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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들어 Lucy in the sky (2019) 노쇠한 나탈리 포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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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의 그 소녀가, 서정주 시의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여인이 되었다. 중년이 문제가 아니라 몇년 지나면 할머니가 되어있을 것 같다. 훌륭한 커리어를 가졌기는 하지만 애초에 기대되었던 메릴 스트립같은 대배우는 되지 못하였고. 블록버스터 위주의 안전한 영화에 주로 나와서 그런가? 암튼 이 영화에서 연기도 그저 그랬다. 베테랑답게 아주 훌륭히 연기하지만, 뭔가 불꽃을 태우는 그런 뭔가가 있는 연기는 아니다. 메릴 스트립처럼 한 장면만 나와도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그런 연기는 아닌 것이다. 훌륭히 연기하는데 눈앞에서 술술 흘러가버리는 그런 느낌의 연기? 

 

루시는 우주비행사로 우주에 가서 유영을 잠깐 한다. 그리고 지구로 무사귀환한다. NASA에서 자꾸 심리상담을 하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이상하다. 신체도 건강하고 정신적으로도 아무 문제 없는데. 하지만 NASA에서 심리상담을 하고 인터뷰를 그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우주에 가서 아무런 생명체도 없는 철저한 암흑의 공간에서 절대고독을 느꼈다. 그렇게 암흑 속을 유영하다가 태양이 보였다." NASA 의 고위직은 어느 우주비행사의 이런 회고담을 이야기해준다. 이 경험은 인간이 가진 상식, 관습, 지식 그 모든 것을 다이나마이트처럼 날려버린다고. 이것은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한다. 루시는 이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 귀환한 다음 이혼이나 별거를 많이 하게 된다. 루시는 자기도 우주 여행을 겪고 난 다음, 가정이라고 하는 것이 작고 사소하게 느껴진다. 착한 남편에 대해서도 거리감을 느낀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우주 공간에 다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녀는 점점 더 실제생활로부터 유리되기 시작한다. 실제 생활과 접점을 잃어가는 것이다. 상식이니 관습이니 하는 것과 접점이 사라지니까, 루시는 점점 더 맛이 간 사람처럼 보인다. 남편도 친구도 직장동료도 다른 사회인들도 루시의 삶에서 점점 더 의미가 없어진다. 

 

어찌 보면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한 사람의 영혼이 우주라는 거대한 것에 의해 압살당하고 마는 이야기다. NASA에서는 이런 현상을 잘 알고있었다면 그냥 인터뷰만 하면서 이 사람이 정상인가 맛이 갔나 체크만 하는 대신에, 이런 현상을 설명해주고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들에게도 이런 현상에 대해 설명해주고 루시를 도와주도록 하고. 그런데 NASA도 이런 것을 해주지 않았고, 가족들도 루시의 이런 문제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NASA도 가족들도 루시를 방치한 셈이다. 결국 궁극적인 책임은, 이런 정신적 충격을 반성해보거나 극복해보려는 시도도 없이 그냥 거기 떠밀려간 루시 그 자신에게 있겠지만. 

 

영화는 루시가 점점 더 미쳐가는 과정을 아주 치밀하게 묘사하였다.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도 치밀하다. "나는 정말 멀쩡해요. 아무 이상 없어요." -> "그런데 사실 우주공간에서 돌아온 이후 모든 것들이 사소하고 의미 없어 보이긴 해요." -> "나는 우주공간에 돌아가야해요. 그것만이 내 목적이예요." -> "왜 날 우주공간에 보내지 않는 거죠?" -> "그들이 내게 이럴 수 없어. 나는 쟁취할 거야." 이런 식으로 루시의 정신이 붕괴하는 과정을 아주 치밀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 한계점은 명확하다. 우주공간에서 인간의 상식이나 관습이 우주라는 거대한 것에 압살당하는 경험을 한다. 사실 이것의 철학적 함의를 아주 심오하게 분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 귀환한 후 종교인이 많이들 된다고 한다. 종교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이런 문제들을 논의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문제들을 다 도외시하고 루시가 사이코가 되는 과정만 보여준다. 어찌 보면 넓고 깊은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을, 좁고 얄팍하게 다룬 것이다. 

 

루시는 공항에서 테러를 저지르려다 실패하고 남편하고도 이혼하고 혼자 시골에서 양봉을 하며 산다. 하지만 그녀는 우주에 돌아갈 필요가 없다. 꿀벌 한 마리 한 마리 나뭇잎들을 보며 그녀는 우주를 보는 황홀함을 느낀다. 이것이 해피 엔딩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영화는 치밀하기는 해도 흥미있는 점이나 재미있는 점이 너무 없다. 우주에서의 경험이 가지는 다양한 성격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탈리 포트만이 미쳐가는 과정을 일으키는 방아쇠 역할만 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주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좀 지루하다. 사건이라는 것이 별로 없으니까. 나탈리 포트만 캐릭터가 흥미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수동적으로 허우적거리다가 파멸하는 캐릭터다. 영화의 칸텐츠나 주제에 비해 길이가 너무 길고 늘어진다. 영화가 폭발하는 에너지가 너무 없다. 그렇다고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탈리 포트만이 서서히 노년 역할을 향해 가는구나 하고 느꼈다. 한편으로는 참 아쉽다. 저 피부를 클로즈업해보면 주름이 굵직굵직하다. 화장을 두텁게 했을 텐데도 그러니. 레옹의 그 소녀는 어디 가고. 늦기 전에 많은 영화에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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