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교: 디텐션(返校, Detention, 2019), 8월15일 관람후기(노스포)
오랜만에 엔딩타이틀 곡이 나올때 감동으로 눈물을 흘렸던 영화입니다. 각본, 연출, 연기, 미술, 음향, 음악까지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고, 군사계엄령으로 자유를 억압받던 대만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 우리나라 현대사와 비슷한 점이 많아 감정이입도 많이 됐습니다. 대만은 장제스 총통의 국민당 정부에 의해 시작된 계엄령이 1949년부터 38년 56일간 계속되었다고 하는데, 대만에서 이 시기를 보통 '백색테러'라고 부릅니다. 계엄군에 의한 숙청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고발 당해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네요.
대만의 게임업체 Red Candle Games의 2017년 발표한 같은 이름의 게임이 원작으로 게임 자체도 많은 인기(우리나라에도 많은 유저가 있다고 합니다.)를 얻었고 작품성도 인정받았습니다. 게임 매니아로 게임 팬무비, 게임관련 단편영화 등을 연출했었던 존 쉬(徐漢強, John HSU)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게이머들로부터는 게임의 완벽한 영화화라는 찬사를 들었고 일반 관객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어 2019년 대만영화중 대만내 흥행 1위를 기록했습니다. 제56회 금마장시상식 5관왕(신인감독상, 각색상, 미술상, 주제가상, 시각효과상), 제22회 타이베이영화제 6개부문(대상, 최우수 영화상, 여우주연상, 시각효과상, 미술상, 음향상)수상작으로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인 반교(返校, Detention)의 의미처럼 비가 쏟아지는 밤에 학교로 돌아간 남녀 고등학생(영화속에 중학교라고 나오는데 고등중학교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와 같다고 합니다.) 팡(왕정 배우 역)과 웨이(증경화 배우 역)가 귀신과 환영속의 학교안에서 벗어나고자 게임처럼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Detention은 (학생에 대한 벌로) 방과후 남게하는 것을 뜻합니다.) 크게 '악몽', '밀고자' 두 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에필로그 '살아남은 자들' 로 슬픈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공포영화이기보다는 대만 현대사의 어두웠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년)>를 연상시킬정도로 소재, 분위기, 시각적 효과, 애잔한 영화음악 등 전반적인 느낌이 비슷했습니다.
공포영화로 기대하고 보시면 실망하실 수도 있는 영화지만 <판의 미로>와 같은 어둡고 슬픈 판타지 영화로서는 걸작에 가까운 영화로 많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CG가 조금 어색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뛰어난 영상미와 긴장감 넘치는 음향, 애잔함을 주는 영화음악이 뛰어난 작품이고 특히 엔딩곡인 盧律銘의 <光明之日 (feat. 雷光夏)>의 애절함이 주는 감동과 여운으로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한동안 이 노래에 깊이 빠져있을 것 같네요. 영화속 나왔던 대만의 국민작곡가 鄧雨賢 (Ten Yu-Hsien)의 雨夜花 (The Torment of a Flower)의 슬픈 멜로디도 영화속 내용과 잘 어울려서 마음속에 오래 기억됐습니다.
영화내용중에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혀 금지된 책들을 학교에서 몰래 숨어서 읽는 장면이 나오는데, 인도시인 라빈다르나트 타고르의 <길 잃은 새>, 이반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중국작가 루쉰이 번역한 <고민의 상징>에 나오는 글귀들의 문학적 아름다움도 영화의 또 다른 매력포인트입니다. 타고르의 시집 <길 잃은 새>중 일부를 인용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사랑할 때 잎은 꽃이 된다.
숭배할 때 꽃은 열매가 된다.
뿌리는 가지에 열매를 맺게 한다고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아래 사진은 특별패키지 상영회에서 받은 배지와 노트입니다. (노트를 두 가지 크기의 Set로 증정하는 줄 알았는데 1권만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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