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 왜 살고자 하지?
매년 여름마다 찾아오는 게 재난영화라지만, 작년에 봤던 [엑시트]에 비해 [살아있다]는 주인공이 왜 살고자 하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엑시트의 조정석은 대학 산악 동아리 출신으로 몇 년째 취업을 준비중이라 조카로부터도 외면을 받는 루저 인생을 살고 있다. 꾸준히 동네 놀이터에서 철봉 운동을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동네 못난이 형일 뿐이다. 조정석의 상대로 나오는 산악 동아리 전설 윤아 역시 결혼식장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사장 아들의 성희롱을 막아내느라 하루하루가 피곤의 연속이다. 그러나 도심에 정체 불명의 독가스가 퍼지자 평소 평가절하되었던 이들의 클라이밍 실력은 최고의 생존기술로 변모한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 순수했던 시절의 첫 사랑과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기 위해 조정석은 달리고 오르고 줄을 타는데 필사적이다. 살아 남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했기에 조정석의 다이하드 같은 액션 장면은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살아있다의 유아인에게서 생존 가능성이나 생존 의지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무늬만 대학생이고 게임에 빠져 살던 방구석 젊은이가 어느 날 갑자기 좀비 떼들을 물리치는 전사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게 나로선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족이 모두 변을 당하고 자살을 결심하던 사람이 나 이외 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욱 위험해진 세상 밖으로 나선다는 것도 어째 이상하였다.
엑시트의 조정석이나 살아있다의 유아인이나 모두 평화로운 현실 세계에서 아웃사이더들이었지만, 세상이 뒤집어졌을 때 누가 살아남을 능력과 의지를 보여졌는가를 영화를 보며 자꾸 나에게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반지하의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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