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A Quiet Dream, 2016), 8월5일 관람후기(노스포)
재중동포 3세로 연변대학교 중문학과 졸업후 모교에서 중문학과 교수를 했었고 소설가였던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장률감독의 작품입니다. 영화감독 친구에게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영화다"라고 술김에 큰소리를 친 것을 계기로 단편영화 <11세(2001년)>를 만들었는데 베니스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선정됐다고 합니다. 이후, <망종(2005년)>, <두만강(2009년)>, <경주(2013년)>, <춘몽(2016년)>, <군산:거위를 노래하다(2018년)> 등 꾸준히 작품성을 인정받는 영화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3월12일 개봉 예정이었다가 연기된 박소담, 권해효, 윤제문배우 주연의 <후쿠오카(2019년)>의 올가을 개봉이 예상된다는 소식에 뒤늦게 꺼내 본 영화입니다. 박해일, 신민아배우 주연의 <경주(2013년)>로 장률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했는데 문학적, 철학적이면서 몽환적인 독특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춘몽>은 18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한예리배우),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독립영화계에서 유명한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감독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독특한 영화입니다. 긴 지하도를 경계로 상암 DMC(Digital Media Center)와 너무나 대조적인 은평구 수색동을 배경으로 고아출신 동네 건달 익준, 임금도 못 받고 눈빛이 우울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탈북자 정범, 틱, 간질장애가 있는 종빈과 종빈의 낡은 건물에서 주점을 운영하며 전신마비 아버지와 힘겹게 살고있는 중국출신 예리, 네 명의 사회의 중심에서 멀어져 있는 인물들의 일상을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조금은 바보스런 세 명의 남자가 그들의 여신인 예리가 운영하는 '고향주막'에 모여 벌이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익숙지 않은 흑백영상속에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모터사이클과 축구를 좋아하지만 시도 쓰는 주영(<야구소녀>, <메기>의 주연을 맡은 이주영배우 역할)과 예리의 아버지, 정범의 공장 사장 등이 주변 인물들로 등장합니다. 그들의 소소한 일상 모습에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고 헛웃음이 나지만 묘한 재미에 곧 빠져들게 됩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 삶과 죽음의 중간, 대도시의 변두리와 새로운 비즈니스 중심지의 경계에서 주변인으로 떠도는 인물들의 희망없고 권태로운 모습을 슬프지만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내용이 쉽지않아 한 번에 이해하긴 어렵지만 곱씹을수록 여러가지 맛이 느껴지고 봄날 꿈처럼 슬프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세 명의 감독들의 열연과 한예리 배우와의 연기 조화, 흑백영상이 주는 비현실적 느낌, 한예리 배우의 멋진 춤동작과 함께 펼쳐지는 두 번의 강렬한 극전개 등 볼거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영화속 나오는 이백의 시를 포함한 문학적 분위기 또한 매혹적이고,
카메오로 깜짝 출연하는 유명배우들의 모습들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니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영화속 이백의 시 '정야사(靜夜思)'를 소개드리면서 후기를 마칩니다.
牀前看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山月 低頭思故鄕
침상 앞에서 달빛을 보니, 땅에 내린 서리인가
고개들어 달을 보다 고향생각에 고개 숙이네
PS: 상암동에 있는 영상자료원에서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바보 삼총사와 여신 예리가 영화를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속 영화는 장률 감독의 장편데뷔작 <당시(唐詩)>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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