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유키히메 (1973) 훌륭한 액션영화
정말 잘 만들어진 액선영화다. 잘 짜여진 스토리, 대규모 예산 셋트, 프로페셔널들의 열정적인 연기, 강렬한 캐릭터 구축, 화려한 검술 장면과 팔다리가 잘리고 몸통이 써려나가는 잔인한 장면까지. 빠짐없이 고르게 높은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누가 이 영화를 B급이라고 했나. 이 영화는 A급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해가던 남편이 악당들에게 살해당하고 아내는 복수하려다가 감옥에서 종신형을 받는다. 복수하기 위해 미치광이가 된 아내는 간수들을 유혹해서 아이를 낳으려 한다. 아이에게 세상에 나가 복수를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바라던 사내아이가 아닌 여자아이가 태어나고, 아내는 딸에게 악마가 되라며 아수라라는 이름을 뭍여준다. 그리고 죽는다.
수라 (아수라) 유키 (눈송이) 히메 (여자) 라는 아주 복잡하고 모순된 이름을 가진 이 여인은 날 때무터 운명이 정해져있다. 캐릭터를 아주 잘 잡았는데 눈처럼 새하얀 고모노를 입고 청초하게 생긴 여인이라서 유키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 자기 앞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글자 그대로 칼로 썰어 토막을 낸다. 그때마다 새하얀 눈이 빨갛게 물든다. 그리고 굉장히 여성스럽다. 성격만 보아서는 그냥 요조숙녀다. 이 언밸런스함이 이 캐릭터의 매력이다. 만화 원작이라고 하는데, 만화에서 수라유키히메 캐릭터는 좀 괄괄한 남성적 영웅이다. 이 영화에서 수라유키히메의 캐릭터는 감독과 배우가 창조한 것이다.
아니, 왜 그녀가 운명을 그냥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나기도 전에 죽었다던 남자는 친아버지도 아니고, 자기를 복수의 수단으로 낳은 어머니라는 여자에 대해 애틋함이 있었을까.
그렇다고 그녀가 복수에 대한 강한 사명감이 있었냐 하면 엔딩장면에서 보듯 그것도 아니다. 그녀는 그렇게 키워진 것이다. 어머니 감방동료와 전직 칼잡이가 유키를 복수에 미친 살인 머신으로 키운다,
60~70년대 장중한 사무라이 영화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굉장히 비장한데 유키 히메는 엄청난 검술의 소유자로 나온다. 자기 어머니의 원수들을 하나 하나 찾아다니면서 토막을 내버리는데 그 와중에서 원수의 가족들에게 새로운 원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금 내가 봐도 이것은 블럭버스터라고 보이는데, 당시에는 오죽했을까?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유키는 어느 파티장에 들어가 지금은 고위직이 된 원수와 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최후의 원수는 물리쳤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시키고 자신도 칼에 맞아 죽어간다. 왜 이렇게 살았어야했을까? 그녀는 하얀 눈을 자신의 피로 물들이며 절규하며 죽어간다.
마지막에 자신이 죽인 원수의 딸이 찌르는 칼에 맞아 죽어가는데, 그녀는 그 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너는 나처럼 살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심정이었으리라.
시대적 배경이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군국주의로 치달아갈 때이다. 당시 살벌한 사회분위기가 잘 나타나 있는데, 이런 거대한 사회 움직임 속에서 일 개인의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도 희생시키며 살인을 저지르고 다녔으니. 이 대비도 유키의 비극적 운명을 잘 살린다.
정말 잘 짜여진 영화 한편을 보았다. 일급 사무라이 영화들 목록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영화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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