게 리액션해주는 배우들 때문에 특수효과가 팍 살아난 것도 있으리라. 배우는 배우들이다.
의식을 되잧은 사치코는 자살에 가까운 죽음을 맞고, 요지도 자기 몸이 외계인에게 먹히기 전에 자살을 한다.
타성에 젖어 별 생각이나 행동 없는 삶을 살던 요지는, 필사적으로 사치코를 구하고, 자기 의지로 자아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맞는다. 머릿속에서 폭탄을
터뜨려서 머리가 아주 박살이 난다.
그는 영화 막판에 비극적 영웅 비슷한 존재가 된다.
그는 사치코를 그냥 죽여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미련할 정도로 사치코를 쫓아다니며 그녀의 의식을 돌리려 한다.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간다.
사치코가 외계인에게 침략당하고 네크로보그가 된 것이 자기 우유부단함의 결과였으니까. 그는 그것을 책임지고 싶었을 것이다.
사치코는 막판에 의식을 되찾고 자기 의지로 죽는다.
네크로보그로서 아무것도 모르고 살해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지로 인간으로 죽었으니, 요지도 사치코를 위해 최선을 다한 셈이다.
이 영화 미트볼 머신은 저예산 영화들 중에서도 저예산 영화다. 배우들 수부터가 얼마 안된다. 하지만 엄청나게 에너지 넘치고 스릴있다.
단 두 사람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렬한 액션과 고어가 난무하는 데도, 관객들은 거기 압도되기보다, 인간의 책임감, 타인을 구원하려는 의지,
삶의 비극같은 것들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이것은 대단한 것이다. 전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당연한 일이다.
P.S. 이 영화 감독은, 영원히 회수되지 않을 떡밥을 던져서 전세계 관객들을 고문하게 된다. 바로 이 영화 마지막 장면.
외계인들은 네크로보그의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을 찾는다. 인간을 그냥 조종하다 보니, 인간 본연의 능력을 다 못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치코와 요지의 육체를 되살린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영화에서 우주를 떠다니는 태아가 여기서도 나온다. 바로 요지다.
요지가 눈을 뜨는 데서 영화가 끝난다. 관객들은 이 속편을 15년 동안 기다렸으나 끝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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