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색 블루 (강스포)
10대 때 본 영화 중에 저를 지배한 영화들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세가지 색 블루’였습니다. 이 영화가 절 사로잡은 강렬한 이미지들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그때로 돌아가게 할 만큼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이해보다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봤다면 지금은 좀 더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되었지요.
세 가지 색 시리즈는 자료를 찾아보는데 영화에서처럼 유럽연합이 통합되면서 기념으로 프랑스에서 폴란드 감독인 키에슬롭스키에게 제안하여 만들어진 영화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프랑스 국기의 3가지 색이 상징하는 자유, 평등, 박애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은 그렇게 놓고 영화를 보면 혼란스럽습니다. 키에슬롭스키 영화는 마케팅이나 제목이 주는 이미지 그대로 영화를 보게 되면 오히려 혼란이 옵니다. 작법 수업 같은 데서 주제를 던져주고 쓰라고 했는데 아예 다른 내용이 나오는데 어쨌든 그 주제가 모티브가 된 작품을 만들어 낸 거죠. 이건 ‘데칼로그’도 마찬가지인데 십계명을 모티브로 했지만 딱히 종교적인 영화는 아니에요. 그래서 종교인들이 딱히 추천하는 영화에 항상 이 작품이 빠져있곤 하지요. 어려워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요. ‘세 가지 색:화이트’만 보면 주 무대는 오히려 폴란드니까요. 이 작품은 따로 쓰진 않겠지만 세기말 홍콩 영화들이 중국 반환 전의 홍콩의 불안한 민심을 그린 영화들이 많았던 것처럼 유럽통합 전의 상황을 보시면 된다고 봐요. 프랑스 같은 큰 나라는 큰 문제없었지만 폴란드에서는 자국의 화폐 사용이 불안해서 자꾸 달러를 모으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프랑이란 단위도 오랜만에 들어서 재미있었어요.
전반적인 내용은 상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보통 상실을 표현할 때 쓰는 영역은 오열, 실의, 분노 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주인공 줄리의 눈물을 보기도 힘들어요. 고통은 표현합니다. 그리고 ‘세 가지 색:블루’의 포스터는 너무나도 유명해서 영화는 몰라도 포스터는 아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데 굳이 저 장면을 왜 썼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작중에서 유일하게 줄리가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했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생각해요.
스포일러
작 중에서 줄리가 작곡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서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었는데요. 악보에 줄리의 남편의 필체가 있는 것으로 그래도 그녀가 쓰지 않았다는 것 같은데요. 한가지 확실한 건 그녀도 창작에 있어서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이에요. 극 중 인물들은 악보만 보고도 음악이 재생이 되는데 음표 하나하나에 손을 대면 음악이 연주되는 장면이에요.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상실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모두 처분했지만 음악만은 남아서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지요. 음악이라는 굴레에서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고 지배당하며 살아갑니다. 극 중에서 같은 시간 대의 장면이지만 페이드아웃과 인이 되는 장면이 있는데 줄리 안의 자기만의 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을 표현한 장면인 겁니다. 그 음악만은 남아서 자신을 지배하지만 결국 미완성 교향곡을 완성함으로써 그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이 영화가 긴 세월 동안 저를 지배한 이미지는 푸른 조명도 있지만 아포카토와 음표인데요.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저는 참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보면 영화 장면을 만들 수는 있으니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 분야에 빠져 살면 하나씩 그런 면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것에 대한 훌륭한 시각화였고요. 음악도 정말 훌륭하지만 사실은 촬영이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이런 극영화에 CG를 쓰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걸 다 촬영으로 커버한 것인데 다시 큰 상영관에 좋은 화질로 보니 조명을 다루는 기술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상영 기간 내에 한 번쯤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그리고 제가 10대라고 했는데, 당시에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니었습니다. 제 생각엔 삭제가 있었던 거 같아요. 청불을 보려면 딱지 맞는 외모는 되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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