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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1978) 김기영 감독의 괴작이자 걸작

BillEvans
1509 1 0

 

 

 

 

 

 

 

 

 

 

 

 

 

김기영 감독의 걸작이다. 하지만 동시에 괴작이라는 칭호도 붙는다. 그 이유는, 김기영 감독이 자기의 비젼을 다듬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또

완성도에 대해서도 신경을 덜 썼기 때문이다. 김기영 감독이 작품 완성도를 다듬을 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다. 하녀나 고려장 같은 영화들을 보면 

그는 작품의 완성도를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다듬을 능력이 있었다. 

 

나비는 그리스 신화에서 윤회하는 인간의 영혼을 상징한다고 했던가? 혹은 장자의 호접몽 고사에서 보듯, 나비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환상과 겹치는가 하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어느 대학생이 나비 채집을 갔다가 검고 거대한 나비를 잡아서 표본 채집을 하려고 약을 주사하여 죽인다. 그때 나무 곁에서 앉아있던 젊은 여자가

왜 생명을 죽이냐고, 인간이 죽는다면 그 존재는 살아있는 나비의 생명만도 못하다고 한다. 대학생은, 인간의 죽음이 나비 따위와 같을 리 없다며,

인간의 죽음에는 심오한 의미가 있으리라 대답한다. 그러자 여자는 오렌지 쥬스를 주며 같이 마시자고 한다. 여자는 자살을 생각하던 여자였으며,

혼자 죽기 싫어서 동반자살할 사람을 구하고 있던 것이다. 여자는 약을 먹고 죽고, 대학생은 배를 움켜쥐고 도망가서 간신히 죽음을 모면한다.

 

어쩌면 이 여자는 대학생 손에 죽은 나비가 모습을 바꿔 나타난 것이 아닐까? 

어쩌면 대학생은 독약을 먹고 살아나지 못하고 죽어가는 중이 아닐까?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이후 스토리는, 죽어가는 그가 꾸는 길고 긴 악몽일 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 장면 다음으로 나오는 것이 그가 복도에서 형사와 대화하는 장면이다. 그가 어떻게 치료받고 어떻게 살아났는지 안 나온다. 갑자기 

공간이 점프하는 것이다. 

형사는 대학생의 목에 금으로 만든 커다란 나비 목걸이를 채워준다. 그 죽은 여자의 유품이라며. 그 목걸이를 차자 갑자기 그 대학생에게 죽음의 욕망이 용솟음친다. 그는 자살하고픈 충동을 느낀다. 

 

이 영화는, 죽음과 삶에 대한 긴 대화이다. 

영화 내내 강조되는 것은 삶에의 의지다. 하지만 이 의지는 어느 개인의 개인적 의지가 아닐 것이다.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인류를 지탱하는 본질로서의 의지다. 

대학생 개인적으로 삶을 유지해나가라는 뜻이 아니다. 인류의 일부분으로서, 인류의 본질을 구현하라는 이야기다.

여기 대립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 죽음이다. 죽음은 다양한 형태로 그를 매혹시키려 한다. 

 

첫 에피소드에서 그 대학생은 혼자 집에서 목 매 자살하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노인이 갑자기 나타나 그를 막고 삶에의 의지를 이야기한다. 

그는 그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는 칼에 찔려 죽어가면서도 의지의 힘으로 죽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심장이 멎고 몸은 죽어버렸는데도 얼굴만은 살아서 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한다. 대학생이 지겨워져서 땅에 묻자 

썩은 몸으로 나타나서 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학생이 그 시체를 불에 태워버리자 해골만 나타나서 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학생은 죽음을 포기할 테니 가달라고 애원하자 껄껄 웃으며 가루가 되어 버린다. 

 

그러더니 갑자기 점프를 한다. 대학생은 동굴에 가 있다. 그리고 그 동굴 구석에서 죽은지 3천년 된 백골을 발견한다. 

왜 이런 깊은 동굴에 기어들어와서 죽었을까? 그는 해골을 집에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는다. 그러자 해골은 젊은 여자가 되어서 그를 유혹한다. 

 

이런 식이다. 에피소드들이 갑자기 툭 툭 점프를 하고 끊긴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들마다 죽음은 다른 형상, 다른 이미지로 나타나 그를 유혹한다. 

대학생 말마따나 "왜 다들 날 죽음으로 못 끌고들어가 난리냐?" 이다.

 

각 에피소드들마다 검은 나비가 나타난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시체의 목을 잘라가는 엽기적인 존재,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살인자,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죽은 자가 저승으로 날아가는 변형된 존재로 나타난다.   

 

이것들이 죽어가는 대학생이 몽롱한 의식으로 꾸는 꿈이라면 다 설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이 영화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해석해보려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툭 툭 끊어지는 것이 편집 미숙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녀나 고려장같은 그의 다른 영화들에서는 이런 것이 나타나지 않는다. 툭 툭 끊어지는 것은,

김기영 감독의 의도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 중 한가지 가능한 설명은, 그가 하나로 통일 가능한 스토리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그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으며

그 스토리간 연결이나 통일성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

혹 다른 설명으로는, 그가 의식 무의식적으로 에피소드들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단절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흐름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단계를 넘어서 그 흐름을 의식적으로 단절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 하면, 이야기 흐름이 툭 툭 끊기는 정도가 간혹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모든 장소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로 단절된 삶과 죽음의 단계들을 날아다니는 인간의 영혼인 나비 - 뭐 이런 주제가 아닐까? 그렇다면 단절은 

이 영화의 단점이 아니라 핵심 화두가 된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대학생은 자기를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나비의 이미지로부터 분리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죽음에 아주 가까이 다가간 순간에 삶에의 의지를 부르짖는다. 그러자 나비는 저 멀리 피안의 세계로 날아가버린다. 이것은 헤피엔딩일 수도 있고,

혹은 약을 먹고 죽어가던 대학생의 목숨이 여기서 끊어진 것일 수도 있다. 왜나하면 마지막 장면에서 대학생은,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되기 때문이다.

죽었으니까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것이겠지. 

 

김기영 감독의 예술적 파탄으로 생각되다가 격상되어(?) 컬트 괴작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컬트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영화의 특징이 괴이하다 그로테스크하다 정도로 치부되기에는 너무 강렬하고 표현적이고 심오하다. 이 영화는 괴이하다기보다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어쩌면 김기영 감독은 이 영화를 미래 관객들을 위해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걸작으로 올라설 미래가 오고야 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P.S. 이화시가 에피소드 하나에 등장하여 특별출연을 하는데,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도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 영화사에 불멸의 위치를 차지한 것 같은데, 왜 이리 못 떴을까?

 

P.S. 이화시가 대학생과 섹X를 하는 장면에서 유명한 뻥튀기 씬이 등장한다. 두 사람이 뻥 뻥 터지는 뻥튀기 기계 옆에서 섹X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일부러 거기 자리를 잡고 말이다. 왜 뻥튀기 기계인가? 골때리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 장면은 묵음처리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섹X를 하는 동안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의 섹X는 큰 소음에 의해 계속 방해된다. 이 소음은 바로 죽음에 대한 생각이다. 대학생은 자기가 섹X를 하고 있는 것이 시체이며

그 시체가 바라는 것이 자기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섹X에 집중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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