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2020)
이 영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걸작 라이미와 줄거리나 구조가 비슷하다. 표절이니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워낙 전형적으로 쓰이는 주제요 줄거리니까.
라이미는, 자기 딸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전과자 아버지가 와서 범죄 조직 하나를 박살내는 이야기다. 몸집도 작고 평범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총을 들고 마치 force of nature 처럼 범죄조직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다.
영화 전체가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전속력으로 직진해서 과녁을 향해 한눈 팔지 않고 날아간다.
이것이 중요하다. 질주하는 느낌. 엄청 빠른 속도. 한 눈 팔지 않고 달려나가기.
하지만 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이 점에서 실격이다.
라이미와 달리 황정민은 척 보아도 잘 훈련된 살인청부업자다. 의외성이 없다. 살인청부업자가 살인을 하고 다니는데 뭘 어쩌라고? 하는 느낌?
그리고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낭비된다. 한 눈 팔지 않고 달려나가기가 되지 않는다. 자꾸 이 인물 저 인물들이 등장하여
영화 전개의 발목을 잡는다. 이게 점차적으로 축적되고 축적되어 클라이맥스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는 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등장하여 한번 총격전, 그 다음은 경찰은 영화에서 아예 나가버리고, 갱단이 등장하여 총격전 그 다음 갱단은 아예 영화에서 나가버리고
같은 식으로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한번 분탕치고 나간다. 그냥 혼란이다. 영화에 속도감이 없다.
라이미가 왜 곁가지들을 다 쳐버렸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라이미는 범죄 조직 주변을 빙빙 돌던 아버지가 서서히 조직 핵심에 접근해가는 장면을 스릴있게 그렸는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범인을 잡는다. 범인을 쫓아가는 스릴은 없고 그냥 범인으로 밝혀진 놈을 처단해가는 과정만 그려진다.
액션장면에 너무 정지가 많다. 액션장면에서 갑자기 화면을 느리게 하거나 정지시키거나 하는 것이 너무 남발된다. 액션의 자연스러움이 떨어진다. 과도하게 인위적이다.
이정재와 황정민 간 대결에 영화가 강렬하게 집중되어야 하는데, 이정재가 황정민을 쫓고 이정재는 나가고 경찰이 황정민을 쫓고 다시 경찰이 나가고 갱단이 황정민을 쫓고 그 다음 이정재가 돌아오고 하는 식이다. 그래서 이정재 황정민 간 대결이 맥이 좀 뚝뚝 끊긴다.
차라리 이럴 것 같으면 a god woman is hard to find 에서처럼, 경찰이 이정재 위에 축적되고 갱단이 이정재와 경찰 위에 축적되고 자꾸 적들이 늘어나서
"어휴, 황정민이 저 많은 놈들을 어떻게 다 극복할까"하고 관객들에게 절망을 주는 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황정민의 연기가 좀 식상한 것처럼 느껴진다. 매일 나오던 패턴이 계속된다. 이정재도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좀 식상한 감이 있다.
훌륭한 점은, 미국영화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의 총격전처럼 사실적인 총격전과 총을 난사하는 음향이 나온다.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아다시피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 총격전은 인구에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액션 시퀀스가 지금까지 보았던 수준을 훨씬 넘는 것 같다.
황정민과 이정재 연기는 좀 식상한 감이 있지마는, 언제나처럼 프로페셔널하게 잘 한다.
P.S. 박정민은 거기서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캐릭터는 낭비되었고, 별 설득력도 매력도 없다.
배우가 캐릭터에 몰입도 덜 된 것 같다. 메릴 스트립더러 한국의 노비를 연기하라고 했을 때 같다.
사실 영화에서는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왜 그런 인물이어야만 했고 왜 그런 성격이어야만 했느냐 하는 것을 영화 내에서
필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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