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 원작 애니메이션을 적절히 각색하여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작품 (은령 님 나눔)
22년 만에 실사 영화로 스크린에 돌아온 월트디즈니의 <뮬란 (Mulan, 2020)>을 극장에서 관람하였다. 원래 올해 초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몇 차례 연기되고 영화 내용이나 주연 배우와 관련한 뉴스 등 여러 가지 이슈가 있어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20년 전에 뮬란을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접한 영화팬들에게는 이 작품의 개봉이 분명 반가운 일일 것이다.
디즈니 영화다운 화려한 색감을 잘 살린 영상미
작년에 개봉한 윌 스미스 주연의 실사판 <알라딘 (Aladdin, 2019)>의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장면과 비교해봐도 뮬란의 영상미 또한 훌륭했다. 어린 뮬란이 닭을 쫓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일반 병사에서 전장의 전사로 거듭나는 붉은 제복의 뮬란을 표현하는 장면 그리고 눈사태를 일으켜 적이 파 놓은 함정을 벗어나는 장면까지, 촌스럽지 않게 원색을 적절히 사용하고 광활한 넓은 대지와 눈사태를 표현하는 연출까지 디즈니의 영상은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신선한 캐릭터 설정과 자연스러운 조화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거나 원래의 캐릭터를 변용하여 새롭게 등장시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가령, 원작에서 등장했던 행운의 상징 귀뚜라미 크리켓은 실사 영화에서는 뮬란과 함께 싸우는 동료로 등장해 감초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마녀 캐릭터(공리)로 인해 극에 긴장감을 더하거나 뮬란이 영웅으로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원작에서 뮬란에게 큰 도움을 주는 부대장 리샹 대신에 텅 장군(견자단)과 홍휘(요손 안)를 등장시켜 좀 더 드라마틱 한 영화적 재미를 준다.
여성의 서사를 부각시켜 시대적 흐름에 부합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가부장제 사회였던 중국과 한국의 정서가 많이 닮아 있어 이 영화를 보는 한국 관객들은 충분히 주인공이 처한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여성으로서 가족을 위해 지켜야 할 도리와 본분을 외면하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억누르며 살아가기로 했지만 결국에는 아버지로 대변되는 가족을 위해 숨겨야 했던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야 했고 마침내 자아를 실현하는 여성 캐릭터를 잘 그려냈다.
12세 관람가의 한계와 아쉬운 번역
전체관람가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비교하면 12세 관람가의 이번 <뮬란>은 표현적인 면에서 그 한계를 드러냈다. 적의 화살을 맞거나 칼에 베여도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장면은 실사 영화에서 보기에는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 그리고 전사로서 지켜야 할 필수 덕목 중 '효심'을 영문으로 표기한 'devotion to family'를 그대로 직역하여 '가족에 대한 헌신'으로 번역했는데 이는 '효' 또는 '효심'이라고 번역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정서상 유대를 반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효는 가족에 대한 헌신이라기보다는 부모에 대한 공경을 토대에 두고 행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녀의 역할이 초반에는 크게 부각되다가 후반부에 너무 쉽게 뮬란에게 설득되어 캐릭터의 특징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총평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작품에서 배우들이 영어로 대사하는 것이 현실감을 많이 반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와서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12세 관람가에 맞게 세팅된 점을 감안하면 원작을 적절히 각색하여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은령 님의 소중한 나눔으로 작품을 감상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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